올해는 유달리 폭염과 폭우가 잦았다. 다음 주 초부터 또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기에 밥 숟가락을 놓자, 고령 개실 전통 마을로 나섰다. 유천교를 지나 화원 옥포 나들목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설화리 고분군을 둘러보았다.* 설화리 고분군 1호 돌방무덤은 국립대구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이전되어 있음.
고령 개실마을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영남 사림의 종조 성리 학자였던 “점필재 김종직(1431~1492/세종 13 ~성종 23)”의 종택이 있는 선산 김 씨 집성촌이다. 문충세가() 현판이 걸린 사랑채를 우측으로 돌면 안채와 사당이 보인다. 후손인 젊은 사람과 입씨름 끝에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은 씁쓸함을 안고서...,
고곡1리 마을의 보호수(당산나무)를 찾아가다가, 큰 절골 안에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송암 김면(1541~1593)” 장군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사적지 내에는 묘소, 신도비, 도암사, 도암재, 도암서당이 있다. 도암서당과 도암재 돌담 안쪽에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우람한 배롱나무가 담장 위로 솟구쳐 있었다. 4그루의 왕 버들(당산나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길을 양옆으로 만들었다.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으로 향했다. 합천읍과 삼가읍, 산청군의 생비량면 도전리를 지나다 “도전리 마애불 상군”이 새겨진 곳으로 올라갔다. 유구천 20번 국도변, 부처 덤이라 불리는 바위 벼랑에 새겨진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마애불상군이다. 4단의 으스러져 가는 바위에 30센티미터 크기로 조성된 부처는 마멸이 심했다. 현재 29기가 남아있다 한다. 어쩌면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느라 새겨진 것 같기도 했다.
흙 돌담길을 따라 만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옛 마실 남사예담촌에 당도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들썩거렸다. 전통적인 남부지방의 사대부 한옥인, 최 씨 고택을 필두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남사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1700년대에 건립된 이 씨 고가를 돌아 나왔다. 아침에 구름 낀 날씨가 한낮에는 숨이 막혔다.
오래전, 단속사지 삼층석탑과 정당매를 둘러본 귀갓길에서 지나친 예담촌을, 개실 마을을 대신하여 둘러본 셈이다. 그간 지역의 전통 마을 - 성주 한개 마을, 칠곡 매원 마을, 둔산동 옻골 마을, 경주 양동 마을, 포항 기북 마을 등 –을 찾았었다.
여행길에서 공정 여행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역지사지란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하루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정 메모>
언제 : 2023.08.27.(일) 09:00~17:30
어디 ; 고령 개실마을, 산청 남사예담촌
누구 ; 청산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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