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1호선 설화·명곡 역에 내려 4번 출구로 올라왔다. 당초에는 천내2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보호수(왕 버드나무, 회화나무)를 보고, 화원 “성산리 제2 고분군”을 답사할 예정으로 나선 걸음인데, 명곡1리 성황목이 발길을 잡아챘다.
화암로 넓은 길목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지나는 택시라도 있으면 하는 간절함 마저 외면되어, 걸음품을 팔기로 했다. 늦은 셈을 부리는 햇볕이 머리맡으로 내려왔다. 명곡 미래빌 3단지 아파트와 명곡초등학교를 돌아 용연사로 넘어가는 함박산(432.3m) 동쪽 자락에 있는 30여 호가 명곡리 홈실 마을이다,
명곡리는 최근 미나리 산지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들녘에는 미나리를 채취했던 비닐하우스 동이 군데군데 보였다. 옛날 농로였던 길이, 현풍, 옥포(김흥리, 달성산업단지)에서 화원으로 나오는 지름길이 되어 고통 량이 엄청 많다. 따가운 햇빛과 세면트 포장길의 열기가 걸음을 재촉 했다. 논 골의 벼는 끝을 고르고 있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명곡1리 홈실 마을 가는, 곧게 뻗은 길 양편에는 백일홍이 붉게 피어있다. 터벅터벅 걸어 명곡1리(마시 마을)를 지나니 멀리 우거진 숲이 보였다. 직감으로 홈실 마을임을 느낀다. 마을 회관 옆에 우람한 팽나무가 하늘을 향해 가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명곡 천의 냇물은 간밤에 내린 비로 콸콸 흐른다.
명곡 성황목 숲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11그루와 세월의 풍파를 함께한 팽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 이는 명곡 천 냇물의 수구막이 역할을 한다. 조산을 쌓고 성황목에 당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평온을 기원한 조상들의 흔적이다.
명곡 홈실 마을에서 천내2리 마을회관까지, 약 2km를 다시 걸었다. 100년 화원 전통시장은 오일장 날이 아니라서,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 먹기조차 닫혀 조용했다. 화원교회 옆 마을회관 앞에는, 회나무 한 그루와 왕 버드나무 한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었다. 1971년 5평의 마을회관과 10평의 공동이용소가 건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당산제를 지낸 곳이라고 비문에 표기되어 있다.
당산나무(당집, 돌 덤이, 신목)는 지역 사람들의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신성한 의지처가 아니었을까 생각 된다. 아직도 산골 마을이나 바닷가 어촌, 외딴섬 내에는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명곡리, 천내리를 다녀온 사흘 후, 대구 북구 국우동에 있는 시 지정 천연기념물인 국우동 탱자나무와 그 옆 언덕에 우뚝 서 있는 450년이 넘은 느티나무 보호수를 만나고 왔다.
<여정 메모>
- 언제:2023.09.03.(일) 09:00~15:00
- 어디:명곡1리(홈실 마을), 천내2리 당산나무(왕 버들, 회나무)
- 누구: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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