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떠남이다. 일상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동대구역(06:05)을 출발하는 동해행 무궁화호 1672 기차에 올랐다. 환상선 철길 기차 여행을 나섰다.
하양역(06:21)에서 심천()이 탑승했다. 그도 밤새 잠을 설쳤다 했다. 나잇살이라고 웃고 말았지만, 매사가 종전 같지는 않았다. 차창 밖은 훤하게 밝아왔다. 금호를 지나 북영천으로 굽어들었다.
환상선 눈꽃 열차(O-Train)는 코레일이 개발한 겨울철 최고의 기차 여행 - 중앙선(제천) → 태백선(영월, 에미, 자미원, 민둥산, 사북, 고한, 추전, 태백, 백산 ) → 영동선(동백산 - 철암, 석포, 승부, 양원, 분천 ,춘양, 봉화) → 중앙선(영주, 풍기, 단양, 제천) - 길이다. 지금은 동해 산타 열차로 운행 중이다. 그밖에, 봉화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일 왕복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가 대표적이다.
영주역(08:14)까지 힘겹게 올라온 디젤기관차를 전기기관차로 교체하여 산 높고, 물 깊은 백두대간의 영동선으로 들어섰다. 차창 밖의 온 산야는 계절의 여왕답게 푸름에 젖어있었다. 춘양, 임기, 현동역을 지나 산타클로스 마을 분천역에 닿았다. 마을의 지붕 색깔이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열차는 우리나라 기차역 중에서 제일 작다는 양원역에 잠시 멈추었다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오지 중 오지인 승부역에 다시 멈추어 섰다. 낙동강 비경 길을 걷는 동호인들인지, 아니면 건너편 비룡산 산행을 나선 이들인지 플랫폼으로 빠져나간다.
동백산(10:02) 역에 내렸다. 철길 위 육교를 건너 버스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이 따끔 차량이 질주하지만,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도 여행자가 없음을 빤히 알고 있기에 대중교통편(버스, 택시) 은 막막했다. 따라서 거리가 한산하다. 관광객 유치가 잘될 수 있을까 봐 고개가 갸우뚱 한다.
황지연못 공원이 떠들썩했다. 올해 4번째로 개최된 “성두 효 어르신 큰 잔치”가 문화광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낙동강의 발원지 셈답게 맑은 물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천막 아래서 도시락으로 이른 점심을 했다.초대 가수가 나와 흥을 한층 돋웠다.
태백역(13:13)에서 제천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태백성당 옆 산비탈에 유달리 황매화가 많이 핀 길을 따라 태백역으로 걸었다. 역사 내 대합실은 조용했다. 겨울철 태백산 얼음 축제가 열릴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발 디딜 틈도 없는 곳인데...,
고한역과 사북역을 지나 민둥산역으로 들어섰다. 창밖으로 억새의 천국 민둥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밭 구덕 마을의 닭백숙이 생각난다. 지역산 아래 화암약수에서 하룻밤을 자고 몰운대, 백전리 물레방앗간, 한강 발원지 검룡소를 찾아 다녔던 그때가 눈에 선하다. 기차는 자미원역으로 힘차게 달렸다.
조동 분기점에서 함백역으로 내려가는 선로가 선명하다. 아직도 태백선의 복선 기능을 돕고 있는 모양이다. 기차여행 마니아들이 간이역으로 최고 아름답다고 한 연하역을 지난다. 역 간판의 글씨가 벗겨져 있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서일까?
동강과 주천강이 합류하는 영월역을 지나 제천역(15:00)의 플랫폼에 멈춰 섰다. 입석 역 못 미친 곳의 장락사지 칠 층 모전석탑이 보일런지 살피다 지나쳐 버렸다. 많은 사람이 내렸다. 역사도 새롭게 지어져 있었다. 제천역도 영주역 못지않게 교통의 중심지다.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등 산업 물자 수송 역이자. 중앙선, 태백선, 충북선이 연결 되어있다.
역전 광장 건너편이 ‘역전 한마음 시장’이다, 오늘은 3 , 8일에 열리는 전통 오일장이 겹치는 날로서 3시가 넘었지만, 활기를 띠고 있었다. 시장은 사람 구경, 먹는 재미라 했듯이 리야카 위에서 팔꿈치로 꾹꾹 눌러대는 호떡과 설탕을 듬뿍 묻힌 꽈배기를 베 물고 시장 안으로 걸었다. 한 마음 노래자랑 장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제천역(16:22)!
시간은 또박또박 알차게 지나가지만, 돌아가는 시간은 빨리 달려온다. 중앙선은(청량리-영천) 안동역까지 전철화와 복선화를 이루어 KTX-이음이 달리고 있다. 안동역 또한 안동 시외버스 터미널 옆으로 3년여 전에 옮겨왔다. 트로트 가요로 이름을 떨친 “구 안동역” 은 변신중이다. 임청각 철길 옆 ‘신세동칠층전탑’ 은 이제야 큰 호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천역(18:49)에 내렸다. 의성을 지날 무렵 한바탕 소나기 요란스럽게 차장을 때렸는데,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여져 질때 내린 야시비 였다. 대합실을 나설 즈음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랜 시간 기차를 탄 탓일 것이다. 역 앞 광장 건너편에서 잔치국수로 저녁을 하고. 하양역(19:51)에 최종 내렸다. 기차만 9시간을 탔다. 마음 쓴 만큼 좋은 추억의 그리움으로 남겠지...,
심천()이 보낸 말이다.
우리 나이에 어젠 너무 무리했어요. 앞으로는 살살 다닙시다.
<여정 메모>
-언제 : 2023.05.13.(토) 05:00~21:00
-어디 : 태백/제천
-누구 : 그림 그리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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