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 국가지원 지방도로 팔조령 터널을 지나 청도 이서면으로 넘어갔다. 면 소재지 북쪽 산골짜기에 오롯이 숨어있는 수야 4리 마을을 찾아간다. 수야1리 마을 입구에 우뚝 선 노거수 당산 느티나무를 지나 수야 저수지 쪽으로 올라간다.
작년 4월, 벼락(?) 맞은 느티나무를 찾아서 간 적이 있는 곳이다. 올봄은, 작년과 달리 청도의 연분홍 복숭아꽃 향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달리 이상 기온으로 벚꽃의 만개가 빨랐듯이, 부지런한 농부가 분홍 잔치꽃을 일찍이 솎아내는 바람에 어스러지고 말았다.
수야 지 둑위로 올라섰다. 온 산이 연둣빛으로 곱게 빗어 내렸다. 오후의 햇살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들 머리맡으로 부서져 내린다. 건너편 산 중턱에는 산판(벌목) 작업을 하고 있었다. 드넓은 수야 지 둑 아래 사과밭, 복숭아밭을 바라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수야 마을을 돌아내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전리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400년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온 은행나무는 가슴 둘레가 8m 가 넘을 만큼 우람했다. 전해 오는 바에 의하면 1300년 전에 씨앗이 싹을 틔웠다 한다. 적천사 경내와 매전면 하평 마을에도 노목의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청도천 뚝 방 길 각북면 벚꽃 터널 길은, 꽃비가 되어 새파란 잎을 피우고 있었다. 용천사 길목 비슬산 자락의 산 벚꽃나무는 꽃을 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헐티재를 넘기로 하고 성곡 댐 안쪽의 상수월리로 향했다. 그간 수월마을은 몇 번 다녀왔다. 군위군 부계면 한밭 마을의 돌담 골목처럼, 돌담길이 정갈하다.
상 수월리 가는 길목의 성곡리 미나리 비닐하우스 뒤편에, 솎아내기 손이 마치지 않은 복숭아밭을 찾아서 들어갔다. 산허리를 넘는 햇빛을 받아, 온통 연분홍 물결로 출렁댔다. 말로만 듣던 무릉도원을 만나 거닐었다.
당산나무와 돌로 쌓은 조산이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상수월 마을로 들어섰다. 돌담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토종 벌통이 가지런히 놓인 담벼락 너머로 저녘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군데군데 빈 집들이 을 씨 년 서럽기도 했지만, 현실은 외면할 수 없다.
헐티재를 넘어서는 길목의 산 벚나무는 새하얀 꽃망울을 화사하게 달고 있었다. 가창 댐으로 내려서는 정대 길도 분홍색 겹벚꽃이 마지막 봄을 붙잡고, 산비탈에 핀 연달래꽃은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4월의 청도는 연분홍으로 물들여진다.
<여정 메모>
언제 : 2023.04.13.(목) 12:00~17:00
어디 : 청도 일원(수야리, 대전리, 성곡리, 상수월리)
누구 : 청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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