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08시 05분 KTX-산천 4025편으로 마산역에 내려 진해 경화역으로 갔다. 벚꽃 개화를 사흘에서 보름이나 당길 만큼, 올봄은 유난을 떨며 찾아왔다.
10시 조금 넘은 시각임에도 관광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고, 경화역 플랫폼은 사람 물결로 가득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어제(4월 3일, 월) 군항제가 막을 내렸지만, 마지막 봄꽃(벚꽃 30%, 외국인 90%)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놀랐다.
개교한 지 100년이 넘은 경화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경화 전통시장 쪽으로 내려와 진해역(폐역)에서 갈라져 나온 사비선/행암선 기찻길로 들어섰다. 풍호오거리(약3km)까지 걷고, 다시 연세사랑병원 앞 장천동 2 건널목에서 행암마을까지 걷기로 했다.
오랜 가뭄 끝에 그저께(4월2일)는 전국 34곳에서 산불이 일어나 홍성지역에는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내일 모래(5~6일) 양일 간, 봄비치고는 많이 내릴 것이라는 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한편, 6일 나들이 를 나설 일정을 앞당겼다. 오늘같이 구름이 약간 낀 날은 걷기에 참 좋은 날씨다.
행암선 기찻길은 지난, 2017년 12월23일(토) 한화L&C 공장 입구(진해 바다70리 길. 제2구간 출발지, 도착/행암 마을,2.4km)에서 행암 마을까지 걸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바다를 가장 가깝게 낀 기찻길과 행암 항, 아름다운 일몰 장소로 뜨거웠던 곳이다.
행암선 기찻길은 부정기적으로 열차가 다니는 곳이다. 전문가(선로원)들이 기찻길을 점검하고 있었지만, 폐선로에 가까워서 주위가 청결하지 못했다. 선로 옆 좁은 땅에 양파, 마늘, 상치 ,수컷 등을 가꾸고 있었다. 한 움큼 솎아낸 상치를 건네주는 인심을 마음으로 받고, 반가운 풍호상회가 있는 풍호오거리로 나왔다.
장천동 2 건널목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장천 부두 쪽 길옆 쉼터 정자에서 휴식을 가진 뒤 행암 마을로 이어지는 기찻길로 들어섰다. 제4 비료공장 터와 배수지 연못들이 가림막이 때문에 시야가 막혔다. BO 건설이 아파트를 건축할 것이라 했다. 부~웅 소리에 기차가 달려오는 줄 알고 놀랐으나, 진해항 제1부두를 떠나는 뱃고동 소리였다.
행암 항으로 굽어드는 기찻길은 바닷가 10m 정도 가까이 지나간다. 의자에 쉬어가는 여행자의 모습이 참 한가로워 보였다. 유어선도 잔잔한 바다 가운데 미동도 않고있다. 애초에는 중원 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근대 문화거리와 진해역, 여좌천 로망스 다리에 핀 마지막 봄을 보려 했는데, 행암 마을로 발걸음이 닿고 말았다.
삼포로 가는 노래비가 있는 삼포마을로 버스를 타고 고불~고불 돌아서 갔다. 작사가(이혜민)의 노랫말처럼 조그맣고 아름답게 다가온 포구도 시대의 변화를 겪고 있었다. 6년 전(2017년) 아늑한 포구는 방파제 확장 공사로 중장비가 굉음을 내고 있었다. 노래비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삼포마을은 그래도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삼포마을에서 마산어시장으로 나왔다. 창동예술촌을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횟집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가름하고 마산역으로 왔다. 아침에 화려하게 차려졌던 번개시장의 천막들이 휑하게 걷히고 없어졌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행암선 기찻길 이야기를 했다. 행복한 하루였다.
마산발(18:3) 동대구행(19:11 착) KTX 218 열차가 저 멀리서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여정 메모>
언제:2023.04.04.(화) 08:05~19:11
어디:진해 경화역, 행암선 기찻길 걷기, 행암마을/삼포마을
누구:4명(그림 그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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