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과 6월에 각각 창원시 의창구 봉림산(295m) 자락의 통일신라 진성여왕 7년(894)에 구산선문인 봉림사 산문을 개산한 진경 심희 대사(853~923)가 중건했다고 전해지는 봉림사 지와 진해구에 있는 전통 오일(3.8일), 경화시장을 둘러보고 행암선 기찻길을 걸은 적이 있다.
동대구역에서 10시 20분 진주행 ‘KTX 205’ 편으로 11시 17분 창원 중앙역에 내렸다. 건장한 젊은이들이 물밀듯이 내렸다. 오랜만에 느껴본 삶이 활기찬 도시로 다가왔다. 하지만, 역 광장을 나오면 택시는 긴 줄을 세우고, 버스는 앞뒤로 뛰어다녀도 묵묵부답이다. 플랫폼을 나설 때의 밝은 마음이 불편하다.
한들 초등학교와 봉림 휴먼시아 1 단지아파트 서편 봉림7교 봉림천을 거슬러 오르면, ‘봉림사 지 1.1km’ 이정표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봉림 농장과 소목 고개로 올라가는 시멘트 좁은 길은 경사가 제법 있는 편이다. 지난해 1월 겨울바람에 낙엽이 바스락거렸는데, 올 3월의 봄날은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 (개나리. 홍매, 청매, 동백)이 길손을 반겼다.
경남도 지방기념물인 봉림사 지는 몇 번의 발굴을 거쳤음에도, 지금도 발굴 작업 중에 있었다. 봉림사를 중창한 진경 대사의 탑비와 승탑은 현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 2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 시, ‘봉림사 진경 대사 보월능공 탑’, 원주 ‘흥법사 진공 대사 탑’, 과 ‘거돈사 원공 국사 승묘 탑’을 함께 둘러봤다. 봉림사지 삼층석탑은 상북초등학교 교정에 자리하고 있다.
봉림사지 약수터에 올라 휴식을 가진 뒤, 0.7km 위쪽의 봉림산으로 올라갔다. 정상에서의 시가지 조망은 볼 수 없으나, 창원의 진산 정병산(566m) 바위 군은 산 꾼을 유혹한다. 창원 국제사격장의 날카로운 총소리가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소목고개에서 1.2km 거리인 사격장이 있는 곳으로 내려섰다. 오후 3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담장이 없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집들이 들어선 거리를 따라 ‘창원의 집’에 닿았다. 일찍이 순흥 안 씨 집안이 대대로 살던 집으로 안두철(1809~1877)이 지어 5대손에 이르는 200여 년 동안 거주 한 곳이다. 창원시에서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매입, 복원 과정을 거쳐 민속교육관, 다목적 전각, 농기구전시관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숨겨진 도심 속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아 한 시간여를 돌아봤다.
16시 31분! 서울행 ‘ITX – 새마을 1034’ 기차가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아름다운 추억을 한 아름 안고 간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3.03.14. (화) 10:20~17:28
- 어디 : 창원 봉림사 지, 창원의 집
- 누구 : 청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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