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 은 46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선 노곡마을의 작은 동산이다. 마을회관에서 뾰족한 종탑이 하늘로 솟아있는 교회 가는 아스팔트 비탈길을 따라 올라간다.
“영란 씨! 손 한번 줘 봐요”
“왜요······”
“내 가슴이 떨리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
걷다마다 스스럼없이 내미는 손을 살포시 잡았다. 검은 챙 모자 사이로 가을 오후 햇살이 내리비췄다.
“어때요. 떨려요? 떨리면 정상이 아닐 텐데.”
빙긋이 웃는 모습으로 올려다보는 얼굴에 파란 하늘 빛이 곱게 앉잤다.
“아이~고 떨리다~마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은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상은 가슴이 떨리기보다 한없이 편안했다. 좋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온기는 탱자 가시나무울타리의 노오란 탱자 빛깔보다 찡하면서 따뜻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문화센터” 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다. 앞뒤 자리의 동갑이라 교감을 가졌지만 ‘코로나-19’로 두 해 넘게 얼굴을 함께하지 못했다. 노곡교회 앞, 좁은 언덕길 저만치에 갈색으로 변신한 우람한 느티나무가 있다. 어른 열 아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나무 아래엔 살평상과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동네 분이 지팡이를 잡고 긴 삶을 쉬고 있었다.
“모친! 올해 연세가 얼맙니까?”
팔십이 넘었다 했다. 그리고 경로당보다 여기가 낫다고 하면서 의자에 앉으라 했다. 여름날, 풍성한 그늘이 드리웠을 긴 나무 의자가 달린 사각 탁자 위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거제도 갈곶리 ‘바람의 언덕’은 학동 몽돌해수욕장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지만, 노곡리 ‘바람의 언덕’에서는 노곡 들녘의 참외와 딸기밭 비닐하우스 파노라마다. 낙동강 건너로 죽곡산과 다사읍 쪽의 아파트 군락이 아스럼하게 보인다.
“참, 좋은데 예······.”
양손 턱 받침을 하고서 물끄러미 멍때리기라도 하듯 한, 그가 혼자 말로 내뱉었다. 한 줄기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우리 커피 한잔해요.”
그는 뜨거운 물을 붓고, 세라 컵에 커피를 저었다.
사과랑 집에서 땄다는 당감을 깎았다.
“영란씨는 사랑받겠어요” 라고 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 2022.11.03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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