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다랑논은 온통 황금 물감을 칠해 놓았다. 엊그제 같았던 설악산 단풍이 팔공산 자락까지 달려와 가을은 절정을 치닫고 있다. 남원 마을 들판에 우뚝 서 있는 250살 당산 느티나무는 밑동이 어른 스물 팔이나 될 만큼 우람해 영험 서러웠다.
한티재 팔공산 터널을 지나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있는 남천계곡 아랫마을 대율리(한밤) 송림 숲으로 갔다. 군위군 부계면 한밤 마을은 돌담이 아름답기로 크게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또한, 아름드리 소나무 울창한 숲속의 느티나무 당산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대율에서 가호리 서낭당을 찾아간다. 79번 지방도로 길목에 있는 부계중학교 앞에 멈췄다. 춘산2교 옆 남천 냇가에 있다는 춘산마을 서낭당을 보기 위해서다. 서낭당은 돌무더기(조산) 위에 신석이 놓여있었다. 양옆으로는 두 그루의 당산느티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동명 가산에도 당산 나무가 있는데, 가보지요.”
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던 여행자가 말을 건넸다.
학교 앞 현창교차로에서 ‘백송스타비스 관광호텔’ 온천장으로 돌아, 79번 지방도로(구 길)를 타고 가호다리 결에 다 달았다. 가호1리 당산 느티나무와 돌로 쌓은 신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치성을 올린 촛불 흔적이 남아 있는 조산 너머, 뒷들에도 가을이 내려와 있었다.
골안골 동림지 아래에 자리한 가호2리 마을로 들어갔다. 가호다리에서 2.8km 안골로 들어선다. 이곳도 황금빛 다랑논이 눈을 부시게 한다. 10여 호 되어 보이는 마을입구 언덕 위에 당산 느티나무는 한 뿌리에서 두 가지를 하늘로 뻗어 올랐다. 오래된 새끼 금줄이 쳐져 있었다. 당산나무 아래 정자는 팔공산 둘레길 제10구간(가호 2리 - 치산 2리) 출발지다. 앰프 확성기가 달린 마을회관의 태극기가 펄럭였다.
부계 회전교차로에서 영천시 신녕면 방면 79번 지방도를 타고, 창평리로 들어섰다. 오랜 풍상을 겪은 나무와 마음으로 빚은 석상, 아름다운 건축물이 함께하는 사색의 공간인, 사유원이 있는 창평지 휴게소에서 잠시 멈췄다. 저수지 물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그 둑 아래 논밭도 익어간다.
치산2리 마을 입구에도 250년이나 되는 당산느티나무가 수려하게 자라고 있었다. 팔공산 도립공원 북동편 치산 관광지는 공산폭포, 수도사(647년, 신라 진덕여왕 1, 자장 창건 추정. 1296년, 고려 충렬왕 22, 180년, 조선 순조 5, 중창)와 천년고찰 진불암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신녕면 소재지에서 중식(짜장면)을 하고 거조사 가는 길목에 있는 ‘ 불호당’을 찾아간다. 숱한 애환을 가진 신녕 버스터미널이 고향의 내음을 풍겼다. 중앙선 신녕역 못 미친 구디티길 나눔터 휴게실, 다래다방 옆 공터에, 1928년생 느티나무 당산과 돌로 쌓은(누적단) 서낭당이 있었다. 빈 막걸리 통과 흩어진 담배꽁초 등이 너 접 서러웠다.
불호당은 마을의 액을 없애고, 마을을 지켜주는 성황신(서낭신)을 모신 집(당집)이다. 조선 영조 45년(1769년)에 건립되어 광무 5년(1901년)과 1964년, 2011년에 각각 보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매년 정월보름 날 성황신께 제사를 지낸다 한다. 불호당에서 약 600m 거리에 위치한 거조사(거조암)를 들렸다. 무척 오랜만에 찾아서인지, 모든 것들이 낯설어 보였다. 영산전의 오백나한 부처님이 아니면 착각할 정도였다.
그간, 지역(대구광역시, 경산시, 청도군, 밀양시) 일원의 노거수(당산나무)와 당집을 둘러보는 중인데, 지역 곳곳이 고령화, 인구 감소, 기타(미신) 등등으로 당산나무와 당집, 돌무더기(조산) 인 성황당(서낭당))은 자취를 잃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산의 형태도 해안 지역과 내륙 간이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였다. 해안 쪽은 당산나무와 당집으로 형성되었지만, 내륙은 당산나무와 돌덤이(돌무더기, 누적단) 형태를 보이는 것 같다. 청통 나들목으로 올라서 수성 나들목으로 내려서 일정을 마쳤다. 이제는 가을 치장을 한 당산나무를 만나게 되겠지······
<여정 메모>
언제 : 2022.10.16. (일) 09:30~15:30
어디 ;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군위군 부계면 가호리,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 청통면 신원리(불호당, 거조사)
누구 : 청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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