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 지가 스무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겨울은 봄을 시샘 하는지 찬바람을 안고 다닌다. 고향(용성) 시골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목의 “삼성 현 역사문화 공원”을 들렸다. 언젠가 지나오다 “경산시 사직단”이 건립되어 있어서 의아했던 곳이다.
사직단은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고을에 세워져서, 매년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감사의 제를 올리던 곳이다. 또한, 가뭄 시 기우제와 풍작을 기원하는 기곡제를 지내기도 한 신성한 터였다. 대구 근교에는 1999년 “노변동 고분군” 발굴 시 발견된 사직단 터에 “노변동 사직단”이 복원되어 있고, 달성군 최정산 목장 정문 앞 공원에 “달성 사직단 비”가 세워져 있다.
경산시 사직단은, 1985년 경산 문학회원(회장 김윤식), 향토 역사가(안태준)들이 복원을 협의를 하여 그동안 사직 제를 봉행했다 한다. 기해년에 유림의 뜻을 모아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유신 실을 마련하고, 1871년 간행된 (경산 현 읍지)에 “경산 현 서쪽 7리 위치에 있다”는 내용의 노변동 “경산 현 사직단”을 참고하여 건립된 것이라 한다. (사직단 안내 비, 2019년 10월 10일) 사직단을 굳이 세웠어야 했는지?
삼성산(555m) 임도 고개를 넘어 남천면 송백리(발해 마을)로 갔다. 선의산(757.1m) 자락에 자리한 송백리는 발해국 고황제 “대(태)조영” 후손 인 태 씨들의 집성촌 이었다. 오래전 발해 마을을 조성(벽화, 발해 역사 전시관)하였으나, 오미크론의 영향인지 방문객이 뜸했다. 골목과 오래된 집을 둘러서 삼성리 지석묘 유적공원으로 향했다.
청도로 가는 옛 국도 25호선(현 남천로) 송백천과 남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연화교를 건너, 새로 건설된 국도 25선 지하차도를 지나 좌측으로 돌면 상원산(673.4m)동북 지맥 갈미봉(288.2m) 아래 자리한 마을 이었다. “새 부산 고속도로” 건설 시에 옮긴 무려 27톤이나 되는 거대한 고인돌 1호와 함께 총 3기의 고인돌과 석관묘 2실이 있었다. 저녁 햇빛을 받은 불그스레한 고인돌, 뾰~하얀 입술을 내미는 목련 꽃망울,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공원 옆 빨래터 물속에 중 태기(민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어릴 적 고향마을 앞 도랑에 송사리 잡던 그때가 생각났다.
삼성역을 찾아갔다. 경부선 기찻길 옆의 작은 역사는 오랜 세월 제 역할을 다하고, 지금은 폐역이 되어 쓸쓸히 옛날의 상념에 잠겨있는 듯했다. 여남은 그루의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철책 선로 옆 언덕에서 삼성역을 지키고 서 있었다.
“산그늘에 묻힌 두 개의 신호기 중 하나가 발간 불을 달고 있었다. 그것이 서서히 다가오더니 이윽고 멎었다. 차가 정거한 것이다. 조금 후에 그 빨간 불은 꺼져 버리고 대신 파란불이 켜졌다.” (중략)
“삼성, 홈의 그 하얀 현관 앞에서 나는 무심코 호주머니를 뒤지어 차표를 꺼내 보았다. 서울에서 삼성, 갑자기 전신에 피로감이 엄습해 왔다.”(이동하 장편소설 ‘우울한 귀향’의 첫머리)
남천면 대명리에서 태어난 소설가 이동하 교수의 “우울한 귀향” 무대가 삼성역이라서, 지난 2020년 12월 경산시 문인협회에서 기념비를 세웠다. 소설 속의 묵중한 쇳소리가 나는 기차가 아닌, 쾌속으로 달리는 ITX 청춘 새마을 열차가 손살 같이 달려간다. 1970년 12월 31일, 경산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다음날 새벽 4시, 밤새 내린 눈이 듬뿍 쌓인 영등포역 광장에 선 나를 되돌아 본다.
벚 꽃이 활짝 피는 날, 삼성역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음악에 맞춰 봄의 왈츠를 추고 싶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2.02.21.(월). 13;00~16:30
- 어디 : 삼성 현 공원, 발해마을, 삼성리 고인돌 유적공원, 삼성역, 옥 곡동 청동기 유적 공원
- 누구 : 청산&짝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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