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능성동 내릿골 당산 천왕’을 찾아가기 위해, 대구 동구 능성동 시내버스(팔공 1번) 종점에 내렸다. 아양교역에서 40여 분이 걸렸다. 이태 전, 달성군에 있는 ‘논공 천왕당(대구시 민속자료 제5호)’을 둘러본 기회로 인하여, 여러 곳의 성황당(서낭당, 당산나무, 당 집 )을 찾아보았다. 성황당은 우리 옛 조상들이 마을과 집안의 평안을 기도한 공동체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두뫼 산골이나 바닷가 어촌 일부에 흔적들이 남아 있는 민간 신앙의 기도처였다.
능성동은 대구광역시와 경산시의 경계 지역으로서, 대구 시내버스가 하루에 7번 정도 왕복하는 대중교통편으론 오지 마을이다. 하지만, 능성재를 넘나드는 길목의 전원주택과 시대를 반영하는 카페들이 발길을 유혹한다. 가지런히 쌓아 올린 골목의 돌담에서 시골 내음이 풍겼다. 한적하고 아늑한 마을 안길로 들어섰다. 명마산 장군봉과 갓 바위 봉으로 오를 수 있는 팔공산 둘레길 16구간 들머리다.
경로당 우측의 붉은 집 앞, 텃밭을 가로질렀다. 명산(팔공산) 등성이답게 무덤들이 우후죽순 자리하고 있어 ‘능성동 내릿골 당산 천왕’을 찾기가 호락호락치가 않아 마을로 되돌아 나왔다. 때 마침 능성재 북동쪽 산마루 장군바위(628.8m)까지 산행을 나선다는 토박이 마을 분 내외를 만나 안내를 받았다. 애초부터 경로당을 지나 직진하면 마주치는 ‘와촌 식품’ 담장을 따라 돌면 천주교 묘지가 있는 산자락으로 닿는다. ‘내릿골 당산 천왕’은 말라버린 골짜기를 건너면 소나무 숲길 옆에 있다.
‘팔공산 능성동 내릿골 당산 천왕’이란 글씨가 돌기둥에 새겨져 있다. 그 앞에는 누군가가 받친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두 손을 모와 합장을 했다. 당산나무는 죽은 지가 오래되었다 했다. 안내를 해준 분의 말로는 60여 년 전에 살아있었다고 했다. 서낭당에 당집이 있는 곳은 - 성황당, 성왕당, 당산각 등 - 이름을 볼 수 있었는데, 돌기둥에 새겨진 것은 드물게 보았다.
당산 천왕에서 마을로 되돌아 내려오면서. 길목의 미륵사를 찾았으나 가늠이 되지 않아 법성사 옆 골목으로 나왔다. 팔공산은 명산대찰이라고 동화사, 부인사, 파계사, 선본사, 은해사 등의 천년 고찰을 품고 있다. 이곳 언저리에도 봉림사, 자비사, 마하사 등의 작은 절이 있는 모양이다. 경로당 옆 골목 밭머리에 오색 천을 둘러친 당산나무가 서 있었다. 어떤 연유의 당산나무인지는 알 수 없이, 큰길 옆 우정식당 앞으로 나왔다. 버스는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오후 한 시에 있다 했다. 이제 막 11시 20분이 지나고 있다.
동화천 상류 능성고개 팔공로를 따라 진인동 갓바위 삼거리까지 걸었다. 한 시간이 걸린 12시 30분에 금굴사 앞 정류장에서 갓 바위에서 내려오는 시내버스(401번)를 탔다. 봉무 토성 ‘독좌암’ 맞은편 손칼국수 집(13:00)에서 점심을 챙겼다. 봉무동(위남 마을) 불로 제방에서 봄날의 금호 강변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언젠가 화담산 화담 마을로 해서 무태조야동(유니버시아드 선수촌 2단지 아파트)으로 걸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길(16:00)을 나섰다.
길은 화담산(204.4m) 자락, 인천이 씨 종중 묘소가 있는 좌측 능선으로 올라 화담 마을로 넘어가는 산길이다. 금호강 절벽 위로 난 길은 현기증이 날 것 같기도 했지만, 봄을 걷는 걸음걸이는 상쾌했다. 발아래로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산모퉁이를 돌아 내리면 새하얀 매화 꽃이 만개한 화담 마을이다. 선수촌 아파트에서 학봉(가람봉, 280m)을 올랐다가 마을로 내려선 기억이 아른아른 하다.
강변 둑길로 내려서면 강태공들이 강물에 춘심을 담그고 있었다. 멀리 동화천과 금호강 물이 만나는 금호대교가 보인다. 그 너머 좌측 하 안이 검단 공단 터다. 제방 둑길 화담 공원을 지나면 길은 강변 기슭을 따라 데크 보행로를 만들어 놓았다.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강변 숲을 이루고 있다. 강물에 투영된 가지가 아지랑이처럼 하늘거린다.
강물이 붉게 물들어 갈 무렵,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2단지 아파트에 도착했다. 봉무동(위남마을)에서 이곳까지의 ‘금호강 누리길(화담산 길, 4.4km?)’은 - 산길, 둑길, 데크 - 길로 이어진 아름답고 한적한 둘레 길로서 손꼽을 만한 곳이다. 503번 시내버스를 타고 어둠 사리와 함께 명덕역 7번 출구 정류장에 내렸다. 어느 토요일, 봄날의 추억을 쌓으면서...
<여정 메모>
-언제:2022.03.12.08:00~19;00
-어디:능성동 내릿골 당산 천왕. 봉무동~조야 무태동(금호강 둘레길)
-누구:2명(만호,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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