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복산(194.2m) 성황당(서낭당, 신목+돌무더기) 고개(매남 재)를 찾아간다. 지상철 3호선 매천역 광장을 나오면, 매천초등학교가 길 건너 서편으로 보인다. 그 안쪽 매천동(매남 마을) 북 서편에서 남동쪽 매봉(132.4m), 수리봉(130.6m), 장태실(센트로빌)로 내려서는 산자락의 작은 고개 마루다. 옛날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 칠곡 사람들이 고개를 넘어 서문시장을 왔었다 한다.
서낭당이 지금은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지만, 반세기만 거슬러 올라가도 마을마다 고개마다 무수히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서낭당은 민초들이 살아오면서 집안의 평안과 소원을 기원했었던 삶의 공동체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고유한 토속 신앙을 미신적 타파로 하나 둘 밀어내고 말았다.
그 사라져 가는 서낭당의 흔적을 더듬다 보면, 아직도 바다를 끼고 살고 있는 지역 (울산 방어진 용왕사 성황당/곰솔, 울산 중구 길촌리/곰솔. 당집, 울산 북구 어물동(금천/느티나무. 당집, 삼척 해신 당)과 산골의 오지 마을(달성 논공 천왕당, 고령 다산 노곡리 중당 록 당산/소나무, 울진 백암 외선미리 할매, 할배 당/소나무, 울진 매화면 죽전/느티나무, 당집, 삼척 도계읍 신리 당집 등) 에는 서낭당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제주도 전역은 수 천 곳이 존재하고 있다 한다.(비양도 신당)
지난 14일엔 수성구 수성1가동 신세계 아파트 담장 소공원에 400년 된 보호수(당산나무) 느티나무를 보러 갔다. 수년 전 만해도 어깨를 맞대고 함께 자랐던 한 그루는 고사목이 되어 지금은 흔적도 없다. 남은 세 그루 중 가운데 나무도 외과 수술을 받아 연명을 하고 있었다. 옛 대륜고등학교 옆 도랑 둑에 뿌리를 내리고 마음껏 벋쳐올랐던 그날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세계 아파트 당산나무를 둘러본 이틀 후, 범어동 동도초등학교 남편 도로변의 또 다른 당산나무(참느릅나무)를 만나러 갔다. 작년 5월 복현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추진했던 ‘복현 타작Ⅱ, 타인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다’ 작품(책)이 나와서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목에 찾았다. 안내 글을 보면 수령 150년, 수고 15m. 둘레 2.5m, 당산나무는 신미년(1871년) 최 씨 막내아들이 영덕군 영해 동학혁명에 참가한다며 집을 나갔다 한다. 그 후 십 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아 자식을 생각하며 부부가 참느릅나무 두 그루를 심었는데. 15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을을 지키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당산나무는 새끼줄에 흰 소지가 달린 금줄이 둘러쳐져 있었다.
매남 마을 한국불교 성심사 절 마당 입구에는, 1000년의 은행나무가 마을을 굽어보고 서 있다. 오래전 당제를 올렸다 하나 지금은 명맥을 잇지 못하는 모양이다. 골목을 좀 더 들어서면 야성 송 씨 문중의 ‘매양 서원’이 자리한다. 주먹 만 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서원과 향교를 찾지 않는 이유가 십 중 팔구는 개금 발을 서야하기 때문이다.
매남 재는 매남 마을 안쪽 태복산 골로 한참 걸음품을 팔아야 한다. 좁은 시멘트 길이 끝나고 마닐라 삼 매트를 조금 올라서면 흙 산길로 이어진다. 길은 호젓하기도 하고 때론 녹음이 우거질 때면 머리끝이 세워질 것 같기도 하다. 길섶의 우거진 대나무 숲 잎사귀가 바스락 소리를 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지키고 선 오래된 무덤을 지나도 간다.
저만치 매남 재가 다가선다. 나목 사이로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한다. 그다지 높지 않은 고개, 고사목 느티나무 한 그루, 허물어진 돌무더기, 정성 쌓은 작은 돌 탑, 조그마한 천하대장군 목장승, 돌 더미 위의 동자승. 영화의 한 장면에서 볼 수 있을 법 한 전형적인 성황당(서낭당) 고개다.
나무 이정표에 ‘느티나무 사거리’로 표기되어 있다. 북쪽 태복산 1.3Km, 남쪽 장태실(센트로빌) 2.6Km, 서쪽 대구사격장 1.2Km, 동쪽 매천초등학교 1.2Km 이다. 산책길을 나섰던 동네분이 매남재로 내려선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2.02.27.(일) 14:00~18:00
- 어디 : 매천동(매남 마을) 은행나무, 매양 서원, 매남 재 서낭당.
- 누구 : 2명(만호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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