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의 아우라지역(종전, 여량역)을 무려 27년 만에 다시 찾아온 셈이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한창 젊은 쉰 살쯤이었으니 격세지감이었다. 정선 아리랑 시장에서 여량면 경유 임계면으로 가는 와와 버스(요금/무료)를 타고 여량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한, 5분 정도 걸으면 아우라지역이다. 초록빛 풍경, 흐르는 물길, 멈춘 시간 속으로 달려온 아리랑 열차(A- train) 종착지다. 광장을 나서니 제일 먼저 아우라지 처녀상이 생각났다. 낮은 언덕에 구멍 난 치마를 입고 서 있던 동상이었다.

두물머리 강기슭! 건너편 사내아이를 사모했던 아우라지 처녀가 세월처럼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서 있다. 며칠 전 강릉 지역에 여름날 폭우처럼 많은 비(200밀리미터)가 내린 탓인지.....아우라지 처녀상 왼편의 골지천과 오른 편 송천(구절천)물이 엄청나게 합쳐져 조양강을 만들어 흘러간다. 송천 징검다리가 물속에 잠겨 가뭇가뭇한다.

이른 아침, 택시(범물동)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렸다. 3번 출입구는 한산했다." 정선 아리랑 열차"를 타기 위한 첫 출발지 동대구역 3번 플랫폼에 영주행(동대구발 06:05) 무궁화호 1771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철도 여객 2위를 점하고 있는 동대구역은, 경부선(기존 일반 열차), 경부 고속선(KTX), 대구선(동대구-영천)을 중심으로 중앙선, 강릉선, 경춘선, 영동선, 동해선, 경북선, 충북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경전선, 여수 엑스포선, 경원선, 경의선 등 우리나라 전역을 연계 갈아탈 수 있는 역이다.


동대구역을 출발한 기차는 대구선 하양을 지나고, 중앙선 북영천을 경유 의성, 안동으로 해서 2시간이 채 못된 07:49분에 영주역에 닿았다. 중앙선 철길 복선화와 선로 개선이 종전보다 한 시간 여를 단축게 했다. 반면, 죽령 고개에서 단양역으로 내려서는 똬아리굴(루프식 터널)을 통과하는 묘미는 사라지고 없다. 다만, 태백선과 영동선이 교차하는 동백산역에서 삼척 도계역으로 넘는 솔안 터널이 연화산을 롤아내린다. 이곳 또한, 스위치백 구간 운행이 멈추어 섰다. 관광자원으로 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손실인 것 같다.


영주역을 출발한 기차는 눈 깜짝 할새 제천역(08:41)에 내렸다. 역사를 나오지 않고 2번 플랫폼으로 건너갔다. '정선 아라랑 열차'의 탑승 홈이다. 종전, '정선 아리랑 열차'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했으나 2년 전, 정선선 철길에 낙석으로 운행이 멈추었다가, 지난 5월 22일부터 재개통하면서 정선 장날(2, 7일 기준)과 주말(토, 일)에, 일 1회 왕복으로 제천역을 시 종점 역으로 변경했다.


- 대기중인 '정선 아리랑 열차 2541'/제천역 -
플랫폼에 대기 중인 제천(09:02)발, 정선(11:00,도착)행 '정선 아리랑 열차 2541 '기차를 타기 위해서 많은 여행객이 몰려간다. 우리 일행(7명)도 그 뒤를 따랐다. 열차로 정선 가는 길은, 동대구역에서 왕복 6번의 환승과 10시간의 긴 시간을 탑승하는 기차 여정이다. 재개통 후 얼마지 않아서인지, 오늘(6월 22일, 월, 정선 장날) 은 좌석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승차권 예약과 시 종점역의 시간 등이 정선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물리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었다.




열차는 입석 역과 시멘트 집산지 상용역을 지나 서강물이 굽어보는 영월! 올해 천 육백만 명이 관람, 역대 2위의 관중을 모아 한국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조선 제6대 단종 임금과 호장 엄홍도, 영월 고을 백성들이 함께 살아 숨 쉬었던 '왕과 사는 남자"의 촬영지. 청령포와 서울(한성) 100리 밖 왕릉, '장릉"이 있는 영월역을 지나간다. 또한, 정선에서 흘러온 동강과 서강 물이 합쳐 남한강을 이룬다. 입석 역 인근에는 '입석리 선돌', '장락동 칠 층 모전석탑"과 '점말 동굴" 구석기 유적도 있다.



연하 간이역을 지난다.지금은 폐역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 시절엔 우리나라 간이역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던 곳인데, 지금은 역 간판마저 퇴색되어 그 쓸쓸함이 더하다. 열차는 예미역을 들어서서 마주 오는 기차를 보내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 섰다가. 본격적으로 고산준령을 넘을 채비를 했다. 기차는 고도를 점차 높여 조동역에서 함백선과 만나고 헤어진다. 지금은 여객이나 화물열차마저 잘 이용치 않는다는 함백선 루프식(2.45km) 기찻차길을, 오래전(2007.1. 27..토) 제천역에서 운 좋게 타고 조동역으로 올랐던 적이 있다.


조동 분기장(옛 조동역)을 넘어서는 다시 굽이굽이 돌아내리면, 왼쪽으로 폐역으로 남아 있는 자미원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매년 5월 초, 두위봉(1,466m) 철쭉꽃 축제 시절엔 산꾼들의 발이 되어주던 고마운 역이었다. 태백선 기찻길 여행 시 잠시 정차했을 적도 있었다. 플랫폼에 잠깐 발이라도 내려보았다면....아쉬움이 조금이나마 덜 했겠지.



민둥산역으로 내려서는 발아래 정선선 벌어곡역 문곡리가 가마득하게 내려다보였다. 기차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민둥산역에 도착했다. 국내 최고를 뽐내는 억새 군락지 민둥산(1,120m)은 그간 2번을 올랐다. 억새 명산으로, 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창녕 화왕산(756m)이다. 경기 포천의 명성산(922m), 충남 보령의 오서산(790m), 장흥의 천관산(724.3m)도 자웅을 다툰다. 모두 정상을 올랐던 산이다. 그 때의 감동이 희미하게 감돈다.






먼 여정의 종착점, 정선역(11:00)에 도착했다. 동대구역을 출발한 지 5시간여 만이다. 정선선의 실 종착역은 두 정거장을 더 올라가는 아우라지역(여량역)이다. 그 훨씬 이 전에는 구절리역이 최종 종착역이었다. 1999년 6월 6일, 증산역(현 민둥산역)에서 달랑 2량 짜리 꼬마 기차를 타고 구절리역으로 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 뒤(2012년) 구절리역에서 여량역 간은 운행이 중지되었다가, 지금은 정선 레일바이크로 활용되고 있다. 오장 폭포가 있는 노추산(1,322m)도 2001년 6월 3일에 정상을 올랐다고 기록되어있다. 전국이 좁다 하고 쫓아다닌 모양이다.


정선역을 썰물같이 빠져나온 여행자들은 민둥산역을 출발할 때 관광 안내지도 배부와 함께 정선 도시관공(시티투어)에 탑승 구절리 레일바이크를 도전하거나, 아리랑 공연장의 공연을 보고, 가리왕산 케이블카에 탑승하기도 한다. 일행은, 역 광장 로터리를 돌아서 '정선 제2교'를 넘어 시장까지 발품을 샀다. 어디선가 왁자지껄 한 소리가 들려온다. 시장의 규모가 크기보다 한꺼번에 밀려던 여행자로 어느 재래시장이나 마찬가지로 북적됐다. '금강산도 식후 경'이라고 비좁은 식당에 들려서 각자 취향대로 - 콧잔등 후려치기, 메밀냉면, 올챙이국수, 황태탕 -과 전병 한 접시를 주문했다.










점심 식사 후, 정선 읍사무소 옆 600년을 이어온 상유재 고택을 둘러보았다. 상유재 담벼락 넘어 우뚝 선 뽕나무는 크기 면에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다시 큰길 한 곳을 건너면 정선 중고등학교가 나타난다. 교정 한 곁에 수 아름에 달하는 느릅나무가 우람차게 솟아있다. 정선 시장 남문 상설 공연장에는 정선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왔다. 진작 정선아리랑의 진면목은 외면한 채, 산골짜기 공기 좋고, 물 맑고, 하늘 높은 풍광만 가슴에 담는 어둔함이 언제쯤 깨어날까?














아리랑 시장 입구, 농협은행 정류장에서 여량면 아우라지역으로 가는 임계 행 버스를 탔다. 농촌은 벌써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로 접었든지 오래다. 100원 택시, 무료 승차 등이 전국의 시, 군, 구 자치단체에서 운용되고 있다. 아우라지 역사를 둘러보고, 주례마을 장터, 벽화 골목, 레일바이크의 종착역(아우라지역)에서 송천과 골지천의 합수머리 월령교로 올라갔다. 여송정(女松停)과 댕기 머리 아름답게 땋아 내린 아우라지 처녀상이 강 언덕에 여전히 서 있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파란 하늘을 마음껏 쳐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골지천을 가로지른 반월교를 건너면 송천 기슭에 여송정 정자와 함께 아우라지 처녀(동상)상이 구절 천 깊은 물 속을 지금도 바라보고 서 있다. 출렁다리가 있는 주막촌(현, 카페로 변신)으로 갔다가 반월교(월령교)로 되돌아 나와 여량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벼락 맞은 박달나무 보호수가 상처투성이 지친 몸으로 여량을 지키고 있다는 당산 터를 보기 위해서다.





"아우라지 뱃 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 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이나 싸히리,
잠시 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
날 넘겨주지"
- 정선 아리랑 애정 편 가사 -
구절리 송천과 임계 골지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이별과 삶의 애환을 노래한 정선 아리랑은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이면서, 2012년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아우라지역! 오후 5시 40분 제천으로 되돌아 가는 '정선 아리랑 열차'가 대기 중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통된 기찻길이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철도 종단점 횡 간판이 세워져 있는, 경원선 마지막 역인 신탄리역(현재, 백마고지역 이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코레일에서 운행된 'DMZ 평화 안보 관광열차'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았으나, 지금은 운행이 중단된 지 오래다. 경의선 도라산역 가던 관광열차도 매한가지다. 그밖에, 백두대간 협곡열차(분천-철암), 동해 산타 열차(분천-동해), 서해 금빛열차(용산-익산), 남도 해양 열차 1.(부산-목포), 남도 해양 열차 2.(서울-여수 액스포) 등 그날, 아내와 함께 고대산(832m, 경기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정상을 올랐다. 북녘땅으로 백마고지, 철원 평야가 멀리 보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 날 넘겨주지"
아리랑의 발원지 '정선 아리랑 관광열차' 여정은 길고 길었다. 이른 아침부터, 잦은 환승과 장시간에 걸쳐서 기차를 타고 내렸다. 그리고 산 넘고 고개를 돌고 돈, 첩첩산중 마음의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고향의 체취를 힐링한 하루였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여정 메모>
- 언제:26.6.22(월 )06:00~22:20
- 어디:정선 일원( 정선 장, 아우라자 관광지)
- 누구:무명회 회원(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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