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부산역 대합실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답게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3월의 마지막 날(31일)에 불현듯 부산을 찾았다. 오랫동안 가보겠다고 마음에 새겨둔 우암동 소막마을을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부산역 광장을 나와 우암동행 26번 시내버스에 올랐다. 올봄은 유달리 봄비가 잦았는데,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따사로이 머리맡으로 내려 왔다. 부산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본의 강점기 시대, 8.15 조국 광복, 동족상잔의 6.25 전쟁, 우암동 소막마을이 아픈 삶을 함께한 곳이다,
소막 마을은 1909년 일제 강점기, 만주나 일본 본토로 보내는 소들에 대한 검역과 대기를 위해 만들어진 소 막사가, 6.25 전쟁 피난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2018년 5월 8일 국가등록 문화재(제715호)로 지정되었다.
천재산(140.1m) 아래 제7부두를 껴안고 있는 우암동 남부새마을금고 건너편에 내려서 횡단보도를 지나면 우암동 삼거리다. 우암동 소막마을 안내 간판을 따라 들어서면, 2023년 6월에 복원 개관된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주택”을 만난다. 또한, ‘우암동 마실 길 안내“도 옆엔 잘생긴 황소 조형물이 있다.
소 막사 주택을 둘러보고 골목을 걸었다. 좁고 어두컴컴한 골목은 적막감이 맴돌았다. 바스락바스락 내딛는 내 발소리만 들렸다. 골목의 외형은 한 세기가 지났지만, 변함없이 그때 그대로인 것만 같아 보였다. (소막 주택 마을도 재 개발 조합 추진 현수막이 걸려 있음). 부전 시장에서 싼 수박으로 화채를 만들어 4남매를 키웠다는, 여든여섯 살 모친의 끈적끈적했던 삶의 흔적은 골목길 겹겹이 쌓여 있었다.
‘울산 쌀 상회’를 지나고 태백슈퍼 골목을 몇 바퀴 돌아서 옛 우물터와 100년 우물도 둘러봤다. 우암동은 군데군데 재개발(해링턴 마레 아파트 2025세대. 2026, 12월)로 또, 한 번 변신하고 있다, 한 시간 반의 긴 줄이 늘어선 4대가 식당(내호냉면) 옆 장고개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부산의 리우 예수상이 있는 동항성당과 부산 밤바다의 야경이 아름답다는 ‘우암동 도시 숲’ 공원으로 향했다.
도시 숲 공원과 산수 경로당으로 가는 동항로 길은 경사가 심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향림사와 지장사 가는 길을 좌측으로 두고, 우측 도시 숲 공원 산자락 마을 지붕 윗길로 걸어서 동항성당 예수상 뒷모습을 볼 수 있는 하늘 마실 길과 만나 공원정자로 올라섰다. 부산항 대교가 아련히 보였다. 136 만분의 1로 축소한 달 조형물(직경 2.5m)도 있었다.
부산 산복도로 골목길(초량동 168계단, 영주동 동아 & 금호 아파트 계단, 동대신3동 193 소망 계단)은 모노레일과 엘리베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우암동의 산비탈 골목길은 오르내리기가 무척 힘든 곳이다. 달동네의 골목길을 찾는 사람들에겐 사라져 가는 옛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지언정, 현장의 삶은 녹록치 않다.
부산의 오래된 마을은 감천문화마을, 아미산 비석마을,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동대신3동 닥밭 골 마을, 매 죽지 마을, 안창/호천마을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그중 이번에 다녀온 소막 마을이나, 이미, 재개발(문현동 안동네)로 사라진 곳도 많을 것이다. 그간 대구 지역의 골목을 다니느라 한 발짝 넘어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다,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변화는 새로운 성장을 선물한다,
동항성당을 둘러보고, 우암동 남부새마을금고 버스 정류장에서 23번 버스로 서면 한전 정류소에 내려 169-1번 버스로 환승,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포동 당숲’을 찾아갔다. 구포역(17:02 도착)에서 부산역(16:48 출발) 무궁화호 기차를 기다린다. 한 시간의 여유가 있다. 지친 다리쉼을 가진다.
<여정 메모>
- 언제:2024.03.31.(일) 08:41(경산역) ~18:11(경산역)
- 어디: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주택 일원
- 누구:청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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