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같이 2022년 한 해를 후닥닥 보냈다. 그리고 새해 들어 벌써 1월 10 일이니, 한 달의 삼분의 일을 맞고 있다.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다가오는 시간이다, 동지를 지나면 하루해가 여우 꼬리만큼 길어진다 한다. 문인화 수업을 받는 친구와 경주 남산으로 향했다. 삼릉 숲과 금오산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내려서든지, 아니면 2007년 5월, 600년 동안이나 엎드려 계시다 사바세계로 나온 열암곡 부처님을 보고 돌아올 계획으로 나섰다.
서남산 주차장 맞은편 경주국립공원 ‘삼릉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삼릉으로 올라갔다. 오래전 몇 번인가 둘러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바라본 눈이(왕릉 답사. 문화재 탐방, 금오산 산행) 달랐는데, 오늘따라 울창한 소나무가 겨울 햇살에 포근하게 다가왔다.
삼릉의 향기 나는 품격 소나무 숲에서 상선암과 금오산으로 올라서는 삼릉계곡을 밟았다. 저만치 ‘삼릉계 제1사지 탑재 및 석재’가 놓여 진 곳 앞에 엄마와 함께한 어린아이가 깔깔 웃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았다.
제2사지 석불좌상을 지나 삼릉계곡 두 바위 면에 여섯 분의 부처와 보살을 선으로 새긴 ‘삼릉계곡 선각 육존 불’이 있는 곳으로 올라섰다. 많은 세월의 풍파에도 형상이 아직도 뚜렷이 보였다. 상선암 걸음을 되돌렸다.
열암곡 부처님을 만나러 남산 동쪽 자락 904번 지방도로를 타고 약수 골 경주교도소 앞을 지난다. 금오봉에서 마애입불상이 있는 곳으로 내려서는 지름길이다. 무덥든 여름날 올랐던 석가사지와 불무사지 터가 남아있는 비파 골을 지나면,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용장 골 입구 용장마을을 만난다.
노곡리(별래마을) 보호수 젊은 느티나무를 살펴보고 새갓 골 주차장에 닿았다. 좌측은, 백운암, 고위봉, 금오봉으로 올라서는 능선길이다. 우측으로 0.8km 올라서 열암곡 부처님을 세 번째 만나로 간다. 봉화대를 지나 ‘신선암 마애보살상’과 ‘칠불암’으로 넘어간다. 길바닥의 흙먼지가 폴폴 날렸다.
열암곡 부처님은 비바람과 붕괴의 안전을 위해 커다란 보호각 지붕 속에 사방이 철책으로 둘러 처져 있었다. 인간 세계로 찾아온 지 15년이 넘은 세월 동안 아직도 발견 당시 모습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지난해 10 월, 조계종에서 고불식을 올리고 부처님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열암곡을 나서 경주시 외동읍 괘릉리 원성왕릉으로 갔다. 우여곡절 끝에 제 이름을 찾은, 신라왕릉 중에서 가장 격조가 높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작년 가을 인근 감산사와 최치원의 ‘사 산문 시비’ 가 세워진 숭복사 지를 둘러보기도 했던 곳이다.
삼릉 숲, 열암곡 부처님을 만난 행복하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여정 메모>
언제 : 2023.01.10. (화) 10:00~20:00
어디 : 경주 남산일원(삼릉, 열암곡 부처님, 원성왕릉)
누구 :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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