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를 달리다
창문의 휜 커튼 너머로 부여케 날이 새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 젖히니 비는 그치고 구름이 높게 걸려 있었다. 6시경에 숙소를 나와 강릉으로 향했다. 한낮의 폭염을 피해 일찍 돌아볼 요량을 했는데, 구름이 끼었으니 내심 좋게 생각 되었다. 백암온천에서 2시간 반을 달려, 굴산사지가 있는 학산 마을에 도착했다.
학산 서낭당/석천/범일 국사 부도
학산 마을 서낭당이 소나무 숲속에 보였다. 방형으로 쌓아진 돌담 안에 제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학산은 강릉 단오제의 주신 “대관령 국사성황” 범일국사가 태어난 곳으로 매년 음력 4월 15일 행사 시, 이곳을 들려 굿을 하고 제례를 올린다 한다. 범일 국사를 잉태케 한 석천을 지나 부도 앞에 섰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앞쪽으로 500년이 넘은 소나무 한 그루가 굴산사지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있었다.
굴산사지 당간지주/굴산사지 석불좌상
석천을 가로지르는 굴산교를 넘어서면 들판 가운데 2개의 높다란 돌기둥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고 높은(5.4m) 굴산사지 당간지주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엄청난 크기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신비스럽게 보인다. 새벽을 달려온 피로를 녹였다. 굴산사지 석불좌상은 미완성 같아 보일 만큼 훼손도 심했다. 문화재 지킴이(문화재청 직원) 분들이 풀베기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고하는 분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신복사지 삼층석탑/신복사지 석조보살 좌상
강릉 시내로 접어드는 길목의 작은 산속에 신복사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지 중앙에 삼층 석탑이 날렵하게 세워져 있다.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명기되어 있다. 탑 바로 앞에는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쥐고 간절히 기원하는 보살이 있다. 그날 백성들의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묵호 논골 담길/묵호 등대
남대천 건너 강릉 중앙시장을 잠시 둘러보고 동해시 묵호항으로 내려왔다. 묵호등대가 자리한 묵호동 산비탈 골목길을 따라 과거를 살아왔고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논골 담길 벽화마을은 핫 풀한 관광 명소다. ‘신랑, 신부 없이도 살지만, 장화 없이는 못 산다’ 는 장화 이야기처럼, 1960~1970년대의 골목은 무 논 같았을 것이다. 96계단을 올라온 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묵호항은 그림엽서같이 예뻤다. 통영 동피랑, 마산 가고파 꼬부랑길, 부산 초량동 만디길, 대구 토성 벽화 마을이 오버랩(overlap)된다.
천곡 황금박쥐 동굴/울진 죽변면 후정리 향나무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좋게만 느껴질 때도 있으니,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가 싶다. 천곡동 황금박쥐 동굴로 갔다. 동해 팔경 중 제5경인 동굴은, 1991년 발견되어 1994년부터 개방되었다 한다. 멸종위기 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금박쥐가 서식함으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500년이 넘은 후정리 향나무는 죽변항 못 미친 도로변에 당집(성황사)과 함께 뿌리를 박고 있다. 세월의 풍파를 온몸이 뒤틀릴 만큼 마을을 지켰다.
< 여정 메모(둘째 날) : 7.14. (목) 06:00~18:00 >
운행구간 : 백암온천-강릉시–동해시 묵호–울진 죽변항 – 백암온천(LG 생활연수원)
둘러본 곳: 굴산사지, 신복사지, 논골 담길, 황금 박쥐 동 굴, 후정리 향나무
누구 랑 : 청산부부
'황금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 밀양 여행 Ⅰ - 남명리 얼음골 (0) | 2022.08.03 |
---|---|
동해안 폐사지 여행 Ⅲ - 포항 법광사지 (0) | 2022.07.21 |
동해안 폐사지 여행 Ⅰ – 영덕 남정면 쟁암리 절골/속곡지 마애불 (0) | 2022.07.21 |
부산 북구 만덕동 – 만덕사 폐사지를 다녀오다 (0) | 2022.06.29 |
아름다운 돌담 길 - 덕산/송정 마을로 가다 (0) | 2022.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