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 ”
영화 <밀정>에 나온 ‘약산 김원봉(1898~1958)’의 말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하고 1938년에는 조선 의용군을 창설하는 등, 일제에 대한 무장투쟁에 앞장섰다가. 1948년 남북협상 때 월북한 뒤 북한에 남은 사람이다.
밀양은 산 높고 골 깊고 인물 많은 곳으로, 그만큼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고 둘러볼 곳도 많은 곳이다. 해천 항일운동 테마 거리에는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벽화, 조형물과 함께 <의열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그중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산내면 얼음골이 있는 남몀리를 찾아간다.
한동안 폭염과 함께 가뭄이 지속되었는데 태풍 5호 ‘송이’의 영향이 다소 미친 모양이다. 얼음골 신명마을 동천 계곡에는, 나들이객 마음을 홀릴 만큼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마 아래, 숯불을 피워놓고 장어와 여름 전어 고기를 구웠다. 삼 동서가 오랜만에 만나 잔을 기울 때. 먹구름이 운문산 자락을 타고 내려왔다.
이튿날 아침! 산책길을 나섰다. 빗방울이 가끔 뿌렸다. 텃밭의 옥수수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사과밭에는 얼음골을 대표하는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골안개가 저만치 내려온 길을 따라 남명초등학교가 있는 삼양마을까지 내려갔다. 맞은편으로 산안개에 덥혀있는 산이, 영남알프스 산군 중의 운문산(1,195.1m)이다.
밀양 얼음골은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된 곳이다. 천왕산( 1,189m)의 중턱 600m 지점에 널따란(29,752㎡) 너덜로 이루어져 있다. 여름철에는 바위 사이에서 시원한 냉기가 솟아 나올 뿐만 아니라 틈새로 하얀 얼음 발이 보이기도 한다. 올라가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조차 없는 것 같다. 자연의 섭리 보다 문명의 이기에 더 익숙해져서 간과하고 있다.
중양마을 ‘카페 산내랑’ 도랑가에 고목의 떡 버들나무(버드나무) 두 그루를 당산나무인가 물었다. 노모 펄 되는 분이, 큰길 식당 쪽에 당산 소나무와 참한 당집까지 있어 제사를 지냈던 곳이 있다했다. 하지만 새마을 사업 때 당집을 헐어다 했다. 어렴풋이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1990년 여름, 운문산 산행을 비 때문에 못하고, 삼양 마을 민박집에 갇혀 있었던 그날이 생각난다.
오랜 그날, 운문산 - 아랫재, 중앙능선, 천문지골, 심심이 골· 큰 골, 학심이 폭포골, - 억산 팔풍재, 석골사로 해서 얼마나 오르내렸던가? 그뿐인가 능동산(981m) ,천왕산(1,189m), 재약산(1,119m), 영축산(1,081m), 신불산(1,159m), 간월산(1,069m), 고헌산(1,034m), 문복산(1,015m), 가지산(1,241m)을 발이 닳도록 헤매고 다녔던 추억들이 얼음골과 함께한다.
2008.3.24. 개통한 국도 24번 <가지산 터널:4,580m>를 버리고, 옛 국도 24번 길로 해서 석남고개를 넘어 석남사로 간다. 집사람이 경주 산내면에 볼일이 있어, 혼자 석남사 터미널에서 KTX 울산역으로 가서 동대구로 가려 한다. 올 장마는 사실상 끝이라 하는데, 태풍 5호(송다)와 6호(트라세)가 가고 오는 영향을 받는지 석남령을 넘을 때는 장대비를 퍼부었다.
석남사를 빗길에 출발한 807번 울산 시내버스는 KTX울산역 까지 30여 분 걸렸다. 처음 대하는 울산역은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그동안 태화강역(구 울산역) 이용이 편리했기 때문이였는데,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일이 그만큼 많아서인지, 시간을 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밀양 여정은, 많은 문물(역사유적, 명승지, 인물 등) 보고 접하게 된다. 그동안 산과 문화유적(영남루, 월연정, 혜산서원, 해천 거리, 표충사, 밀양 연극촌, 퇴로리 고택, 밀양댐, 비행기 격납고, 수산제 수문, 사명대사 유적지 등)을 탐방과 답사를 했었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아직도 둘러보지 못한 밀양의 속살이 더욱 그립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2.07.30. (토) ~ 31(일) 1박 2일
- 어디 : 밀양 산내면 남명리
- 누구 : 청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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