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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마지막 기적 소리 – 경주역 잠들다

- 경주역/2021.12.27 -

 

~ 기적을 크게 울리면서 기차는 경주역으로 들어선다. 무척 슬프게 들렸다. ‘에 밀레....’하는 에밀레종 소리와 같게 들리는 듯했다. 20211227() 부전(21:34)발 동대구(00:24)1796무궁화호 열차가 마지막 경주역(23;15)을 통과면, 경주역은 새로운 천년의 꿈속으로 잠들게 된다.

 

 

- 동대구역/부전(경주)행 1775 무궁화호 -
- 국립경주박물관/성덕대왕 신종 -

 

경주역!

1918111일 영업을 시작한 이래, 103년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이다. 이제 그 고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역사의 뒤안길로 나 앉는다. 지난 15, 경주역의 폐역·폐선 기념을 지역 기관장과 시민들이 함께한 가운데 아듀! 경주역, 잊지 마! 레일 행사를 가졌다 한다.

 

- 경주역 -

경주역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경주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가지 않을까 싶다. 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 문화 유적에 힘입어 꿈이 자라고 수학여행과 더불어 국민 관광지 제일의 반열에 올랐음도, 유네스코의 문화재 복원과 유적지 보전의 권고에 폐역의 운명을 맞았다.

 

- 동애구역/부전 행 1775 무궁화호 -

20211227, 동대구(08:25)발 부전행(11;24) 무궁화호 1775호 기차에 올랐다. 내일(12.28.00:00)부터는 기차가 다니지 않을 중앙선 아화역(이전), 건천역(폐역)과 동해선, 서경주역(이전), 경주역(폐역), 불국사역(폐역), 호계역(폐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사라지는 역사(경주, 불국사)를 둘러보려고 나섰다.

 

- 승차권/영덕-포항 -

차창 밖이 오늘따라 더욱더 차갑게 보였다. 올겨울 들어 제일 낮은 영하의 체감 온도를 맞을 것이라 했다. 서경주역을 지나간다. 지난 20일은 경주역을 들렸다가 나원역(폐역)과 안강역(이전)을 거쳐 포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포항에서 영덕 간을 운행하는 동해 중부선 기찻길을 다녀왔다.

 

- 미탄사지 삼층석탑 -

경주역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내렸다. 역사는 처마가 하늘로 치켜 올려진 전통 한옥 건물이다. 경주역 현판 아래로 내일부터 영업이 종료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워낙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하면서 산 삶이라서일까? , 그렇게 지나가는 일인 냥 무덤덤하다. 불국사역으로 향해 달린다. 황량한 겨울 들녘과 나목의 가로수가 차창을 따라온다.

 

-불국사역 -
- 레일 마니아들/불국사역 -
- 불국사 역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
-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불국사역 대합실 -

09:49분 불국사역에 도착했다. 이 곳도 약간의 사람이 내리고 탔다. 삼삼오오 레일 마니아들이 플랫폼을 비롯한 역사 안팎을 카메라에 담았다. 100년 역사의 숨결이 멈추는 현장을 가슴으로 체험을 하고 있었다. 텅 빈 대합실은 사람의 온기마저 느낄 수 없었다. 사방 벽면에는 불국사역 지난날의 기록들이 점철되어 있었다.

 

- 영업 종료 안내 현수막 -
- 폐역/폐선 반대 현수막. 2019.08.30/블국사 역 -

2019830날, 불국사역을 찾은 적이 있다. 동해선(부전~포항)의 복선 전철화로 2021년 말에 불국사역이 폐역된다기에 에둘러 찾았다. 그날 “100년의 역사! 소중한 추억이 있는 불국사역! 반드시 열차는 달려야 합니다. 불국사역 폐선을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오늘은 철도운행이 종료된다는 안내 글이 붙어있었다.

 

- 불국사 전경 -
- 악귀/천왕문 -
- 봄을 기다리는 목련/관음전 뜰-

불국사역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불국사로 갔다.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 다보탑/석가탑을 비롯한 국보 6, 대웅전과 비로전 옆의 사리탑 등의 보물, 당간지주(유형문화재 제446)와 함께 전각(대웅전, 무설전, 극락전, 나한전, 비로전, 관음전)을 둘러봤다. 돌 바람이 두 뺨을 할기지만, 관음전 돌담의 목련꽃 봉우리는 봄을 손짓한다.

 

- 서역인 상/경주 박물관 특별 전시관 -
- 낙랑토기/경주 박물관 특별 전시관-
- 경주 박물관 야외 전시장 -
- 숭복사지 쌍귀부/경주 박물관 야외 전시장-

불국사 관광 안내소가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와 10번 시내버스를 타고 통일전 앞으로 해서 국립경주박물관을 들렀다. 평일임에도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1124~ 2022320일까지 전시되는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특별 전시관을 관람했다. 신라 제38대 원성왕(재위 785~798)의 능을 지키는 서역 무인상이 입구에 서 있었다. 낯선 만남에서 시작된 교류는 다양한 역사에 스며들고 외연을 넓히는 다양성을 만들었다 한다.

 

- 경주역 광장 -
- 마애불 입석/황오동 석탑 옆 -
- 황오동 삼층석탑-

경주역 광장으로 돌아왔다. 오후의 날씨는 기온이 다소 올라 움츠린 몸이 펴지는 듯했다. 광장은 무척 어수선해 보였다. “2022 동아시아 문화도시 경주 (2022.3.25.~3.27 개막, 3국 선정/일본, 오이타현, 중국/원저우시, 지난시, 한국/경주시)“를 홍보하는 부스가 어지럽게 처져있고, 연말연시 행사(?)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다. 1936년 이전한 경주역 광장 서편에 복원된 황오동 삼층석탑(문화재자료 제8)“을 둘러보고 대합실로 들어갔다.

 

- 경주역 대합실 -
- 경주역 대합실 -
- 레일러 유튜브 중계/경주역 -
- 부전행 무궁화호/경주역 -
- 떠나는 부전 행 기차/경주역 -

대합실은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과 기차가 들어올 때마다 나오는 승객들 모두가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듯 상기되어 보였다. 14:052번 홈으로 동대구발 부전 행 열차가 들어왔다. 유튜브 생중계를 하는 마니아들이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쫓아다녔다. 103년의 마지막을 한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일까?

 

- 동대구행 1756 무궁화호 -
- 경주.불국사.동대구역 추억 스탬프를 찍다 -

15:06분 경주발 동대구 행 1756 무궁화에 올랐다. 두 번 다시 타 보지 못하는 기찻길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대합실 매표소 창구에서 휴대폰 온라인으로 구매한 승차권을 종이 승차권으로 발급받아 경주역 기념 스탬프를 힘껏 눌렀다. 잉크가 말라서인지 희뿌옇게 찍혀 나왔다. 북천과 형산강 철교를 막 건넌다.

 

- 마지막 경주역 -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안녕, 경주역아!

 

<여정 메모>

- 언제 : 2021.12.27. () 07:20~17:20

- 어디 : 경주역, 불국사역, 불국사, 국립 경주박물관

- 누구 : 2(청산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