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에서 09시 출발하는 1753호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무척 오랜만의 포항행(10:51 도착) 기차다. 2015년 4월 2 일부로, 구 포항역에서 현 포항역으로 이전을 한 후 처음 길이다. 2015년 3월 14일 마지막 포항역을 마음에 담고자 다녀오기도 했던 기억이 아른아른 하다.
동대구역에서 포항역으로 가는 기찻길은 두 갈래 길이다. 2017년 개통된 KTX 포항 선(모량 분기점)과 중앙선 영천역을 경유, 경주역에서 나원역과 안강역을 지나 괴동선 이 갈라지는 곳(부조 신호장?)에서 포항역으로 가는 동해 남부선 철길이다.
동대구역에서 포항역으로 가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올해 연말(12월 28일)이 되면, 영천을 지나는 중앙선의 아화역(이전), 건천역, 서경주역(이전)과 경주역, 동해 남부선 호계역, 불국사역, 나원역, 안강역(이전) 등이 신경주역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100년에 가까운 숱한 애환을 담았던 역들과 함께했던 기찻길이 역사의 뒤 안으로 사라지게 된다.
동대구역에서 포항역 여정의 또 다른 사유는, 포항역에서 삼척에 이르는 동해 중부선의 기찻길 중, 2018년 1월 26일 개통된 포항역에서 영덕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 보기 위해서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하늘에 먹구름이 나지막이 산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하지만, 한낮은 예년 기온을 되찾아 영상 11~12도로 포근할 것이라 예보했다.
동대구역에서 영천으로 가는 대구선의 기찻길은 가천역을 지나면 옛 기찻길은 금호강 쪽으로 직선화해서 하양역과 영천역으로 들어간다. 영천역을 지나면 오래전 폐역이 된 송포역, 임포역과 이전을 앞둔 아화역을 거쳐 건천역에 잠시 숨을 고른다. 부전 행 기차 서너 편과 포항행 4편이 머물렀다 가지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기차는 모량과 율동으로 해서 서경주역에 다시 걸음을 멈춰 선다. 며칠후면 기적 소리가 끊어질 넓은 역 구내를 차창 밖으로 바라보니 어쩐지 휭 해 보였다. 그래도 현곡리 쪽으로 물러 나서도 제 이름은 찾지 않을까 싶다.
동대구역에서 KTX 고속열차는 34분 만에 포항역에 닿는다. 무궁화호 옛 기찻길은 2시간이나 소요된다. 그래도 옛길은 낭만과 추억의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는 길이다. 형산강 철교를 지나 경주역에 정차했다. 기차는 경주역에서 되돌아 북천과 형산강을 건너 나원역과 안강역으로 해서 효자역 못 미친 부조(신호장) 역에서 포항역으로 간다. 간밤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눈꺼풀이 아려왔지만 사라져 갈 모습을 마음속에 열심히 담았다.
동대구역에서 포항을 경유 영덕으로 바로 가는 기차는 없다. 동해중부선(포항-삼척, 2023 완공 예정)의 전 구간 개통 시는 직통 열차가 달리지 않을까 싶다. 플랫폼은 서울행 ktx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붐빈다. 10여 분의 환승 시간 때문에 바쁜 걸음으로 구름다리를 건너 영덕행 1735호 무궁화호에 올랐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하여 포항에서 환승한 동해 중부선 영덕행 기차는 5개 역(포항-월포-장사-강구-영덕)을 하루 7번 왕복 운행하면서 편도 34분간을 달린다. 시간에 쫓기어 포항역을 휘둘러 볼 여유조차 없이 탄 기차는 서서히 역사를 미끄러져 나갔다. 역 앞 건너편의 야산과 들녘에는 기중기가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한다. 포항의 새로운 동맥이 동해처럼 출렁인다.
영덕행 기차 객실 내에는, 여남은 사람이 자리하고 있어 보였다. 대중교통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였으나, 이용객은 정반대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월포역과 장사역을 지났다. 그나마 두 역은 시가지와 가깝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여 동해선 이름에 걸맞으나, 강구역은 중심 시가지와 좀 떨어진 아쉬움이 있는 모양이다. 또한, 역들의 플랫폼도 좁고, 짧은 구간인데도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난다. 교각과 터널은 직선화, 고속화는 될 수 있지만, 기찻길의 낭만은 느낄 수 없다.
영덕역에 닿았다. 잠시 정차 후 포항역으로 되돌아 나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역사를 밟아보는 마음도 바빴다. 플랫폼이 4층이라서 3층과 2층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왔다. 대합실에서 승차권을 발부받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광장으로 나왔다. 영덕역은 놀랍도록 웅장한 규모로 건립되어 있었다. 먼 미래를 감안했음이라도 규모의 적절성에 고개가 갸웃거리게 했다.
그 후의 여정은 포항역에서 시내버스로 구 포항역사가 있었던 곳으로 나왔다. 포항 철길 숲을 걸었다. 포항역의 이전에 따른 폐 철길(효자역 - 구포항역) 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공원 산책로로 아름답게 꾸며진 곳이다. 이태 전 효자역(폐역)에서 불의 정원까지 걸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구포항역에서 대잠고가 차도까지 추가로 정비한 구간(3km, 14:00~15:20)을 걸었다.
포항터미널(16:00, 7,900원/인)에서 버스로 동대구역 복합 환승센터(17:20)로 왔다. 어둠 사리가 시가지를 덮고 있었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1.12.20. (월) 08:00~18:00
- 어디 : 포항(철길 숲), 포항~영덕/동해 중부선 기차 탑승
- 누구 : 청산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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