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한 기회로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자그마한 동산에 460년이나 된 노거수 한 그루를 접했다. 노곡리 “바람의 언덕"이라고 명명된 곳의 느티나무다.
지난 4월 28일(수)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11:50)을 먹고 불현 듯 노곡 마을을 찾아 나섰다. 집에(12:15)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가고 오고 한 시간 반과 40~50여 분을 머물렀다 돌아오는(15:00) 시간을 감안하면 안성맞춤이다.
사문진 다리를 건넜다. 무척 오래전 건너본 다리였는데, 기존 다리 왼편에 새로 건설된 다리가 다산에서 대구로 나오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화원 유원지를 찾았던 시절이 얼마나 흘렀는가? 나룻배 대신 동력선을 탄 적이 있는데..., 1932년에 제작 발표된 “임자 없는 나룻배” 영화 촬영지가 사문진 나룻 터라 한다.
곽촌 마을을 지나, 노곡으로 가는 길 양옆은 온통 비닐하우스가 바다를 이루고 있다. 딸기와 참외를 심어놓은 비닐하우스 밭이다. 한 창, 수확하는 참외는 10시 이전에 차로 실려 나간다 했다. 농부는 일손을 잠시 멈추었다가 내일을 준비한다. 작은 봇도랑엔 맑은 물이 촐촐 흘렀다. 손끝에 닿는 물길이 차가웠다.
- 노곡 보건진료소 -
- 노곡리 우물 -
노곡 마을 안길로 들어섰다. 흙 돌담의 골목길 기와집은 70년대의 고향마을 같았다. 또한, 90년대의 붉은 벽돌 양옥집과 대리석 마감을 두른 현대의 전원주택 등이 어우러져 있다. 140여 호가 넘는 큰 마을은, 광평이씨(廣平李氏)와 수성나씨(壽城羅氏)가 각각 절반을 차지하는 집성촌이라 한다. 보건진료소 옆 골목에 노곡리 우물이 두레박과 함께 보존되고 있었다. 마을회관 옆 언덕에 올라서면 노곡 교회가 자리하고 있고, 저만치 언덕 끝에 노거수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다. 460년 동안 논실 들녘을 굽어보았으리라.
노곡 마을을 다시 찾았다.
이틀 전 들렸을 때 몰랐던 "중록 당산 제단(中蔍堂山祭壇)"이 있는 당산 소나무와 "나씨할매릉(羅氏할매陵)", 다산초등학교 노곡분교(폐교)를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들머리에서 참외 한 상자를 구입했다. 씽씽하고 당도가 높았다. “이주훈/010-2771-6528” 사장은 당산나무 위치를 종이에 열심히 그려주셨다. 마을회관 못 미친 골목에서 나씨(羅氏) 성을 지닌 동네 분의 설명대로 노곡1길 69.70 사이 대나무 숲 비탈에 올라서니 임도가 산등성이로 이어졌다.
노곡리 동제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지낸다고 했다. 산책길 옆에 당산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동네 사람들이 참관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이 지금도 이어져 내려온다 했다. 당산나무 아래 영산홍 꽃밭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3면 곡장을 돌로 쌓아 둘러친 나씨할매릉(고령 향토문화유산 유형자산 제2호)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시대 궁녀 소저(小姐)시는 연을 띄워 내려앉은 이곳에 묻혔다는 설화가 전한다고 안내 글이 쓰여 있다.
마을회관으로 돌아왔다. 담벼락 밑에 사문진 나루터에 다리가 놓인다는 기쁨의 노래 비가 세워져 있다.
사문진송(沙門津頌)
七 百里 낙동강 물 茶山 벌을 감돌아 쉬 임 없이 흐르건만, 물 건너 저 언덕 몇 리나 되기에 가깝고도 아득하였는데, 沙門津에 다리가 놓인다는 기쁨에 다함께 얼싸안고 정성으로 엮은 마(음?) 길이 열렸네, 마음이 트였네. 여러분의 정성을 이 돌에 새기나니 영원히 빛나리라.
1990년 9월 8일
* 사문진교 : 1993년 왕복 2차선개통. 그 후, 교통량 증가로 2005년 확장공사 추진, 2009년 5월 다시 왕복 2차선 사문진교 건설로 상·하행 4차선 운행.
1962년 6월 20일 개교하여 617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2009년 3월 1일 폐교된 다산초등학교 노곡 분교장을 둘러봤다. “올바른 인성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가 되자” 라는 교훈이 지금도 교정에 붙어있다.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에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월성리를 돌아 나왔다.
<그 후의 여정:12:00~14:00 >
*. 다산면의 진산이자 최고봉인 성지산(211.3m)을 다녀왔다. 오르 는 길목의 미륵령 중턱(193.5m)에 있 는, 여말조선 초 시대의 것 으로 보이는 미륵불상(향토 문화유산 유형자산 제3호)도 볼 수 있다.
*. 금류 2차 아파트 뒤편, 상곡마을 회관 인근(다산 월드메르디앙 엔라체 신축 공사장 옆)에 성지산 등산로 들머리가 있다.
*. 편도 : 2.2km(미륵불상:1.2km, 정상:2.2kn), 소요 시간 : 1시간 40분 정도.
<여정 메모>
- 언제 : 2021.04, 30 (금) 09:30~15:00
- 어디 : 다산 노곡리 바람의 언덕 외, 곽촌 미륵불상, 성지산 정상
- 누구 : 청산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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