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방어진항으로 간다. 항구를 중심으로 한 방어진 골목과 도심 속 농촌인 성동마을과 길 촌마을 옛길을 걸어 보고 싶어서다.
방어진항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으로, 1920~30년대 일본인 어부들의 한국 내 어업 전진기지 역할로 조성된 동해안 최대의 항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일본 사람들이 떠난 거리에는 아직도 아픈 기억의 흔적들 일부가 남아있다. 그 역사의 잔흔을 되돌아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제일 먼저 적산가옥 거리로 갔다. 최근 코로나-19와 겹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이 일대를 글로벌 역사문화 거리로 정비하여 관광객을 유치코자 하는 자치단체의 힘겨운 면을 볼 수 있었다. “방어진 역사박물관”은 개관을 하지 않아 둘러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오후(15:00)에 개관식과 함께 문을 연다 했다.
방어진항 골목 답사는 방어진 방파제에서 슬도에 이르는 약 2.5km 거리에 산재해 있다. 1929년 설립한 “방어진 철공조선(터)”는 울산 조선의 기반을 다진 곳으로 현재 터만 남아있다. 같은 해 우리 국민들의 뼈를 깎는 노동으로 축조한 항구시설인 “방파제 축조 기념비“가 세찬 파도에 꼿꼿이 서 있다. 그 앞에선 마음이 숙연해졌다.
- 방어진 성황당 -
용왕사 성황당 “천년 소나무”는 바다 사람들의 풍성한 어획과 안녕을 1,000년 동안 보살펴 왔다. 지금도 변함없이 촛불이 켜져 있었다. 방어진 “활어센터와 횟집골목”을 지나 “방어진 어시장”을 둘러본다. 사람들로 넘쳐나지는 않았다. 뱃전에서 내리는 펄떡거리는 가자미처럼 하루빨리 활기를 되찾았으면 한다. 차로 “방어진 어촌계 활어직판장” 앞으로 해서 슬도를 한 바퀴 돌았다. 작년에 성 끝 벽화마을 골목을 따라 멀리 대왕암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동진항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성안 옛길을 걷기 위해 “함월 구민운동장”으로 갔다. 태봉산 옆 길 “상락원”과 “황토방 가든”으로 해서 “성동 마을회관” 가는 길로 내려섰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걸음을 머뭇거리게 했다. 끝내서야 차로 돌아볼 요량으로 되돌아섰다. 성안 옛길은 도심 속의 시골을 만나는 곳이다. 성동 천 길목 배밭에는 배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성동 마을회관 앞 “덕원사”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풍암마을로 가는 풍암로 고개를 넘었다. 울산의 중구 지역은 서울이나 부산, 대구와 달리 외곽지로서 산과 들에 둘러싸인 농촌 지역으로, 옛길을 살려 사람을 힐링 시키고 있다. “해밀 아로니아 농장” 직전에서 좌측 농로로 들어섰다. 유곡리 길 촌마을로 가는 남녘 골 지름길은 꼬불꼬불한 길로 이어져서 밖의 풍광을 살펴볼 여유조차 없었다.
길 촌마을 성황당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길은 갈수록 산속을 오르고 내려서, 당집 앞의 길 촌마을 회관에 당도했다. 좁은 길옆의 작은 당집과 함께 서 있는 곰솔 나무는 수령이 200년이 넘었고, 높이가 8m, 둘레가 2.4m의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었다. 바다가 인접해 있는 지역은 내륙보다 많은 당집과 당산나무가 도처에 있다. 길 촌 구판장을 뒤로하고 또다시 곡예 길을 타고 내렸다.
수운 최제우 유허지(水雲 崔濟愚 遺墟址, 1824~1864)에 이르렀다. 외세의 침략과 봉건사회의 모순에 반대한 종교, 동학(東學)의 교조(敎祖)이다. 처가인 이곳 여시바윗골 초가집에서 수련을 하다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써, 울산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관리사 건물의 기와 덮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원활한 차량 진·출입을 위해서는 자연 훼손이 불가피해 보였다.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말이 생각났다.
길 촌마을 산길을 내려와 7번국도 북부 순환도로를 달렸다. 신복로터리에서 울산IC로 경주 방향 경부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내비게이션의 안내 목소리는 부산 쪽(울산 고속도로 : 울주 – 밀양, 새 부산 고속도로 : 밀양-수성IC)으로 가자고 애가 탄다. 미안하다 말을 듣지 않아서....
<여정 메모>
-언제 ; 2021.04.08.(목) 09:00~17:30
-어디 : 울산 방어진항, 성동, 길촌 옛길
-누구 : 청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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