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날이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2021년도,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그러나 일상의 봄은 아직도 저 먼 곳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인 모임 금지가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며칠째,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가 최악의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그저께는 집 앞의 용지산(629m)도 보이질 않았는데, 어제오늘은 차츰 나아진 상태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람이 조금 불고 있다. 대구 지역엔 주말 오후부터 시작되어 일요일엔 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 한다. 봄의 화신 벚꽃이 지고 말겠다.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이 비행기를 숨기기 위해 금호읍 신월리와 봉죽리 일원에 철근콘크리트로, 구 영천 비행장 격납고(7기)를 축조했다 한다. 몇 해 (2016년) 전부터 정부(문화재청)에서 민족의 아픈 역사이지만, 태평양전쟁과 관련된 유적을 등록문화재로 남기고자 조사를 마쳤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 흔적을 찾아 금호읍으로 갔다.
신월마을에서 도착했지만, 문화재 등록에 따른 불편 사항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파손해 버린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집안 텃밭 끄트머리에 있었던 격납고를 비가 새고 오래되어 안전상의 문제로 없앴다고 했다. “찾아오는 사람에게 입장료라도 받았으면”라는 어리석은 물음에 “누가 오는 사람이 있나요?” 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신월리 노송 군락지 쉼터와 탑 못을 둘러서 봉죽리로 들어갔다. “기고개” 가는 길옆에서 벌통을 손보고 있는 분에게 격납고를 찾는다고 했다. 용케도, 이 지역을 잘 안 다면서 금호강 제방 안쪽 마을에 단 1기가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강 건너와 기고개 너머로 해서 서너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한 곳뿐이라 했다. 정말 기대치도 않은 행운이었다. 아직도 시골의 정은 가슴이 따뜻했다.
유봉산(245.2m) 깊은 골에 자리 잡은 전통 사찰 죽림사로 올라갔다. 낯설기도 하면서 언제 다녀간 곳인가 싶어 혼란스러웠다. 바람결에 극락보전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산사를 일깨우고 있었다. 산신각과 신도비를 거쳐 부도밭을 내려와서, 영천에서 군위로 가는 국도 28번 고현천을 가로지르는 구 화룡교(舊 化龍橋, 등록문화재 제254호)로 향했다.
구 화룡교는 1929년 영주~포항(197.2km)인 국도 28호선의 건설할 때, 영천에서 군위로 가는 고현천을 건너는 교량으로 건설되었다. 교통량과 노후화로 북편에 새 다리가 놓이게 되어, 지금은 보존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유물이다. 고현천 바닥으로 내려왔다. 구 화룡교 남편에는 새 다리를 건설하고 있었다. 구 화룡교를 가운데 두고 양방향 2차선으로 확대할 모양이다. 옛 다리를 걷는 바닥의 이음새 사이로 냇물이 보일 만큼 세월에 부디 끼고 있었다. 상행선 화물 열차가 철교를 건넌다.
1929년 화룡교와 같은 해에 지어졌다는 화산공소를 찾아갔다. 굳게 잠긴 철문의 빗장을 열고 성당 경내를 살폈다. 붉은 벽돌 대신 검은색 기름을 칠한 나무판자로 벽을 마감한 단층 건물이 구 화산 공소임을 알 수 있었다. 신녕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하얀 꽃비를 뿌려대고 있었다. 지금은 멈추어진 종탑을 올려 쳐다 보고 공소를 돌아 나왔다.
사일 온천을 품은 풍락지(사일못)를 지나 금호읍 시가지로 나왔다. 가까운 곳에 격납고란 아픈 역사가 있는 줄은 몰랐다. 몇 해 전 밀양에 숨어있는 비행기 격납고를 찾아갔다. 그때 나라의 힘없음을 알았고, 작년 가을 제주 알뜨르 비행장을 갔을 시엔 더욱더 슬픔을 느꼈는데, 오늘도 착잡했다. 하양과 안심을 경유 월드컵 경기장 앞을 지나 범물동으로 넘어왔다. 일제의 흔적을 없애느냐, 아픔을 알아야 하는가..., 영천 여정을 마친다.
<여정 메모>
-언제:2021.04.01. (목) 10:00~116:30
-어디:영천 금호읍(격납고), 서부동(화룡교), 화산면(화산공소)
-누구:청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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