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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청도로 가는 여행 2 – 화악산 돌배나무를 찾아가다

-청도 상리동 돌배나무 -

 

  3월 초순을 넘긴 날씨가 아직은 쌀쌀하지만, 바깥바람의 유혹을 못 이겨 집을 나섰다. 화악산(930.4m) 자락 상리마을에 있는 경북도 기념물(119)로 지정된 돌배나무를 찾아간다. 얼마 전에 찾아갔던 각남면 신당리 은행나무를 지나 옥산·한재로 가는 902번 지방도로를 타고 화악산 밤티재를 넘는다. 벚꽃 나무 가로수는 하얗게 꽃을 피웠다.

 

- 상리동 미나리 단지 -

 

- 청도읍 상리 마을-

  한재(초현리, 음지리, 평양리, 상리) 일원은 오래전부터 봄을 살찌우는 미나리가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화악산 맑은 물길에 의해 길러지는 미나리는 봄철 최고의 별미다. 밤티재를 넘어서면 골 안이 온통 새하얀 비닐하우스로 물결을 이룬다.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미나리영화같이 대박을 이루었으면 한다.

 

- 돌배나무 집 가는 이정표 -

 

- 돌배나무 있는 곳으로 가는 길 -

 

- 돌배나무 가는 길목의 진달래 꽃-

 

- 아래 화악산 자락의 미나리단지&진달래 군-

 

  한재천 건너 산허리에 자리한 돌배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길은 세면 포장길이지만 경사가 제법 가파르게 이어졌다. 길 옆 산자락에 핀 진달래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맞은편 아래 화악산(755m) 중턱에도 붉은 진달래꽃밭이 햇살에 눈을 부신다. 그 아래쪽 철마산(634m) 능선에도 진달래 군락지가 붉게 물들어 보인다.

 

- 밭담 -

 

- 막돌로 쌓은 밭담-

 

- 미나리 꽝 -

  어른 키보다 높게 돌로 쌓은 계단식 밭 위 비닐하우스 안에도 연초록의 미나리가 가득하다. 밭을 일구느라 흘린 땀방울이 미나리 꽝을 적신 물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 멀리 길모퉁이 아래에 나목의 돌배나무가 하늘로 치켜 자라고 있었다. 바쁜 마음으로 다가서는 걸음 앞을 검둥개가 어슬렁어슬렁 내려온다. 머리끝이 곤두서진 최악의 순간을 맞는다.

 

- 돌배나무&염수당-

  자자 않아, 않아라는 말과 함께 오른손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손짓을 보였지만, 꼬리를 흔들면서 가까이 접근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긴 호흡을 하고서 용기를 내어 돌배나무를 쳐다보았지만, 바짝 다가와 엎드린 검둥개를 보면 금세라도 덤빌 들 한 늑대 같았다. 김해 김씨 시조, 김지대(1190~1266) 선생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건립된 재실 염수당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길 언저리를 돌아 나와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 무척이나 오래전 개에게 물렸던 적이 있다.

 

- 화악산/좌(철마산), 가운데 봉(아래 화악산), 우측 (윗화악산) -

 화악산은 예전에 몇 번 정상을 올랐던 곳이다. 1990년대 초반,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화악산 들머리인 평양 마을에 내렸다. 학생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학교 앞을 지나 아래 화악산, 철마산과 윗화악산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계곡으로 내려온 원점 산행을 했다. 한 번은 밤티재 능선을 타고 각남면 사리마을로 내려왔다. 사리마을로 들어온 시내버스로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로 간 적도 있다.

 

- 천주사 -

 

- 죽바위/고송 -

각남교회 삼거리에서 옥산 보건진료소 앞 제방을 따라 들어가면 보이는 죽 바위(竹岩)를 찾아갔다. 몇 해 전 옥산리 대산사 삼층석탑을 찾아갈 적에 올려 쳐다본 죽 바위가 생각나 천주사로 갔다. 죽 바위는 엄청난 크기로 다가온다. 그 바위 위에 노송이 기품 있게 자라고 있다. 밑에서 바라만 보고서 돌아 나와 범곡리 지석묘군(경북도 기념물 제99)이 있는 곳으로 갔다.

 

- 범곡리 고인돌 -
- 범곡리 지석묘-

 

- 청도천 -

  1,700년 전, 청도의 초기국가였던 이서국(伊西國)은 신라 제14대 유례왕(297) 대에 신라군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전한다. 청도천 동쪽 20번 국도변에 청동기 시대, 이 지역 지배 계층의 무덤으로 보이는 지석묘 22기가 두 줄로 열 지어 서 있다. 맞은편 무덤 주변에 있는 12기의 고인돌을 보기 위해서였다. 삶의 변화는 양택(주택) 만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음택(묘지, 고인돌 무덤 화장(납골당)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송북리, 눌미리 강변을 따라 유동리(연지)로 나왔다.

 

- 청도천/송북리~눌미리 제방길 -

  청도 여정은 이름을 떨치는 산(운문산, 남산, 화악산, 용각산 등)만큼, 골 깊고 물 맑은(청도천, 동창천) 강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높고 깊은 여정을 쉬엄쉬엄 걸어보고 싶다.

 

<여정 메모>

-언제:2021.03.22. () 14:00~18:00

-어디:청도 일원(돌배나무, 죽 바위, 고인돌)

-누구:청산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