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바위 만남의 광장에서 북지장사 경유 팔공문화원으로 가는 7.4km가 팔공산 둘레길 1구간이다. 반면 팔공산로 도장마을 입구에서 방짜유기 박물관을 지나 북지장사까지가 팔공산 올레길 1코스다. 이렇게 두 길이 중첩될 만큼 북지장사 가는 길은 대구 제일의 힐링 숲길이다.
단산지가 있는 봉무동 공원 주차장은 평일 임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코로나 19는 만남조차 멀리할 수밖에 없는 갑갑한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단산지 둘레길 만한 곳도 없다. 하지만, 발길을 돌려 북지장사로 향했다.
북지장사는 팔공산 갓 바위산행 시에 자주 들린 곳이지만, 오랜만에 도장마을 입구 방짜유기 박물관 앞으로 올라서면서 무척 놀랐다. 25년 전, 대구 시정에 몸을 담고 있을 무렵, 온갖 어려움 속에 동분서주했었던 곳의 변화를 보는 순간 발걸음도 함께 멈추어졌다.
“국가 정보자원 관리원 대구센터” 신축 공사장이다. 하늘에는 커다란 크레인이 걸려있고, 땅 위에는 무수한 건물이 들어서는 엄청난 규모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1995년 4월 사무관 승진과 함께 공무원 교육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구 대구 여중 교사 건물을 사용하던 시절이다.
첫 현안으로 교육원 신축 이전 사업이었다. 달성군 현풍면 상하리, 북구 사수동, 가창면 정대리, 동구 도학동을 답사 끝에 도학동으로 결정되었다. 지장지 아래, 포도밭과 과수원으로 이루어진 67필지 26,000여 평에 달하는 용지 매입에 나섰다. 숱한 곡절을 거쳤지만 끝내 신축 사업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토지 매입비 41억 원, 건축 설계비 3억 원, 진입도로 개설비 10억 원 등에 대한 감사로 질책만 받았다.
지장 못 둑 위에서 공사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형언키 어려웠다. 비록 일천여 동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내어준 도장마을 최고 어른이셨던 권 통장 부친 “권 0·0”옹, 절 땅의 종단 승인을 신속히 받아준 “동화사 주지 스님”, 포도나무 한 포기, 사과나무 한 주, 받침목 한 개까지 챙겨준 “나 재·0”님, 그때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수만 번의 발걸음 위에 무르익는 열매(대구센터)를 보는 감회가 어찌 새롭지 않을까.
북지장사 가는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의 솔향을 맡는 숲길이다. 이 따끔 다른 일행도 힐링 길을 오른다. 오랜 가뭄 끝이라서 인지 계곡의 물길은 이어졌다 끊어지곤 했다. 길옆의 용트림하는 소나무 둥지에 쌓은 조산(造山)이 군데군데 보였다. 명산 팔공산의 기운을 보듬고 싶었던 모양이다. 바람고개 개울을 지나 오르는 좌측에 집 두 채가 새로 보였다. 저 멀리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북지장사의 전각이 보였다.
지장전 (보물 제805) 안의 지장보살을 참배하고, 대웅전과 뜨락의 삼층석탑을 둘러보았다. 요사 채 뒤편의 나목 가지와 공양 간 마당 한 곁의 장독대가 고찰을 빛나게 했다. 우리는 바람고개 네거리에서 서당마을 길로 들어섰다. 길은 솔잎이 소복이 쌓인 아늑한 능선으로 이어져 내렸다. 도장골을 우측으로 안고 내려서는 숲 사이로 대구센터 공사장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저만치 붉은 진달래 꽃망울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하동정씨(河東鄭氏) 단소가 있는 성소 입구로 내려섰다. 서당마을이 지척이다. 마을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시촌으로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동화천 서당교를 지나 팔공산로 큰길로 나와 나들잇길을 마감했다. 팔공산 둘레길 제1코스의 종점인 팔공문화원(옛 공산면사무소) 까지는 약 1km 정도를 더 걸어가야만 한다. 단산지 둘레 길을 대신하여 북지장사 가는 길목에서 봄기운을 마셨다.
<여정 메모>
-언제 : 2021.3.11. (목) 11:00~16:00
-어디 ; 븍지장사 가는 길
-누구 ; 청년회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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