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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고향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 대정동 선돌 · 대전리 은행나무

-,대정동 선돌 -

 

  경칩(驚蟄) 날이다.

개구리가 봄볕에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이다. 오후 2시가 넘어서 경산의 대정동으로 길을 나섰다. 선돌(立石)을 보기 위해서다

 

  선돌은 선사시대에 땅 위에 자연석이나 그 일부를 가공한 큰 돌을 하나 이상 세워 기념물 또는 신앙대상물 등으로 삼은 돌기둥 유적. 일명 입석(立石, menhir)’이라고도 한다. 고인돌支石墓, dolmen, 열석(列石, alignement)과 함께 대표적인 거석문화(巨石文化)의 하나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경산 대정동 마을 일원에 있다는 6기의 선돌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찾아볼 요량이었으나, 대중교통편과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어오다 나섰다. 지하철 2호선 정평역과 영대교를 지나 경산네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경안로(경산안심)를 조금 달리면 오른쪽으로 대정동 마을 이정표를 만난다.

 

- 대정동 구판장 -

  대정동은 남천면 용각산(693m)에서 발원하여 시내를 가로질러 안심에서 금호강에 몸을 합하는 남천과 용성면 발백산(650m)에서 흘러오는 오목천이 앞뒤를 감싸 안고 있는 임당들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의 아파트 숲을 보아 얼마지 않아서 아파트군()에 의한 점령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마을회관으로 갔다. 오랜만에 상기되는 슈퍼마켓(편의점)에서 대정동 구판장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 대정 정미소 -
-대정 정미소 -

  따뜻한 봄 날씨처럼 발걸음을 내딛는 골목은 한산했다. 길옆의 대정 정미소는 언제 멈추어 섰는지 모르나, 일부 천정이 뚫려있고 바닥은 기계 자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철거 덕, 삐거덕 소리와 함께 뿌연 먼지를 날리면서 벼와 보리를 담아 올려 빻은 뒤 백옥 같은 쌀알을 콸콸 쏟아냈던 그 모습이 눈앞을 달려간다. 아직도 고향 마을의 "미산 정미소"는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으니 고맙다.

 

- 동래정씨 재실 -
- 재실 경내 선돌(風詠臺) -
- 정동구 정려각 -

  마을 밖을 돌아 고목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재실 뒷담에 이르렀다. 그 나무 아래 세월의 이끼를 품고 있는 커다란 선돌(風詠臺, 각자 유함)이 보였다. 삼괴재 및 정동구 정려각(蔘槐齋 鄭東龜 旌閭閣)은 높다란 담으로 인하여 전부를 볼 수가 없었다. 홍살 넘어 구제표증지려(求齋表贈之閭)”란 정려각 현판을 둘러보는데 족해야만 했다.

 

- 삼거리 선돌 -
- 삼거리 선돌 -

 

  마을의 동쪽 임당 개울 작은 다리를 건너기 전, 삼거리에 있는 전봇대와 가로등 옆에 선돌 한기가 서 있다. 자연석이 아닌 깬 흔적이 있는 네모난 선돌은 높이가 약 3m 정도는 되어 보였다. 한쪽 면에 구제정공유허(求濟鄭公遺墟)”라는 각자가 새겨져 있었다. 삼괴재와 연이 있는 듯 보였다.

 

- 임당천&들녘 -
- 효자 서렴지려각 -
- 당산나무&선돌 -
- 당산나무&선돌(農樂峴)-

  임당천 작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측 제방을 따라 동편으로 올라가면 "효자 서렴지려각(徐濂之閭閣)”이 있다. 다시 걸음을 임당 들판 쪽으로 옮기면, 들 언저리에 아직도 봄옷으로 갈아입지 못한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랜 세월에 밑 둥이 싹은 나무는 커다란 선돌(農樂峴/각자)을 보듬어 안고 있다. 당산 목으로서 기원했을 터인데 찾는 이 없어 애잔하다.

 

- 선돌(竹亭老人晩茶) -
-KTX 기찻길 -

  제방 둑으로 올라서서 공공주택 용지로 지정된 들판으로 걸으면 덩그러니 서 있는 돌기둥 하나를 또 만나게 된다. 삼거리 골목길에서 만난 선돌보다 높아 보인다. 오래전 칠곡군에 있는 신동입석(新洞立石, 높이 4m, 밑 둘레2m, 경북도기념물 제29)”과 신안군 압해도 동서리 선돌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에 버금 할 정도인 선돌에도 죽정노인만다(竹亭老人晩茶)”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지만, 노인이라는 두 글씨만이 뚜렷하게 보였다. 또 하나 오인석(五仁石)” 각자의 선돌을 찾아 KTX 기찻길과 대구선 기찻길 쪽으로 갔다가 그만두었다. 정작 임당들 동편 포도밭 안에 있는 모양이다.

 

  언제 다시 오인석 선돌을 찾아 나설는지 모른다. 날씨가 4월 중순을 치 닫을 만큼 따뜻하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기원의 믿음 처인 선돌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세월을 지새운다.

 

- 대전리 은행나무 -
- 대전리 은행나무 -
- 대전리 은헹나무 -

 

 대정 마을에서 청도 이서면 대전리(한밭 마을)에 있는대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1)”를 둘러보고 왔다.

* 선돌 각자(刻字) : blog.daum.net/blssjk/4416830 신종기의 건축 이야기

 

 

<여정 메모>

- 언제 : 2021. 03. 05() 14:30~18:30

곳  : 경산시 대정마을 선돌, 청도군 대전리 은행나무

- 누구 : 청산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