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산행지로 수성구의 진산인 용지봉(629m)을 무척 오랜만에 올랐다. 그간 827회 산행, 346곳의 산, 61번째 용지봉을 오른 셈이다. 1989년 대구 팔공산 서봉(1,147m)을 시작으로 30여 년간의 산과의 인연을 맺은 성적표다. 또한, 용지봉은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도 예닐곱 번은 올랐다.
범일중학교를 지나 송정아파트 옆, 밭 자락으로 올라서 뿅뿅이 외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소나무 숲을 거슬러 오르면, 가뭄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작은 저수지 둑 위로 올라서 진다. 저수지에는 버드나무와 은 사시/포플라? 나무가 거침없이 하늘로 치솟아 자라고 있다.
산길은 울퉁불퉁한 임도를 따라 오르다,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사면 골짜기로 들어간다. 임도는 체육시설인 배트 민트 장으로 올라서 진다. 길다운 길은 없고 물골이 길을 대신한다. 금세라도 뛰어내릴 듯한 커다란 바위가 있는 산자락을 돌아서면, 예전엔 맑은 물이 촐촐 솟아 나왔던 약수터(샘터)를 만난다. 이 샘물은 음용수에 부적합이라서 폐쇄 조치를 했다.
용지봉 지능선의 명당 터에 자리한 무덤을 지나 똬리 길을 거친 숨을 헐떡이면, 주 능선으로 올라서는 사면 비탈이다. 낙엽이 발목을 푹푹 적시는 비탈을 한발 한발 내디디면 한 줄로 도열한 상수리나무가 반긴다. 요 며칠간 표독한 바람결이 오늘은 시원스럽게 볼을 적셔온다. 햇볕을 받은 언 눈발이 반짝인다.
헬기장으로 다듬어져 있는 정상은 사방의 조망이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북쪽으로 팔공산의 주 능선이 서에서 동으로 길게 파노라마 치고 있다. 남동쪽 감태봉(578m)으로 오르는 길목은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감태봉에서 좌측은 경산 성암산(472m)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병풍산(571m), 동학산(603m), 상원산(673m)으로 해서는 팔조령에 다다른다. 산길은 다시 봉수대(북봉대) 터를 지나 삼성산(668m), 우미산(747m), 통점령으로 해서 헐티재로 내려섰다가 비슬산(1,084m) 천왕봉으로 이어진다.
범 바위 아래, 사슴 농장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려다, 배트 민트 장 쪽으로 내려선다. 청도로 가는 30번 국가지원 지방도로 변의 상원리, 단산리 옥분리 들판의 가창면 일원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북쪽으로 보이는 지산동, 범물동, 황금동의 아파트 숲과는 대조적이다. 남서쪽으로 주암산(847m), 최정산(905m)이 흰 눈을 덮어쓰고 멀리 보인다. 그 아래로 푸른 물빛의 가창 댐이 고요하다.
법이산(333m) 봉수대로 내려섰다.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시, 부산에서 밀양, 청도 남산 봉수대를 떠나 팔조령 북봉대를 거쳐 팔공산 의병 본대로 전하는 길목의 봉수대였다 한다. 호텔 수성 쪽으로 내려서는 길목 못 미쳐, 화성파크 아파트 길로 내려섰다.
작년 2월에 시작된 코로나19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조금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일상의 모든 일을 멈추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삶에 활기를 잃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젊은 시절에는 꿈을 위해서고, 세월이 흐른 뒤에는 추억을 뒤척인다고 하는데, 새해의 꿈 다짐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용지봉이라도 오르자, 그리고 두 달에 한 번은 새로운 산(山)을 올라보자.
<여정 메모>
- 언제:2021.01.11. (월) 10:30~15:00
- 어디:용지봉 산행
- 누구:3명(임 관장, 남 소장,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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