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비로봉(1,192m), 동봉(1,167m), 서봉(1,150m), 범물동 대덕산(599.5m), 용지봉(629m), 법이산(333m). 산을 나름대로 많이 다녔음에도, 산(山)과 봉(峰)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잘 모른다. 사전적 의미로는 산은 “둘레의 땅보다 훨씬 높이 우뚝하게 솟아있는 땅덩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반면, 봉은 ”산꼭대기의 뾰족하게 솟은 머리”라고 명기하여 놓았고, 산꼭대기는 “산의 맨 위”라고 한다.
그렇다면 팔공산은, 서(西)에서 동(東)으로 뻗은 능선 위에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 서봉 등의 여러 봉우리가 있다. 한데, 대덕산과 법이산에 연결된 용지봉은 어느 산의 주봉인가? 아니면, 봉과 산의 명칭을 어떻게 부여했는지 설명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의 예는 일정한 높이 이상을 산이라고 정의를 부여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강창역 1번 출구로 올라왔다. 동산동에서 이전 후, 처음 보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건물이 밋밋하면서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좀 더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디자인된 건축물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강창 다리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시(市)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강창 매운탕과 강정 유원지 튀김 조림의 추억이 스며있는 곳이다.
궁산(250.9m)으로 산행을 나선 걸음이다. 어제저녁에 살짝 뿌린 빗방울은 그쳤지만, 안개가 많이 낀 날이다. 애초 강창교 옆 이락서당(伊洛書堂) 쪽에서 오를 계획이었으나, 우방유쉘 아파트 옆 기찻길 나무 침목으로 쌓은 계단으로 해서 올랐다. 날씨 탓인지 붐비지 않는 산길은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었다. 시원스럽게 간벌한 숲속은 걷는 내내 힐링이 되었다.
궁산으로 가는 능선 길 서쪽 다사읍 죽곡리 방향은 단애의 수직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 아래로 금호강 물이 궁산을 멀찌감치 휘감아 돈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의 가사령(佳士嶺, 500m)과 기북면 성법령(省法嶺, 709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금호강이다. 먼 길을 달려온 강물은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일원에 달성습지를 만들고, 낙동강의 품에 안겨 여정을 마친다.
산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오르는 걸음품을 요구했다. 한 시절 같았다면 한쪽 깨금발로서도 쉽게 올라설 길이었지만, 지금은 지새운 날만큼이나 발걸음에 세월의 추가 달려져 있었다. 소나무 숲 가지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얼마나 높게 다가서 오는지 가쁜 숨을 연신 몰아낸다.
궁산의 정상은 4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250m의 낮은 산으로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 는 속담에 걸맞은 산이다. 2시간 가까운 발품 끝에 올랐다. 안개만 끼지 않았다면 세천 공단 너머 마천산 과 동북쪽 와룡산, 그 너머 팔공산으로 해서 남쪽의 앞산과 비슬산까지도 조망할 수 있을 터인데. 안타까움이 들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 꾼은 문화대학이 있는 신당고개 방향으로 해서 와룡산(299.5m)까지 종주하는 모양이다. 길목에 봉분이 유달리 큰 무덤 한기가 보였다. 자연석으로 둘레석을 돌리고, 높다란 묘비, 세월의 흔적이 베인 상석, 문양이 새겨진 삼단 높이의 향로석, 곡장 양옆에 문인석이 서 있는 무덤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승의랑수 호조정랑 낙제서공지묘( 承義郞守 戶曹正郞 樂齊徐公之墓)" 조선 중기의 학자 서 사원(徐思遠1550~1615) 유택이었다. 1592년(선조 25)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7월 팔공산 부인사에서 공산의진군(公山義陳軍)을 조직하여 의병장을 지낸 분이다. 언제의 흔적인지 모르나 묘비 전면부에 총탄에 맞아 폐인 자국이 서너 군데나 있었다. 어떤 연유로 인한 아픔일까?
궁산으로의 나들이는 지하철 2호선 강창역과 계명대역을 이용하는 교통의 편리함이 무엇보다 좋았다. 또한, 정상으로 가는 길목 내내 금호강의 푸른 강물을 내려다 볼 수 있음도 행복하다. 산행을 마친 뒤, 약간의 시간을 낸다면 호산 동 인근의 전통문화유산 – 이락서당, 낙선재, 경모재, 김해김씨 효부 정려비 각, 신당동 석장승 등 – 을 만나 볼 수 있다.
궁산(250.9m)을 다녀오면서, 용지산(龍池山)이 아니고 용지봉(龍池峰, 629m)이라 부르게 되었는지가 더욱 궁금하다.
<여정 메모>
언제:2021.01.22. (금) 10:30~13:30
어디:궁산(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누구:2명(박 사장,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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