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수월 돌담 마을로 다시 찾아 나섰다. 날씨가 갑자기 며칠째 추워졌다. 하긴, 일 년의 마지막 12월이 중순을 치닫고 있으니 정상인 날씨다. 날씨만큼이나 연 사흘째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게 발생했다. 어디론지 조심스럽게 나설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사람 사는 곳을 마음 놓고 갈 수 있어야 함에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상 수월 마을로 지난 10월에 다녀온 적이 있다. 비슬산 자락의 오지 마을로 다랑논을 찾아서 나선 걸음인데, 뜻밖에 골목골목이 돌담으로 쌓아져 있었다. 그간 돌담 마을은 바람이 심한 섬 – 제주도, 청산도 상서리 마을, 관매도 관호 마을, 암태도 송곡 우실, 비금도 내촌 마을 등 -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상수월리는 무척 예외적이었다.
성곡2리(안 장기 마을) 고개를 넘어서면 성곡 댐 상류에 닿는다. 댐 건설로 수몰된 고분군 “성곡리 유적 석관묘 이전” 유적지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지난가을부터 가뭄이 오래 지속한 탓인지 댐 수위가 아주 얕아져 보였다. 성곡리 당산나무가 심어진 댐 안으로 가는 길이 머지않아 드러날 것 같았다.
상 수월 마을 당산나무가 있는 버스 종점이다. 당산 목 느티나무는 잎을 떨구고 찬바람에 가지를 붙들고 있었다. 지난번 둘러보았던 4H 클럽 표지석과 땅에 묻은 연자방아 숫돌 위에 올라섰다.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가을에 따뜻하게 다가왔던 그 돌담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계절을 타고 있는 걸까?
토종 벌 통이 거푸 짚으로 단단히 동여 매여 있었다. 골 깊은 산골의 긴긴 겨울 보내기를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보림사로 올라갔다. 굵은 밤송이를 떨구었던 노목의 밤나무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슬레이트와 함석으로 지붕이 덮어진 빈집을 지키는 감나무도 나목으로 찬 겨울을 맞고 있다. 찐한 마음에 몇 번인가 셔터를 누른다. 어릴 적 고향집 골목 앞에 서 있는 나를 본다.
<여정 메모>
-언제:2020.12.17. (목) 11:30~16:00
-어디; 상 수월 마을
-누구:6명(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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