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상에서 변화는 부지기수다. 그중의 가장 많이 변모한 것이 주거 형태가 아닐까 한다. 60~70년대의 시골집은 이엉으로 덮은 초가 일색이었다. 물론 반 촌에는 고랫등 같은 기와집이 늘어서 있기도 했다. 그 초가들이 함석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변모하여 다시 벽돌 양옥을 거쳐서, 요즈음은 유럽풍 전원주택으로 탈바꿈해 있다.
도시(都市)의 주거형태 역시 판잣집, 기와집, 빌라에서 저층 아파트로 변화하였다. 지금은 웬만한 도심의 단독 주택지는 설 자리를 잃고 고층 아파트 또는, 도시복합 오피스텔로 변신하여 뉴욕의 마천루를 능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복현동 네거리에서 경북대학교 동문으로 올라가는 경대 길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에서 빌라가 들어서면서 넓혀진 길은 차도와 소방도로를 겸하고 있다. 예전의, 사람 몸 하나 겨우 빠져나갈 골목에서 큰 변화가 있는 곳들이다.
복현 종합시장도 여타 골목시장과 마찬가지로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몇몇 가게가 문을 열었지만 내왕하는 사람이 많지를 않았다. 그 옆에는 규모의 마트가 들어서 있고, 동북로 큰길에는 저렴한 다이소 매장과 농협 마트까지 인접해 있었다.
경진초등학교 후문에서 경대 북문으로 내려서지는 약간의 구릉지로 올라서니 나지막한 집들이 나타났다. 담 밑에 내어놓은 화초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아직도 옛 골목이 남아 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푸른색, 노란색, 주황색을 칠한 대문이 서로 입맞춤을 하고 있다. 골목에는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한 도시재생 우수 사례에서 “복현유사”기록 문화가 우수상을 받았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골목을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을 디디었다.
장독이 대문간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시골 같으면 우물가나 정지문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을 장독대가, 도시의 단독주택에는 대문 위가 제격이다. 장독대 위로 벌겋게 익은 대봉감이 가지를 드리웠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경진초등학교를 들렸다가 복현 오거리 쪽으로 걸어 복현동 우체국 앞으로 내려섰다. 걷는 길목은 어느곳 보다 많은 빌라 등의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아마도 경북대학교 북편의 구릉지를 따라 형성되었던 자연스러운 변모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복현동 우체국 뒷골목의 화려한 간판들이 눈을 어지럽게 했다. “복현동 먹자골목”이다. 학생들이 오가는 활기찬 젊음의 거리답게 상가들로 꽉 차 있었다. 동북로 큰길로 돌아 나왔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고향집 들어가는 골목을 걸어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여정 메모>
-언제:2020.10.31. (토) 10:00~11:30
-어디:복현1동 일원
-누구: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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