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각달각 바닥 돌, 답답하다 장기(마을), 수철(월)리...”
골목 안에서 만난 나이 드신 어머니의 노랫말이다. 상수월 마을 골목은 유달리 돌이 많았다. 큰 바위가 당산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 어귀부터, 골목을 들어서면 좌우 집들의 울이 돌담이다. 돌이 왜 이렇게 많으냐는 물음에, 어머니가 부른 노랫가락 한 소절..., 얼마나 돌이 많았기에 답답하다 했을까?
비슬산 조화봉을 뒤로하고 성곡 댐을 앞으로 한, 수월 마을을 들어서면 풍수지리설에 의해 지극 정성으로 쌓은 1)조산造山(돌무더기)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있다. 정자에서 만난 마을 분의 이야기로는 어느 날 밤에 누군가가, 그 앞에 묘를 써 놓았는데 지금도 있다 했다. 나무 덩굴에 가려져 알 수가 없었으나 그만큼 명당 터였던 모양이다.
골목을 훑어 보림사로 올라갔다. 대웅전에 들려 기도를 하고 경내를 둘러보았다. 산신각 뜰 아래 잔디밭에 오래전 삶의 흔적인 2)고인돌이 보였다. 청아한 하늘빛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뒷산 자락에는 빨간색 지붕의 전원주택이 가지런히 들어서 있었다. 모처럼 보기 힘든 3)토종 벌통이 세워져 있는 담 너머로 따가운 가을볕이 내려앉는다.
한적하고 고요한 골목길을 내려선다. 잎사귀를 떨군 감나무 가지에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집채만 한 바위가 앉아있는 돌담 사이에 뿌리를 밖은 고목 밤나무는 밤톨을 토해낸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 길목에 집안의 번창을 위한 조상의 유덕을 기리는 전주이씨 종사인 4)월관재(月冠齋)를 둘러본다. 해묵은 기왓장 위로 늦은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
어느 곳보다 고즈넉한 시골 마을인 상 수월에도 하루 4번 버스가 들어와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만, 오지 중에 오지 마을로서 옛 정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 뒤 고목 느티나무는 매년 정월 초이튿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올리는 5)당산나무가 세월을 짊어지고 왔다. 그 아래는 옛날 마을마다 활발했던 6)4H 클럽 표지석과 고달픈 봄날을 찧었던 7)돌메방아(연자방아) 암·숫돌이 묻혀있다. 수월지 약샘골 8)약수탕에는 약수가 졸졸 흘러나온다. 또 인근 산 넘어 금곡마을에는 아직도 서낭당집을 볼 수 있다.
상수월로 가기 위해 가창 댐으로 올랐다. 댐은 어느 때 보다 긴 장마와 잦은 태풍 탓인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정대 숲과 헐티재를 넘어 각북면 덕산으로 내려갔다. 덕산에서 군블로(찜질방) 경유 풍각 · 창녕으로 가는 길을 따라 성곡 댐 상류로 들어갔다. 길목은 완연한 가을로 변신을 하고 있었다. 산비탈의 억새꽃이 하늘거렸다.
성곡댐 상류의 푸른 물빛이 저만치 고개를 내밀었다. 한국농어촌 공사가 부족한 농업용수와 생활 식수를 위하여, 1999년에 착공하여 2009년에 완공한 댐이다. 풍각면 성곡리, 현리리, 봉기리, 수월리 등 4개 마을 16개 자연부락이 수몰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길 좌측 둔덕에 댐 축조 시 발굴된 1000 여기의 고분군 가운데 10 여기의 고분을 이전 복원하여 두었다. 물속의 작은 섬에는 성곡 마을 당산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담수할 즈음 걸어서 가보았던 곳이다.
돌아 나오는 길목은 풍각 논공단지가 있는 봉기리 방면으로 내려왔다. 길옆 “당산나무 쉼터”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수령이 자그마치 400~500년이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 노거수는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나무보다 둘레가 커 보였다. 두 팔을 벌려 대여섯 아름이나 되었으니, 아마도 7~8m는 될 것 같았다. 당산나무를 뒤로하고 풍각 시가지가 있는 구 길로 해서 “봉기동 삼층석탑(보물 제113호)”이 서 있는 각북면 쪽으로 들어섰다. 저녁 해가 들판 너머 산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땅거미가 어둑할 무렵 길목의 용천사 부도밭으로 올라갔다. 엄청나게 큰 석종형 부도 6기가 산자락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무척 오래전 용천사 부도를 보고 나서, 여러 절간의 부도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삼배하고 내려와서 다시 헐티재를 넘는다. 어둠이 짙게 내리 깔렸다.
<여정 메모>
-언제 : 2020.10.05.(월) 14:00~18:30
-어디 : 상수월 마을
-누구 : 2명(청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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