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옥포를 찾아간다. 간경 마을에 있는 왕 버드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옥포 하면 비슬산 적멸보궁 용연사(龍淵寺, 신라 선덕왕 1년(912)보양 국사 창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둘러본 지가 무척 오래된 것 같다.
대곡역 1번 출구로 올라와서 600번 버스로 갈아타고 간경리 1 정류장에 내렸다. 빗방울이 떨어졌다. 며칠 전 큰 피해를 남긴 제9호태풍 “마이삭” 보다 더 강력한 “제10호 하이선(955 hpa. 35m/s)”이 내일(9.7/월) 아침 부산 앞바다로 해서 동해로 빠져나갈 것이라 한다. 그 영향으로 종일 비를 뿌릴 것이라 했다.
왕 버들나무를 찾기 위해 마을길로 내려섰다. 고층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시가지의 확장으로 도심과 구분이 어렵다. 소규모 공단이라기보다 크고 작은 물류 창고들이 옛길을 따라 들어서 있다. 물론 예전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은 아니지만 공장인지 창고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간경1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커다란 버드나무 2그루를 만났다. 간경교를 지날 때, 다리 아래로 흘러내리는 기세곡 천 물길 제방에 심어진 나무는 아니리라 생각했던 것이 적중했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왕 버드나무는 수령이 200년, 둘레 5m, 높이 10m라고 안내되어 있으나, 오랜 세월의 풍파에 몸통 전체가 수술을 받은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옥포교회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노거수 느티나무 아래 성혈 바위를 찾기 위해서다. 예상치 않은 공터 언저리에서 큰 바위를 발견했다. 성혈 자국이 두어 군데 보였다. 하나 진작, 그 성혈 바위인지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우산을 받쳐 들고 골목을 이리저리 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어 돌아섰다. 십오 년이나 더, 넘은 세월을 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본리 천을 따라 88올림픽고속도로(광주대구고속도로) 굴다리 밑을 지나 본리 마을로 들어섰다. 금성사(조계종)와 옛 일명 사지로 추정되는 곳의 한국불교 원각종 총본산인 장수사로 갔다. 낮은 구릉의 남쪽(금성사)과 북쪽(장수사)에 자리한 두 사찰은 그 위용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와 금강문 사천왕 앞에서 작아지던 마음이었다. 본리(옥계) 마을의 망운재(望雲齎, 성주이씨 재실)와 오래된 고택을 둘러보고 나왔다.
옥포 초등학교 옆으로 성주 배씨 집성촌 송촌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송촌 마을에서 논공 노이리(갈실 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이 궁금하다. “김형규 정효각(金炯奎 旌孝閣)”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늦은 봄날 병환으로 목이 말라 홍시를 찾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감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을 즈음, 홀연히 붉은 감 하나가 떨어지니 그 감을 어머니께 드리니 병환이 나았다 한다. 그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비각을 세웠다 한다. 각박한 세태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간경교(干京橋)를 다시 건너왔다. 옛 옥포 장터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길 위에 토란 다발을 내놓은 모친 뻘 되어 보이는 동네 분의 말로는, 장이 서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다 했다. 약국이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옥포 참 기름집과 옛날 메기탕 간판이 내걸린 두어 집만이 옛 향수를 달래고 있었다. 돌아오는 봄날 벚꽃이 흩날릴 때 메기매운탕 한 그릇..., 용연지의 그 맛에 빠져보자.
<여정 메모>
-언제:2020.09.06. (일) 11:30~15:30 (옥포 체류)
-어디:옥포 간경리, 본리리
-누구;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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