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수요일 오후 3시! 북구 산격 2동 에덴아파트 3·4차 단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서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로 꾸며놓은 곳을 찾아갔다. 그전 토요일(8월 22일) 날, 복현동 오거리에서 종합 유통단지 길목의 배자 못(대불지)이 있었던 맞은편, 대불공원에 갔었다가 둘러보지 못한 곳이다.
산격동 대불공원은 일전에 검단 토성과 압로정을 다녀오는 길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인근의 연암산과 대구신천 건너편의 침 산(오봉산)을 올랐을 시도 염두에 두었다. 공원은 80m 정도의 야트막한 구릉지로서 전체가 유물 산포지다. 동쪽 산 아래 소공원에는 수령이 100년이 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모감주나무 한 그루가 있다. 1997년 12월 12일에 고성2가 동에서 옮겨진 세계적인 희귀 수종이라 한다.
동북로 큰길에서 산격 2동 행정복지센터와 산격 중학교가 있는 길로 들어섰다.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가 있는 에덴아파트 길은 경사가 제법 가팔랐다. 그 오래전 사과나무가 심어졌던 산비탈을 따라 집들이 들어선 까닭이다. 높이가 10m가 넘을듯 한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오래되었지만 잘 보존되어 있었다.
대불서길에 세워져 있는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안내 글에 의하면 대구가 낳은 근대 천재 화가 이인성(1912~1950)은 산격동을 배경으로 그린 ”촌락의 풍경”으로 “세계 아동미술 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았다고 그의 글 ”조선 화단의 X 광선{1935년}“에서 회상했다. 과거 유통단지를 비롯한 산격동 일원은 사과밭이 명성을 떨친 곳이다. 이를 근거로 지역 주민의 협조를 받아 거리를 조성했다 한다. 붉은 원색의 그림들이 뜨거운 햇볕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대불서길에서 유통단지 8길로 나왔다. EXCO와 산격119안전센터를 만나는 대불로 끝머리에 송덕비 1기가 자리하고 있다. 처사 달성서공송덕비{處士達城徐公頌德碑}다. 대구의 능금 왕 서정도(徐 正度, 1901-1967)는 신기동(현 산격2동)에서 태어나, 산격 대우아파트 일원에 5만여㎡를 과수원으로 개간하여 경영했다. 지역민들은 상부상조하면서 전기시설, 도로 확장, 동사무소 부지(438평) 기증 등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1972년 5월 20일 그의 송덕비를 건립했다.
徐 公 송덕비는 지난번 대불공원에 왔을 시에 찾지 못한 곳이다. 대불공원은 규모가 작았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 삶의 향기를 제공하고 있었다. 공원 산책길은 여러 갈래로 이어졌다. 상수리나무가 예외로 많아 보였다. 하지만 나무마다 울퉁불퉁한 상처투성이로 자라고 있었다.
“선생님, 나무들이 왜 이리 망가져 있는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렇지요. 이게, 다 사람들이 한 짓이 아닙니까? 꿀밤 딴다고... 곧 부러져요. 한번 보~이소” 손으로 이 나무 저 나무를 가리키는 곳을 따라보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상수리나무는 아마도 30~40년은 족히 커온 나무인데, 사람들이 도토리를 줍는다고 돌이나, 몽둥이로 나무를 쳐 상처가 생긴 모양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팔각정이 있는 제일 높은 곳을 올랐다가 동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커다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무덤 앞을 지난다. “전 산격수리조합장 이돈수 유공비(前 山格水利組合長 李墩秀 有功碑)”를 안내한 글이다. 이돈수(1913-1959)는 공직을 그만두고 수리 조합장이 되어 종합 유통단지와 검단공단이 논이었던 시절, 배자 못의 물로써는 가뭄을 이겨내지 못함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1950년, 수리 사업 확장공사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여 금호강에 양수기를 설치하여 강물을 배자 못으로 끌어 올리는 사업에 매진하였다. 그러면서 6.25 전쟁을 거치는 등의 우여곡절 끝인 1955년 완공을 하였으나, 진 빚을 갚기 위해 전답을 팔고 1959년 46세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비를 세우고, 수리 시설과 배자 못이 잘 보이는 이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랐다. 한데, 아이러니(irony)하게도 공원개발에 분묘 신고 및 이장 대상이다. 분묘번호 9-7호다.
소공원 자리로 내려왔다. 작은 공연장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수려하게 잘 자란 모감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동구 내곡동에도 집단군락지가 있다는데 가보지는 못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포항 발산리와 태안 안면도 승언리 모감주 군락지는 우연한 기회로 볼 수 있었다. 노랗게 피웠던 꽃이 장관이었다.
대불공원을 중심으로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 벽화와 한 시대를 통찰했었던 선각자들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걸었던 두 번의 나섬 길은 참 행복했다.
<여정 메모>
-언제:2020.08.22.(토).10:00-14:00/1차.08.26(수).14:00-18:00/2차
-어디:대불공원/1차.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2차
-누구:청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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