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역에 또다시 내렸다.
지난번(7월 12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 하빈의 이 곳저곳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가벼운 산행 차림의 사람이 북적대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두어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가야 할지를 묻고 또 되묻고 있었다. 지난번 내가 하빈으로 가던 길처럼 허둥거렸다. 시(市)에서 제작 부착한 <성서 2번 버스 노선표>로는 도저히 찾아가지 못하는 길이다. 옆에 볼펜으로 적혀있는 문양역(하산리, 육신사, 대평리) 도착 시간표를 보고 탑승해도 헷갈리는 길이다.
“하산행 버스를 타고 기사 분께 얘기하면 됩니다.”
동곡리로 간다는 아주머니가 거들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낯선 사람에게 대하는 마음이 참 긍정적이면서 활기찼다.
10시 12분, 상당·터실행 버스에 올랐다. 하산리행 버스로 하목정(霞鶩亭) 가는 계획을 바꾸었다. 기곡리 종점 뒤편에 있는 하빈지를 올라보고, 고향 내음을 풍길 상당 마을과 터실 마을로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돌아 나올 적엔 터실 다리에서, 걸어서 대평 2리(두천 마을) 쉼터 옆 팽나무 고목을 보고 못안골 모산 지내지, 물속에 취한 왕 버드나무도 함께 보고 싶었다.
성서 2번 버스는 일전에, 하빈천을 따라 기곡리 종점에서 돌아 나와 무등리와 대평 마을로 들어갔는데, 상당·터실을 경유하는 기곡 종점 행은, 무등리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육교 아래 옛 대평초등학교에서 좌회전했다. 대평 2리(두천 마을)로 해서 상당 마을과 터실 마을을 둘러서 하빈지 아래 기곡 마을 종점에서 거친 숨을 잠시 골랐다.
하빈지에 가을이 내려온 듯,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간밤에 내린 비 뒤라서 몹시 후덥지근했다. 못안 지내지 까지 걷기에는 시멘트 포장길이 너무 달아올라 넓고 맑은 하빈지를 눈에 담고서 정류장으로 되돌아왔다.
“이 포도, 햇 포도인데 한번 잡숴 보소”
밭일에서 돌아오던 아주머니가 정류장에 앉은 동네 아주머니에게 건넨 포도를 받아, 낯선 우리게도 정을 내밀었다. 오후 2시 19분에 하빈 못 옆길로 육신사 가는 버스가 있다고 꼼꼼히 일러준 기사분의 버스에 다시 올랐다. 모두가 포도알처럼 상큼했다.
두천 마을 쉼터 정자에 있는 두 분과 함께 말을 나누었다. 200년이나 더 된 보호수 팽나무와 근대 한옥으로 “배 종 0”, “김 종 0(대청 마룻대 상량문 1909년 건립)” 고택 현황, 폐교된 대평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서는 복합 문화관(일부:하빈 들소리 전수관), 이전되어 오는 감문리 교정 시설(대구 교도소), 시 4차 외곽 순환도로 건설(마천산 터널)등, 아직도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는 하빈 이야기로 더위를 식혔다.
모산 지내지로 올라왔다. 두천 마을에서 하빈 들녘을 가로질렀다. 하늘의 구름과 왕 버드나무가 물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양 고요했다. 경산의 반곡지와 흡사해 보였다. 초봄의 연둣빛 자락이 수면에 내려올 때나, 햇볕 찌는 여름날의 석양에 물든 지내지는 황홀하다 한다. 시간이 허락지 않아 마음속에만 그려보고 돌아선다.
육신사(절의묘) 외삼문을 들어서서 홍살문을 바라본다. 육신사(六臣司)는 1456년(세조 2), 박팽년 등이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임을 당한 사육신의 위패를 모시고 향사를 지내는 곳이다. 또한, "달성 태고정:太古亭:보물 제554호)" 은 1479년(성종 10)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이 세운 정자로서,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불타고 남은 일부를 1614년(광해군 6)에 다시 지은 건물이라 한다. 조선 전기의 건축물로 건축사적 가치가 크다고 한, 연변 동포 여(女)문화유산 해설사분의 설명을 뒤로하고 육각정으로 올라섰다. 먼발치로 낙동강이 보였다.
오후 2시 30분
오늘 다섯 번째로 성서 2번 버스를 갈아 탔다. 삼가 헌 입구를 돌아서 문양역으로 가는 차다. 육신사와 작은 산등성이 하나를 사이에 둔 낙빈서원(洛濱書院)과 삼가헌(三可軒)은 끝내 다음을 미루었다. 하산 마을에 있는 하목정(霞鶩亭) 또한 마찬가지다.
동곡리 신작로를 들어설 땐. 옛 정취에 금세라도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하빈 곳곳을 깨알같이 알려준 동곡 마을에 사는 아주머니, 햇 포도 맛을 보라던 기곡리 종점 정류장의 아주머니, 고향 내음을 나눈 두천리 정자에서 만난 동네 분, 육신사 가는 차 시간과 그늘에서 기다리다 손을 들어 물어 타라고 한 기사 분들...., 7월, 푸른 들녘에 피어난 들꽃처럼 아름다운 하빈 사람을 만나서 참 행복했다.
<여정 메모>
-일시:2020.07.21.(화) 10:00~15:00
-어디:하빈(하빈지, 지내지, 육신사)
-누구:2명(박 사장,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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