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역, 12시 30분!
하빈 면사무소로 가는 길은 가까운 곳이라 생각했지만,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엊그제부터 제주 지방은 장마에 들었다고 했는데, 기어이 하늘은 빗방울을 떨군다.
요 앞에, 하산리로 가는 버스와 왜관행 미니버스가 각 2번씩이나 지나갔다. 또다시 묘골 육신사 팻말을 단 버스가 간 뒤에 서야, 하빈 면 소재지를 지나는 대평리행 버스가 들어왔다. 한 시간여를 기다린 셈이다. 문양역 앞 성서 2번 버스 노선을 이해하는 대는, 역에 내리는 사람만큼이나 복잡했다.
하빈 면내를 아우르는 버스는 하산마을행과 묘골 육신사행, 현내리(면 소재지), 기곡리, 무등리를 경유하는 대평리행으로, 하루 많게는 15번에서 적게는 11번을 운행한다. 06시 19분 발 대평리행 첫차를 기준으로 하면 11시 14분 이후 여섯 번째다. 그뿐만 아니다, 낙동강 성주대교를 거쳐 성 밖 숲이 있는 성주 로 가는 20번 버스도 돌아 나간다.
동곡 마을 삼거리를 돌아선다. 빗방울이 더욱 세차게 차장에 부딪힌다. 어제만 해도 구름 속에 간간이 햇살이 비치기도 했다. 오늘은 나설까 말까 주저앉았던 것이 빗속 나들이라는 생뚱맞은 일이 되어버렸다. 차 안은 네댓 사람이 앉아 있었다. 차림새로 보아 아침 일찍 볼일을 보고 되돌아가는 듯했다.
나지막한 동곡고개를 올라서면 오른편으로 웅장한 건물의 달서고등학교가 보인다. 주변과는 좀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자연의 품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싱그러운 가로수가 비를 함초롬히 맞고 서 있다. 감문리 일원의 교정시설(대구교도소) 이전에 따른 길 확장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한쪽 가로수들이 베어져 나가고 없다. 여름날 흙먼지를 흩날리던 시골의 신작로가 생각나는 길을 달린다.
현내리 하빈 면사무소 앞을 지난다. 애초 생각은 면 소재지에서 장터(하빈 오일장:3.8일)와 불은사를 들렸다 돌아갈 마음이었다. 하지만, 욕심이 대평리에 있는 팽나무 보호수를 보고, 하빈천 둑길로 면사무소까지 걸어 내려올 요량으로 대평 마을까지 갔다. 내리고 보니 비가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아 암담했다. “영진전문대학 칠곡캠퍼스” 에서 되돌아 나올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빈 면사무소 옆, 이현고개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선광사를 둘러 나왔다. 제일농기계, 하빈 떡 방앗간, 가야미용실, 풍산반점, 로또부동산, 신명이용소, 진주 뚝배기 식당, 대신택배, GS25 편의점 등, 면소재지를 가로지르는 길 양옆 농촌 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불은사를 찾아 올라간다. 일주문 못 미친 오른편 산자락에 마천산 봉수대 터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다. 산림욕장 위 정상부(253m)에 봉수대 터가 있다. 문양을 찾는 많은 사람은 역 뒤 마천산(196m)을 즐겨 오른다.
이현고개 마루에는 전 국회의원(구자춘)의 감사비도 있다. 또한, 마천산 기슭에는 한글학자이면서 독립운동가였던 “환산 이윤재” 선생의 묘소도 몇 해 전만 해도 있었다. 국립 현충원으로 옮겨지고 나서, 그나마 남아있던 한글 비석마저 김해로 옮겨갔다. 그만큼 문화와 역사에 어둔했음이 아닐까 한다.
하빈 행정복지 센터(면 사무소) 앞 버스 정류장에는, 문양역 마천산 등산을 왔다 길을 잘못 들어 이현고개로 내려온 일행(5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없는 버스를 기다리다 못해 택시를 불러 타고 휭하니 사라져 갔다. 버스가 다시 한 대 올라가고 나니, 기점에서 15시 4분 출발 예정이라 하니 20여 분을 더 기다리게 한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동곡리까지 걷고도 싶은데, 마음만 달았다.
언제부터 인가 나들이 패턴이 바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 따라 어디론지 찾아갔지만, 어느 때부터 마음보다 몸이 따르지 않으면 매번 미루어져 버렸다. 하빈 나들이만 해도 몇 번인가 곱씹은 뒤 나선 걸음인데 비가 마중을 나왔다.
일상의 삶에서 때론 혼자만의 사색이나 자유로움을 가지고 싶다. 그때가 떠나는 여정의 길목이 아닐까 한다. 그 길을 찾아 하빈 들녘으로 나섰다. 달성 관내 읍·면 대부분이 도시화 되었지만, 그중 개발 제한 구역의 가창면 일원과 아직도 손이 덜 미처 남은 지역이 청정 하빈면이다.
하빈 들녘으로의 빗속 버스 나들이가 되었지만 동곡리, 감문리, 현내리, 하빈천 너머 닿는 기곡리(터실 마을), 상담천 상담 마을, 석양에 내려앉는 왕버들나무 반영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무등리 "지내지"..., 대평리(두천 마을) 팽나무에서 고향의 내음을 맞았다.
하빈면!
낙동강과 금호강이 앞뒤를 휘감아 돌고, 넓디넓은 하빈 들을 살찌우는 하빈천이 낙동강으로 흘러 함께 한다. 교정시설의 이전, 4차 순환도로 건설 등, 교통 시설의 확충, 충절의 역사가 살아있는 육신사, 미래 수상 스포츠의 하빈지, "국립식량과학원 대구시험지" 가 있는 하빈 들녘..., "모야. 모야... , 노랑모야, 니 언제 커서 ... ... 열매 열래. 이달 가고, 저달 커서..., 내 훗달에 열매 열래. "하빈 들소리(시 무형문화재 제16호)" 가 저만치서 들려 온다. 200년 달성의 꽃이 활짝 피리라.
<여정 메모>
-언제:2020.07.12. (일) 10:30~17:30
-어디:달성 하빈면 일원
-누구:청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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