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 댐!
“여기 비슬산 기슭에 세워진 가창 호는 1958년 6월에 축조된 이후, 서른 해를 이 지역 상수원의 수원이 되어왔다. 그 사이 조국의 근대화는 재빨랐고 대구시도 그 발전을 거듭해 수원지 확장이 심히 시급하더니(중략)
106억 원의 총공사비로 착공하고 만 3년 병인년의 봄과 더불어 그 준공을 보게 되니, 이곳 주민들의 가슴에 기쁨이 벅차다. 부디 갖추어진 이 시설과 좋은 환경이 길이 보존되어 이 호수가 영원토록 이 고장의 생명의 젖줄이 되어 주길 빌고 또 빈다. 1986년 4월 20일 건설부”(가창 댐 축조 기념비 인용)
가창 댐의 현황을 보면, 1959년 8월 준공 시의 저수량 200만㎥는, 1986년 4월 확장으로 담수량 910만㎥ 늘어났다. 댐의 높이 45m, 둑길이 260m, 만수위 140m, 유역면적 43㎢ 사력댐으로 대구시민의 식수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댐을 끼고 오르는 헐티로 변에는 법계사, 원광사, 광덕사, 대원사, 운흥사 등의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댐 상류 오리1리 양지머구 에는 ‘동재 미술관’, 정대리의 ‘대구미술광장’, ‘조길 방 가옥’, 정대 숲과 정대 미나리가 유명하다. 또한, 주암산, 청룡산, 비슬산으로의 등산로와 최정산 습지로 올라 남지장사로 가는 대구 둘레 길이 이어지고, 꼬불꼬불한 헐티재를 넘으면 천년 고찰 용천사를 만난다.
둘레 길의 시작은 가창 면사무소에서 50m쯤 떨어져 있는 용계교에서 부터다. 다리를 건너기 전, 우측 용계 체육공원을 들머리로 산성산과 달비골, 가창 댐 둘레 길 이정표의 나무 계단을 따르면 된다. 우리는 용계교를 건너자마자 우측 댐 마루(물 넘이) 물길을 따라 들어섰다. 오른편으로 거대한 댐의 둑 이 압도해왔다. 헐티로를 따라 댐 상류 오리1리 마을로 들어가 산비탈을 타고 용계 체육공원으로 내려설 요량이었다.
헐티로로 올라서니, 많은 자동차가 올라가고 내려온다. 한, 10여 년 전만 해도 대구 인근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용한 길이라서 한번 씩 찾은 곳인데, 그 길은 이젠 잃어버렸다. 댐 준공 기념비를 둘러보고 수변 전망대가 있는 댐 둑 위로 올라섰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호수에 가득찬 물이 가슴에 안겨 왔다. 참, 시원하게 느껴졌다.
가창 댐 둘레 길은 상수도 보호 구역이라고 높게 둘러쳤던 철책을 걷어냈다. 그리고 낮은 울타리에 나무 바닥으로 잘 다듬고 댐의 경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차도와 완전히 분리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퍼드덕 오리 한 마리가 물을 차고 날아오른다.
오리 2리 운흥사 입구를 지난다. 운흥사는 냉천리에서 주암산과 최정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목에 몇 번 들렸다. 최정산의 정상부 일대는 질퍽질퍽했던 늪지대가 있어 산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되는 최정산 습지다. 그때만 해도 습지 인 줄을 몰랐다.
양지머구(오리1리 양지마을) 산 밑, 숲속의 붉은색 지붕 풍광들이 이국적이면서 무척이나 평화스럽게 보인다. 그 앞 댐 상류 모래톱에는 하늘을 찌르듯 포플러 나무가 솟아 있다. 고향을 지키는 어지간한 나무들은 보호수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마을 제방의 보호목은 왕 버드나무와 표고나무, 팽나무가 제격이다. 공동 우물가의 운치는 회나무가 제일이고, 마을 어귀 당산나무는 느티나무가 으뜸이다. 흙먼지 신작로를 사열하는 나무는 포플러가 최고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포플라 잎은 마치 장군의 가슴에 달린 훈장처럼 반짝인다. 모두가 세월의 훈장이다.
오리 1교를 건너 마을회관 앞 정자에 닿았다. 골목 안으로 해서 청룡산과 비슬산을 올랐던 기억이 아름 하다. 지금도 산 꾼들은 오르내린다고 한다. 정자에서 무료한 시간을 낚고 있는 동네 분이 일러준 돌담 골목으로 들었다. 약간의 구릉지로 올라서는 길목에 둘레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길은 잡풀에 파묻혀 엉망진창이었다. 내 키보다도 큰 갈대를 헤치고 지나갔다. 봄날 산불방지 기간 출입을 통제한 후 그대로 방치한 탓이다. 이정표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지만 무관심이었다.
3.9km를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철책을 따라 만들어져 있었다. 길목은 하루살이가 온 얼굴에 흡혈귀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다. 한시바삐 벗어나고픈 마음에 올라 올 때의 여유 서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 안내도 상으로는, 파란 호수 가를 2시간 여 만에 산책을 할 수 있어 멋지고 황홀감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초입 우거진 풀 속을 헤치고 나올 땐, 배~암이라도 나올 것만 같아 발밑이 오그려 들었다. 그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댐의 물마루는 멀리서 보다 가까이서 내려다보니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다. 만수위 시 댐의 안전을 위해 넘쳐 흘러내리는 탈출구로서 안전을 담보하는 여수로 역할을 한다. 물받이 개울 옆에는 한국전쟁 전후 가창 골 일원에서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탑이 건립되고 있었다. 6·25동란 71주년 되는 해 이지만, 아직도 그 아픔은 달랠 길이 없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돌아 나왔다.
가창 댐을 올라가는 헐티로는 대구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나들잇길이다. 그런데 양지마을 산기슭을 돌아내리는 둘레 길은 기대를 저버렸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바뀐 줄은 모르고 오늘에 이르렀음에도, 그 책임은 말 없는 자연 탓으로 전가하고 만다. 인간의 오만함은 어디쯤 끝일까? 가창 댐 둘레 길이 아름답고 멋졌노라고 싶진 않다.
<여정 메모>
-언제:2020.06.28.(화) 10:30~15:00
-어디;가창 댐 둘레 길(약 9.4km)
-누구:2명(박 사장,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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