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였다. 또한, 그날(6.21)은 다가오는 10년 내는 볼 수 없는 개기일식이 일어난 날이기도 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어 선글라스로는 눈이 부셔, 오래전 한라산을 오를 때 꼈던 고글로 일그러진 태양을 보았다.
단산 마을회관 앞에 당도했다. 척령산(413m)을 한 바퀴 돌아내리는 가창 누리 1길을 걷고자 나선 걸음이다. 당초는 가창면사무소 건너편 정류장에서 ‘가창 2번’ 단산(우륵·냉천)행 시내버스를 탈 참이었는데, 아내가 자원봉사를 해줬다. 범물동에서 20여 분 거리로 나왔음에도 한적한 시골 내음이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09시 10분!
시내 채비를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안 어른에게 갈 길을 물었다.
“이 길로 직진하다 저기 두 번째 집에서 좌회전하여 다시 우회전하여 올라가라고” 손수 마을 안길을 가리키면서 일러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낯선 사람과는 눈길도 피하는 시내 사람과는 ‘천양지차’다.
“저기 저 꽃 사진 한번 안 찍는 기(거)요?”
‘아지~매 먼데요?“
“저쪽에 서 있는 빨간 꽃말이요.... , 사람들이 이뿌(이쁘)다고 다들 야단이었는데...”
가던 걸음을 되돌아와서 텃밭을 가리킨다.
주먹만 한 자주색 붉은 꽃봉우리는 씨받이 파 머리 같기도 하고, 곧게 올라온 대궁(대로)이로 봐서는 마늘 같아도 보였다. 보훈병원을 다녀오는 보훈 가족 이었다. 신록이 푸름을 뽐내는 계절처럼참, 긍정적이고 활기차 보였다.
중촌(죽촌?)마을 두 번째 집을 지나자, 길은 좌측과 우측(직진) 마을 안쪽으로 갈라졌다. 좌측으로 들어서니 전형적인 전원주택들이 아늑해 보였다. 맞은 편, 낮은 산(척령산?/아님) 쪽으로 다리를 건너자 길이 없다는 풀을 메는 동네 분의 말로 되돌아 나와 다리를 건너기 전 우측 산길로 올라갔다. 길섶의 무성한 잡풀 넝쿨 속에 누리길 안내 표지판이 뒤로 몸을 누이고 있었다. 단산마을 종점의 안내도와 같아서, 현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어서 날씨만큼이나 헷갈렸다.
단산지를 확인해 보고자 길을 벗어나, 언덕에 올라서니 저만치 못 둑이 보였지만 고개가 절레절레 됐다. 세면 포장길은 열기가 화끈 올랐다.
“어르신! 상원지로 해서 상원 마을로 내려가려는데, 이 길로 가면 됩니까?”
아침 들일을 마친 나이가 지긋한 동네 내외분을 만나 다시 물었다. 그만큼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좌측으로 보이는 어마하게 크게 다가온 산이 척령산이라고 인정하기 전 까지 말이다.
“야 ~, 일로 쭉 올라가서 저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상원리 갑니다”
“내 상원 마을이, 이 위쪽으로 갑니까?”
다시 한번 더 오름길을 되물었다.
“ 예, 내 상원이지요. 네 집인가 지금 있지요”
일순 더위가 씻겨 나가는 듯했다. 고맙다고 몇 번 인사를 건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Flower, 100년 달성 꽃피다. 달성 가창 누리길
가창 누리길은 단산리 버스 종점(마을회관)을 출발하여, 내 상원 마을을 둘러보고, 상원 저수지를 거쳐 상원마을 회관, 전평지로 내려오는 5.5km 거리가 제1구간이다. 길은 총 3개 구간으로 24.8km를 걷는 도시민들의 녹색 건강 길로 2012년에 조성되었다 한다. 제1구간은 비슬지맥의 상원산(673m)에서 비켜나온 척령산이 좌(대구신천), 우(상원천) 계곡을 안고 걷는 임도인데, 안내 이정표가 사라지고 없어서 그만큼 아쉬웠다.
내 상원마을로 가는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걸어서 넘는 사람보다 자전거로 넘는 동호인이 더 많은 길이라 한다. 산속 깊이 들어왔으나 워낙 날씨가 더워서인지 몇 발자국을 띠고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상원 고개에 올라섰다. 앞서 자전거로 힘겹게 올라간 두 사람도 쉬고 있었다. 그들은 내 상원 마을에서 상원산 팔조령 범골로 내려서 청도로 길을 잡았다 한다. 우리 일행은 상원지로 해서 상원 마을로 내려간다고 하고 헤어졌다.
척령산(413m)은단독산행보다,용지봉(629m), 두루봉(598.9m) 동악산(600m), 대청봉(687.5m)과 상원산(673m)을 올랐다 하산길로 상원 고개로 내려와 척령산을 더듬어 상원리 마을이나 단산리 쪽으로 내려서는 미답 길로 간간이 찾는 길목인 모양이다. 잎 새가 지고 시야가 트이는 초겨울에 상원 고개에서 짧게나마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상원 고개 모퉁이를 돌면 위 상원 마을로 가는 좌측 아래로 진등골이 가파르게 내려다보인다. 내상원 0.2km, 죽촌마을2.4km, 치마 고개 4.0km의 이정표가 서 있다. 내상원 마을과 상원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내 상원마을도 비닐하우스 밭들이 제법 차 있었다. 차량이 올라 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전기시설이 들어와 있으니 금상첨화의 주말 농장 지대다. 마을 어귀에 조선조 ‘장헌대부 예조판서 지의 정 부사’를 지낸 문평공(文平公) 파계 전백영(全伯英)의 신도비가 우뚝하다.
정자와 전망대가 두 군데나 만들어져 있는 쉼터가 있는 상원 저수지로 내려섰다. 상원산의 가재골, 동학산 자락의 넘골, 감나무골, 큰골, 통나무골의 물길을 이어받은 계곡의 맑은 물빛과 달리 못물은 흙탕물로 탁했다. 상원 저수지 아래는 무질서 한 밭과 집들이 도시의 민낯으로 다가왔다.
병풍산 바란골, 상지터골, 박실골, 진밭골, 안박실골 아래 솟을삼문인 앙지문(仰止門)이 있는 박곡서당(撲谷書堂:파계 全伯英 추모 및 후손 강학 소)을 둘러보았다. 6월의 뜨거운 햇살이 서당 처마 너머 상원 교회 빨간 종탑 위로 내려앉았다.
<여정 메모>
-언제:2020.06.23 (화) 09:00~13:20(중식 및 휴식 포함)
-어디:가창 누리길 1코스(단산 마을회관-내 상원-상원 저수지-상원 마을회관)
-함께:3명(박 사장, 남 소장,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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