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끝 마을 동진 항, 예술의 섬 슬도(瑟島)로 갔다.
십 리 대밭 숲으로 널리 알려진 <태화강 국가정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태화강은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탑골 샘에서 발원하여 백 리(47.54km) 물길을 달려 울산만으로 흘러든다.
올봄은, 황사 아닌 봄의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으로 2월부터 석 달 동안 밖 출입을 못 했다. 태화강 정원에는 많은 사람이 산책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솟아오른 대나무 숲은 장관이었다. 태화강 둔치에 뿌리를 내린 고려 시대부터 그 명성이 전해오고 있다.
대숲 길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발했다. 연보라색의 라벤더꽃, 노란색 금계국, 진홍빛의 작약꽃, 햇살에 눈이 부시는 안개꽃과 빨간 양귀비 꽃밭에는 벌과 사람이 어우러져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계절의 꽃 단지’ 한쪽에는 가을을 살찌울 국화꽃을 만들고 있었다.
강변길을 타고 방어진항으로 이동했다. 울산대교 밑 울산만 길목에는 ‘KCC 울산공장’, ‘현대 미포조선소’ 등 거대한 산업시설은 공업탑 로터리에 세워진 울산의 상징 ‘공업탑’의 자부심처럼 우뚝 해 보였다. 섬 끝 마을이 있는 동진항으로 들어섰다. 대왕암공원 서쪽 술바위 산(68.6m) 섬 끝 마을 벽화 골목이 걸음을 잡았다. 그 너머 슬도 등대가 반겼다.
골목으로 올라갔다. 벽화 마을은 도시, 농어촌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골목길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대왕암공원으로 가는 둘레길(방어진항~대왕암)은 해파랑길로 연계되어 있었다. 은별이 네와 함께 대왕암으로 걸었다. 중점. 노애 개안(고등 섬 남쪽 해안 언덕이 있는‘가운데 고개’) 아래, ‘배미돌’ 갯바위 바닷물 속에 맨발로 고동을 잡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한기를 느끼게 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긴소매 옷을 껴입었다.
울산광역시 교육연수원 아래, 오래전 포경선들이 고래를 몰아 포획했던 과개안(너븐개) 몽돌해변으로 내려섰다. 반질반질한 몽돌이 밀려오는 바닷물에 잘그랑거렸다. 멀리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대왕암이 바다에 길게 누워 있었다. 바닷가 길은 구멍 바위(슬도)에 부딪는 파도가 거문고 타는 소리를 낸 ‘슬도명파(瑟島鳴波)’ 그 소리를 뿜어냈다.
대왕암에 닿았다. 검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 위로 다리가 연결돼 있었다. 저녁나절의 파도는 더욱 거칠게 대왕암에 부딪혔다. 대왕암은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재위 661~681)의 왕비가 죽어서라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호국용이 되어 수장된 전설이 있는 곳이다. 100년을 밝혀 온 울기등대와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진 대왕암 공원은 일찍이 ‘한국 관광 100선’과 ‘울산 12경’ 반열에 올라있다.
섬 끝 마을로 되돌아왔다. 왕복 1시간여의 발품을 팔았다. 바닷가에 온 기분을 살려 조개탕으로 저녁을 주문했다. 해넘이 시간이 가까워져 와 밥을 먹다가 은별이랑 식당을 나와, 유어선 동진 내항과 방어진항에 내려앉는 불그스레한 노을을 감상했다.
여정의 마지막으로 슬도 등대로 갔다. 붉고, 푸르고, 주황빛에 쌓인 방파제를 걷는 항구의 밤은 아름다웠다. 그 너머 시가지의 찬란한 야경과 먼 바다 위에 정박 중인 배들이 밝히는 불빛도 그지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갯바위에 깃든 어둠 속의 강태공은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다. 파도가 철썩철썩 소리를 낸다. 슬도 밤바다가 거문고를 탄다.
<여정 메모>
-일시:2020.05.22. (금) 오후 12:40~22:30
-어디:울산 (태화강 국가 정원, 슬도, 대왕암)
-누구:4명 (은별 가족 3,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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