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 행사는 코로나19로 간소하게 전국 각지에서 치러졌다. 이렇듯 2020년 6월 25일은 한국전쟁 70년을 맞는 해다. 그간 일제 36년간 억압 속에서 해방을 맞았으나,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도 전에 또 다른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는다. 그 후유증은 반세기를 넘은 지금도 155마일 휴전선을 남북으로 두고,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 오늘(2020.06.16. 오후 2:49)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이 달 들어 탈북자 단체의 "대북 풍선 날리기"를 트집 삼아, 연락 통신선을 일방 단절 시킨
후, 이 같은 만행을 저질고 있슴. 향후 위기 상황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영덕 남정면에 자리하고 있는 봉황산(271.7m)을 찾았다. 대구~포항 간의 고속도로를 달려 포항 나들목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장사 해돋이(구 경보화석박물관) 휴게소에 닿는다. 넓디넓은 동해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가슴에 안겨든다. 신록이 무성한 6월의 산길은 초입부터 된비알과 함께 길을 쉽사리 내놓지를 않아서 숨을 헐떡거리게 했다.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는 길섶은 등산객이 많이 밟지는 않은 것 같았다. 또한, 길 양옆은 송이 채취 산으로 금지한 줄이 처져있어 가을 산행은 삼가야 할 곳 같다. 한 시간가량을 오른 능선은 산불로 온통 검게 탄 나무들이 안쓰럽게 죽어 있었다. 그래도 사이사이로 잡풀은 푸른 생명을 떨치고 일어나 고맙기도 했다.
12시 정각!
봉황산의 정상에 올라섰다. 들머리에서 4km 남짓 된 거리였음에도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내 키보다 높게 자란 풀숲 길을 헤집고 오르느라 자주 걸음을 멈추었지만, 시원은 바닷바람이 엉덩이 자락을 붙잡은 탓도 있었다.
봉황산의 정상은 사위가 막힘이 없었다. 햇볕이 바로 내려 쬈지만, 그저께 내린 비로 인하여 공기가 한층 시원하게 느껴졌다. 포항 호미곶에서 올라오는 해안선은 북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서쪽 7시 방향의 내연산을 시작으로 9시 동대산, 11시 바데산 봉우리를 타고 12시 방향 북쪽의 팔각산을 만든 다음, 멀리멀리 하늘 끝자락 너머 보이지 않는 칠보산을 솟구친 첩첩의 산은 동해로 자맥질을 한다.
도천마을로 내려선다. 남정면 장사리에서 달산면으로 넘어가는 산정로 930번 지방도로가 도천 저수지를 휘감고 넘어간다. 가뭄에 잎을 태운 밭고랑을 지나면 산기슭에 비각이 보인다. 일행과의 보조로 멀리서 사진만 한 컷만 담았다. 250년 전, 떡 방앗간 품삯을 나섰다가 집에 불이 나서 달려왔지만, 거동이 어려운 남편과 함께 타 죽은 부인의 애틋함을 기려 세운 ‘열녀 안동권씨 정려비“임을 알았다.
천연기념물 제514호로 지정된 도천 숲으로 갔다. 도천 저수지에 흘러 내려오는 도천 천 제방 너머 조성된 숲이다. 수령이 수백 년이 넘는 느티나무를 비롯한 회화나무, 팽나무 등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일찍이 마을의 비보 숲으로 가꾼 숲 가운데는, 동신제를 올리는 사당이 뭇 인의 출입을 금하는 금줄이 처져 있었다. 또한, 개울가 적당한 곳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위에 돌을 얹혀 불로 돌을 데우고, 그 위에 풀을 쟁기고 삼(대마)을 쌓고, 다시 풀을 덮어 물을 부어 수증기로 삼을 삶아 내었던 삼굿 터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어귀로 내려서면 지금은 수양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옛 도천초등학교가 자리한다. 운동장 한 곁에 홀로선 느티나무 아래는, 1960년 4월에 개교하여 1,02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4년 3월 1일 자로 폐교하였다는 교적비가 쓸쓸해 보인다. 어디선가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뒤편 텅 빈 운동장에 서다.
도천 마을에서 봉전리, 장사 마을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골 안이 하도 넓고 넓어서 마치 피안의 세상 같아 보였는데, 도천 천을 따라 곧게 뻗은 길 양옆으로 너른 들녘은 봉전 마을을 지났지만, 끝없이 이어졌다.
장사리가 가까워져 오자, 포항에서 영덕으로 잇는 고속도로 공사가 산을 뚫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를 건설 중이었다. 그 앞으로 지지난해 개통된 동해선(포항~영덕) 기찻길 둔덕이 가로질렀다. 해안가를 달리는 구도로와 4차선으로 확장된 7번 국도, 그 안쪽의 동해선 기찻길, 다시 너 높게 하늘을 달리는 고속도로는 봉전 마을과 도천 마을의 아늑함을 앗아가고 말았다.
장사 해변으로 내려섰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린다. 백사장에는 철 이른 피서객들이 거닐고 있었다. 뭉게구름이 피어 있는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 위에 거대한 배 한 척이 떠 있다. “장사 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인 문산호로, 지난 5일에 문을 열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리에 이끌어 한국전쟁을 종식한 밑거름이 된 양동작전의 한 축이었던 장사 상륙작전에 투입된 LST 군함이다. 작전명 174호 장사 전투는 1950년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의 전투에 772명의 학도병이 풍전등화 같은 조국 수호에 몸을 불살랐던 곳이다.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을 한 육군본부 독립 제1 유격대대원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어찌 잊으랴~
봉황산 산행은 도천 마을의 열녀비를 둘러보고 비보 숲을 조성하고 삼굿을 삼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더듬어 보기도 하고, “장사 상륙작전 승전기념관”은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영령들과 함께하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여정 메모>
- 언제:2020.06.16(화).07:00~18:30
- 어디:봉황산(영덕 남정면) 및 장사 상륙작전 전승기념관
- 누구:청산인 외 4명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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