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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가을을 걷다 ∐

- 가을이 내려 않은 들녘(괴시리 전통 마을 앞) -  

 

   창문을 열면 새파란 하늘이 곱게 비쳐온다.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로 고개를 배시시 내밀면 학교 건물은 눈이 부시게 새하얗다. 운동장에 심어진 느티나무는 울긋불긋 가을옷을 갈아 입은 지 오래다.

   가로등 불빛이 졸고 있는 새벽에 집을 나선다. 영덕의 불로로드 C 코스(축산항~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를 걷겠다는 걸음이다. 지난 봄날 첫 번째 구간인 해맏이 공원에서 강구항까지 걸었다. 여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길” B 코스인, 축산항에서 죽도산 등대와 전망대를 올랐다가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을 따라 대게 원조마을로 해서 작은 포구 석리마을로 돌아 나왔다.

   동부 시외버스 정류장의 06시 40분 새벽차는 한 시간을 달려서 포항에 닿았다. 오랜만에 찬 공기를 박차고 먼 길을 나선 셈이다. 포항에서 다시 08시 30분 완행버스로 흥해, 송라, 장사 등을 거쳐서 강구까지 이동을 해야한다. 출발점인 축산까지도 군내 버스로 강구 해안 도로를 30여 분이 걸렸다. 아늑한 포구를 품고 있는 죽도산 등대가 반겨 맞았다.

   10시 30분 보호수로 지정된 아름드리 팽나무 옆 언덕길로 첫발을 내디뎠다. 월영대(月影臺), 일광대(日光臺)의 영양 남씨 선조의 흔적과 함께 소나무 향기가 짙은 오솔길을 따라 대소산을 향했다. 해발 282m 정상엔 옛 통신시설 봉수대(경북도기념물 제37호)가 남아있다. 봉수대는 직경이 자그마치 20m 되는 넓이의 둘레에 받침돌을 쌓아 올렸으며, 그 안에 원추 모양의 지름 11m, 높이 2.5m의 봉돈(烽墩)을 쌓아 만들어져 있다. 그 옆엔 현대식 마이크로 웨이버 통신시설이 공존한다.

   봉수대를 내려서면 길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선의 작은 구릉지를 따라 이어져 나간다. 하늘 사진 구름다리를 지나 내려서면,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탄생지이자, 조선 시대 전통가옥들로 둘러싸인 고색창연한 마을 괴시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의 전통가옥들은 조선 시대 양반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전통마을 앞 새로 포장된 길을 따라 작은 어촌 대진항으로 걸었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넓은 평야를 보듬고 있어 황금 들녘이 지평선을 긋고 있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이 만발한 둔덕 밭에는 아낙들이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대진항 길목에는 오래된 당 집을 만나게 된다.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처로서 오랜 세월을 지켜왔음이 역해 보였다. 거친 바다를 살아가는 어민들의 위안의 벗이었을 언덕 위 성당의 뾰족 탑이 햇살에 반짝였다. 포구에는 고기 배들이 낮잠을 자고 어부는 뚫어진 어망 손질에 여념이 없다.

 지난여름 발 디딜 틈도 없었을 백사장에 갈매기가 지친 날개를 접고 있는 솔밭이 아름다운 덕천해수욕장을 지난다. 저만치 블루로드 끝인 병곡면의 고래불해수욕장이 보인다. 축산을 출발한 지 5시간 40분이 지났다. 한 점 바람이 코끝에 와 닿는다. 모래사장 건너편으로 걸어온 길이 파도에 일렁인다. 병곡중학교 앞 논두렁에서 기울인 막걸릿잔에 가을이 담긴다.

<여정메모>

◀ 블로로드▶

-일 시 : 2012.10.16. (화) 06:00~22:00

- 곳 : 영덕 블루로드 C 길

-함 께 : 2명(임 관장, 청산)

◀ 왕건 길(묵연의 길) ▶

-일 시 : 2012.10.20. 10:00~15:00

- 곳 : 팔공산 일원

-함 께 : 3명(최 총무, 남 소장, 청산)

 

- 하루를 여는 강구항 -

- 대소산 봉수대 -

- 봉수대에서 바라본 축산항 -

- 전통마을 괴시리 -

- 가을걷이 (고구마 수확)-

- 마을의 당 집-

- 성당/ 탑-

-대진항(고기를 말리고) -

- 덕천 해수욕장 -

-고래불 해수욕장 조형물 -

- 가을걷이( 콩 수확) -

- 가을걷이 (벼를 베는 부지런 한 손) -

- 논두렁 길로...(벼를 벤 윗 길) -

- 가을 풍경(모과 열매) -

- 길 마중 (장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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