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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잠늠골 삼층석탑


- 잠늠골 삼층석탑-

잠늠골 삼층석탑을 보기위해 남산으로 갔다. 바람이 봄을 시샘하는지 안간힘을 다해 차창을 흔들어 됐다. 지난해 12월 기암골 삼층석탑과 상선암 위 금송정 터를 거쳐 선방골로 내려왔었다. 그때 약수골과 비파골을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해를 넘겼다.

산길은 언제나 들머리 찾기가 쉽지를 않다. 약수골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도 여러 갈래로 난 길이 혼란스럽게 했다. 교도소 방향으로 훑어 이정표를 찾았다. 계곡은 봄을 맞으려고 분주 한데 음달에는 얼음이 마지막 겨울을 잡고 있었다.

굵기가 어른 검지 손가락만한 대나무가 울타리를 형성 한 곳은 어김없는 폐사지로 나타났다. 40여분을 올라선 또 한곳의 절터 입구에서 목이 잘려나간 석불좌상을 만났다. 어느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인간이기를 포기한 짓거리가 아닐까 했다. 목조차 없음인데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1,000년 동안이나 절을 지키고 있음도 부처님의 뜻이 아닐까 싶었다.

폐사지 뒤로 올라서면 남산에서 제일 큰 높이가 8.6m 달하는 마애입불상이 장중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대불도 목이 없고 발마저 떨어져 있는 것을 옮겨 놓았다 한다. 마애대불이 새겨진 바위 양옆으로 로~프를 타고 등산객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금오봉 정상은 산을 찾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북적였다. 도깨비 바위와 삼형제 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잠늠골 삼층석탑에 간다. 능선 좌측이 비파곡이고 먼 발아래로 보이는 탑 우측이 잠늠골이다. 눈 앞에 아슬한 바위가 시선을 멈추게 한다. 도깨비 바위다. 형상이 전설 속에 나타나는 도깨비 방망이 같아 보였다.

삼형제 바위는 체육공원에 휴식공간으로 세워진 원두막 건물보다 큰 돌 세 개가 나란히 있다. 비파골 산등성이는 기기묘묘한 바위가 숲을 이루고 있다. 몇 해 전의 산불로 인하여 나무도 없으니 바위가 더욱 드러나 보인다. 혹자는 설악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했다. 골짜기 전체가 수석 전시장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듯하다. 여름 햇살에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잠늠골 삼층석탑 앞에 섰다. 옥개석 부문이 깨어져 상처를 안고 있음에도 자연석 기단에 세워진 위용은 장엄하게 다가선다. 탑의 진면목은 해질녘이나 비온 뒤 안개가 낀 아침나절이라 한다. 선방곡 선각여래입상을 다녀오던 날 포석정 입구 현수막의 황홀한 삼층석탑이 잠늠골 탑이었다. 비파골로 내려선 이유도 저무는 햇살을 머금은 탑을 그렸기 때문이다. 탑 그림자 너머 내남 감들이 아늑하게 펼쳐져 보였다. 남산의 품안에는 100여기의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한다. 골 만해도 반월성 남편 왕정골에서 부터, 남 남산 천룡골에 이르기 까지 크고 작은 골짜기가 40여 군데가 넘는다.

비파골로 올라간다. 신라 효소왕 6년(697)에 왕이 망덕사 낙성식에 참가 했을 때라 한다. 비파암에서 왔다는 걸승을 놀리려고 왕이 함께 자리를 같이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 하자, 걸승이 대왕도 진신석가와 공양을 했다는 말을 하지 말 것을 남긴 채 혼연히 사라졌다 한다. 깜짝 놀란 왕은 비파암을 찾아 그 아래 석가사를 짓고 지팡이와 바리가 놓인 곳에 불무사를 지었다는 절터를 보기 위해서다.

삼형제 바위에서 비파골을 내려다 볼 때 범상치 않아 보였던 바위군 밑에 비파를 닮은 형상의 비파 바위와 불무사지로 지칭되는 바위가 유독 돋보였다. 계곡 상류 허물어진 너덜지대에 탑의 부재로 쌓아진 축대가 가 보였다. 민 묘의 흔적이 있는 곳이 석가사지 임을 알 수 있었다.

황망히 사라진 절 터... , 명당 유택을 마련한 인간... 모두가 허탈 서럽기만 했다.

<여정 메모>

- 일 시 : 2012.2.19.(일) 10:00~16;30

- 곳 : 경주 약수골, 비파골

- 함 께 : 청산내외

- 약수골 제3 폐사지 전경 -

- 목 없는 석불좌상 -


- 약수계곡 마애입물상(도 유형문화재 제114호) -

- 잠늠골(가운데 무덤 같이 보이는 곳이 삼층석탑) -

- 도깨비 바위와 비파골 전경 -

- 삼형제 바위 중 둘째 -


- 비파곡 상단부의 암봉 군 -

- 석가사지(축대에 쓰인 탑재 일부) -


- 불무사지? 터로 추정하는 바위 -


- 앞 비파 마을 길목의 노송 군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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