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공산 둘레길 (북지장사 가는 길) -
낙엽이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세월 가는 줄 몰랐다는 말처럼 힘이 아무리 장사라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몇 해 전만 해도 히말라야 설산이라도 단숨에 오를 것 같았던 기백도 어느 듯 핑계를 앞세우게 된다.
도장골 방짜유기 박물관을 시발점으로 하는 팔공산의 둘레 길로 다듬은' 북지장사'로 나들이를 나섰다. 내일 모래(23일)는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어제부터 연휴에 접어든 셈이다. 팔공산으로 향하는 길은 명절 앞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붐비지는 않았다.
이침 10시 늦은 시간 임에도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박물관 처마 너머로 팔공산의 서쪽 능선이 잔설을 이고 길게 누워 있었다. 북지장사로 올라가는 길옆의 도장 마을은 도시 속에서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여러모로 감회가 깊은 마을이다.
마을 뒤로 올라서면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좁은 콘크리트 길이 굴곡을 그리면서 뻗어있다. 소나무 군락은 경주 남산의 삼릉골 못지않게 우람차게 하늘을 덮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여기도 다른 탐방객은 눈에 뛰지 않는다. 명절 분위기를 타는 듯싶다.
호젓한 산사로 이어지는 길이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 둘레 길로 조성한 첫길이다. 왼편계곡엔 반쯤 녹아내린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이졸졸 흐른다. 소나무 재선충 방제 흔적이 역력한 군락을 지나면 막돌로 둥그렇게 쌓아올린 돌무더기가 나타난다. 그간 아무렇게나 보아왔었던 돌무더기는 머지않은 들머리에 사찰이 있음을 알리는 조산(造山)이라 한다.
조산(돌탑)은 풍수 지리적으로 마을이나 산속 절간의 허함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쌓은 비보(裨補)경관이라 한다. 마을 입구나 경계지점에 쌓아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는 설이다. 이 비보 설은 신라 말의 선승 도선(道詵:827~898)의 <비보사탑설>의 배경에서 나왔다 한다. 정적의 혼탁과 가뭄으로 인한 백성의 기근 등도, 사람이 허하여 병이 들면 침을 놓듯이 삼라만상의 산천도 치유를 위해 절, 불상, 탑 등을 세워서 보함도 같은 이치에 닿음이라 한다. 이러한 조산에는 숲 비보(당 나무), 못 비보(연못을 파는 것), 장승 비보(장승, 솟대,) 성석, 돌 탑등의 마을 민속신앙과 결합되어 절간을 비보한다 했다.
북지장사로 가는 길섶에는 이러한 돌무지 너 댓 곳을 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돌무더기 하나도 선현들은 정성을 다하여 쌓았다. 돌은 다랑논 둑을 쌓기도 했다. 사천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선 천왕문을 들어서기 위해서도 두 단의 돌 축대를 올라야 한다. 특히 일주문이 별도로 없는 산속의 절간으로 오르는 길에는 이러한 조산이 만들어져 있다한다. 그러고 보면 파계사도 매표소 입구 오른편에 둥근 돌무더기가 있다.
지장전은 정면 1칸 측면 1.5칸의 작으면서도 다포계의 화려한 공포로 짜여 있다. 또한 활주로 떠받쳐진 처마 등으로 건물은 문화재(보물 제805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9세기 신라 말 삼층석탑(시유형문화재)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작은 공간 속에서도 장엄함을 느끼는 산사가 북지장사다.
댕그랑 풍경 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 가는가 보다.
<여정 메모>
- 일 시 : 2012.1.21.(토) 10:00~15:00
- 곳 : 팔공산 둘레1길 (북지장사 가는 길)
- 함 께 : 8명(시등회원)
- 방자유기 박물관에서 바라본 팔공산 노적봉 -
- 조산 1.(돌무더기) -
- 돌 과 소나무의 어우러짐 -
- 돌무지 2 -
- 돌무지 3. -
- 계단식 논 -
-
- 지장전 올라가는 돌 축대-
- 삼층석탑 -
- 돌무지 4. -
- 돌무지 5. -
- 못 둑에서 바라본 ** 부지 -
'황금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도(浮屠)31.석남사(石南寺) (0) | 2012.02.12 |
---|---|
봄을 기다리는 산 (0) | 2012.02.07 |
20년 만의 재회(再會) (0) | 2012.01.23 |
임진년(壬辰年) 새해를 맞다 (0) | 2012.01.16 |
길 위에서 만나다 (0) | 2011.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