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남사 부도 전(일주문을 들어서 150m 전방 좌측 길 옆) -
남녘은 벌써 붉게 핀 동백꽃 위로 봄이 찾아왔었나 봅니다. 영남 알프스 산군 중에서 최고봉 가지산(1,240m)자락의 적멸도량 석남사(石南寺)로 갔습니다. 정상 언저리는 아직도 잔설을 이고 있었습니다만, 일주문을 따라 오르는 계곡의 얼음장 밑 물소리는 도란도란 제법 큰소리로 봄이 오고 있음을 속삭였습니다.
봄이 오고 있음은 물소리뿐만 아니라 산사로 향하는 길 양옆 숲속 나뭇가지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우내 찬 기운에 버석해보이던 나무도 곱게 빗은 댕기머리처럼 반짝거리고, 높은 가지위의 겨우살이는 더 짙은 초록빛으로 하늘 거렸습니다.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제41대 서기809~826)때에 도의국사(道義國師)가 창건한 호국사찰 이었답니다. 그 후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소실되어 여러 번 중수를 거쳐 오다, 1957년 인홍(仁弘)스님에 의해 현재의 가람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宗立特別禪院)으로 자리 한답니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섬세한 조각의 팔각원당 “도의선사 승탑”을 비롯한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사리를 봉안한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이 장엄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또한, 극락전 앞에는 신라 말의 삼층석탑과 일주문을 들어선 왼편 길섶엔 네 분 고승대덕 부도전 있으며, 계곡 오른쪽 산자락에는 인흥 스님 부도가 함께하는 정갈한 산사입니다.
귀가 길은 꼬불꼬불한 석남고개 옛 길로 들었습니다. 2008년도에 개통된 가지산 터널 새 길로 차량들이 지나는 바람에 옛 길은 한적했습니다. 지능선 상의 백운산(885m)들머리 휴게소 왼편 골에는 넓은 바위사면을 타고 옥류가 흘러내려 고인 호박소란 명소도 있습니다. 그 건너편 산등성이가 능동산(982m)으로 해서 천황산(1,189m)과 재약산(1,108m)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입니다.
능동산 오르는 깊은 골짜기에는 삼복더위에도 찬바람이 나온다는 유명한 얼음골 돌 밭(천연기념물 제224호)이 있습니다. 너널 위 산등성이에 커다란 인공 건축물이 최근에 세워졌습니다. 얼음골 케이블카의 산위 정류장이랍니다. 아름다운 산이 아픔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남명 마을에서 밀양으로 나가는 24번 국도를 버리고 도래재(530m)를 넘는 1077번 지방 도로를 탔습니다. 구천 마을로 해서 표충사로 가는 지름길로서 2차선의 포장길로 닦아져 있었습니다. 고개마루턱에서 돌아보는 운문산(1.188m) 아래재가 아픔답게 비쳐졌습니다. 도래재를 넘어서 만나는 구천 마을은 마치 비결서의 십승지지(十勝之地)나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매 주말이 멀다하고 나선 산행 길에서, 10여 년 전 재약산 표충사 가는 길목의 삼거 마을에서 구천 마을을 지나 정승골 정승봉(803m)과 구천산(888m)을 올랐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래재로 내려서 본 마을은 들머리가 달라서 인지 손톱만큼의 기억도 나질 않았습니다. 또, 삼거 마을에서 구천리로 해서 정각산(860m)을 올랐다 사연리 중촌 마을로 내려선 기억도 희미했습니다.
옛 부터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고 산의 기세가 우람한 곳에는 명찰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석남사나 재작년에 새로 가본 표충사와 작년에 둘러 본 통도사 등은 한국의 알프스 산군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락이 품은 유서 깊은 명찰(名刹)입니다. 그 산사에는 이름을 알거나 알 수 없는 큰 스님의 흔적이 살아 있습니다.
그 실체가 바로 승탑(僧塔/浮屠) 입니다.
<여정 메모>
- 일 시 : 2012. 2.11.(토) 10:00~19:30
- 곳 : 석남사
- 함 께 : 청산 내외
- 울주 석남사 부도(도의국사 승탑/보물 제369호)-
- 인홍스님 부도 -
- 석남사 주차장 -
- 석남사 일주문 -
- 석남사 경내 -
- 석남사 수조(시 문화재 자료 제4호) -
- 석남사 삼층석탑(극락전 앞/ 시 유형문화재 제5호) -
- 엄나무 구유 -
-삼층석탑(대웅전 앞) -
- 계곡 길 -
- 얼음골(산위 건물/케이블카 정류장) -
- 운문산전경 (좌측/운문산, 가운데 안부/아랫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