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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잃어버린 고향은....


- 성곡댐 전경( 수몰되는 마을 안길이 뚜렸하다.) -

성곡댐은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일원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최근에 조성하여 담수를 시작 내년(2011년) 10월 만수 예정으로 건설된 댐이다. 총 저수량 848만t, 유효 저수량 752만t 규모로, 인근 성곡,·현리, 수월,·봉기리 등 4개 읍ㆍ면 16개 마을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하루 4,900t씩 공급하게 된다 한다. 또한 댐의 규모는 길이가 266m, 높이 34m로, 유역면적 1,280㏊, 수혜면적은 620㏊라 한다.


작년에 지역 TV 방송에서 댐 건설로 인하여 잃어버린 고향의 아쉬움을 달래는 수몰민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 적이 있다. 그로부터 성곡댐의 담수 전에 한번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오늘 찾아간 셈이다.


가는 길목에는 나목에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덕촌리 털왕버들>(천연기념물 제298호)나무와 <명대리 뚝 향나무>(도 기념물 제100호)를 찾아서 마을을 두 번이나 뱅뱅 돌기도 했다.


성곡댐은 가뭄 탓인지 수문 옆에 고인 물이 얼어 있을 뿐 황량한 바닥을 그대로 들어내 놓고 있었다. 그 복판으로 마을길과 부서진 다리가 물 속에 잠길 날을 체념이나 하듯 보였다.


댐 상류로 새 삶의 터전을 이주한 성곡마을로올라갔다, 치수탑으로 가는 비포장 댐 둑길을 따라서 한 바퀴 돌아 나와, 성곡2리(장수마을)로 올라갔으나 골이 막혀 되돌아 나왔다. 성곡1리에서 안쪽 산 밑으로는 수월리 가는 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여름 나들이 장소를 찾느라 한번 둘러 보았던 마을이다. 아마 그 때만 해도 댐 안에 갇힌 저 길로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젊은 세대들에겐 고향의 향수는 한마디로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 경인년(庚寅年)인 올해에 갑년(甲年)을 맞는전 후 세대의사람들이 가지는 고향의 향수는 아마 분명 다를 것이다. 세월의 변화가 성곡댐이 생겨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25년여 전인 1985년에 착공하여 1996년 4월13일에 완공된 운문댐 공사시도, 면소재지 대천리를 비롯한 9개리가 수몰 되었다. 수몰 전 순지리 공암 가는 봄의 길목은, 새하얀 벚나무 꽃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아름다운 길이였는데….고향 마을을 물속에 묻어야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돌아오는 길목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향수/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여정 메모>

- 일 시 : 2010.1.19.(월) 11:00~16:00

- 곳 : 청도 일원(덕촌리, 명대리 ,성곡댐)

- 함 께 : 청산내외

- 성곡댐 전경 -

- 덕촌리 털왕버들나무 -

- 명대리 가는 입구의 옹기 굴 -

- 명대리 뚝향나무 군락 -

- 풍각면에서 점심을 먹으려 들린 식당(연탄 난로가 신기한 듯) -

- 잃어버린 고향의 다리(물 속에 잠길 그날을 기다리며) -

- 이전을 앞두고 밑 둥치가 돌려진 거수목 -

- 청도 운문댐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