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거창군위천면 상천리 서덕 들녘으로 갔다. 한 달여 전, 방송(MBC TV)을 통해 100헥타르가 넘는 면적(축구장 150개 규모) 에 전봇대(농사용 전기), 비닐하우스 한 곳도 없는 청정들이 있다고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 들녘은 가을이 되면 전국의 사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고 했다. 일기예보를 주시하면서 날을 잡아 아침 일찍(05:30 분) 집을 나섰다.
화원(옥포) 나들목으로 해서 광대 고속도로를 달렸다. 고령으로 넘어가는 88 낙동강대교를 지날 무렵 엔, 안개가 껴서 시계가 무척 짧았다. 뒤돌아보는 대구시가지 쪽으론, 새벽 여명이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밤낮의 기온 차로 아침 나즐은 쌀쌀했지만, 낮 동안은 아직도 더위를 느낀다. 오늘도 날씨는좋을 듯 하다.
논공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안개가 더 짙게 시야를 가려 운전에 신경을 곤 두세우게 했다. 일출 시각에 맞추어 현장을 둘러볼 생각으로 나선 길이지만 자연의 섭리는 거스르지 못한다.
가조면 일원은, 광대 고속도로 가조휴게소(광주 방면) 뒤편(북쪽) 비계산(1,130m)를 중심으로, 시계방향 남쪽의 오도산(1,120m), 미녀봉(930m), 숙성산(907m),과 서쪽 박유산(712m), 금귀봉( 827m), 보해산(911.5m)을 둘러, 북쪽의 장군봉(956m), 별유산 의상봉(1,032m), 우두산(1,046m)이 사방을 에워싸고, 면의 중심을 지나는 가천천(북→남) 물길이 황강과 몸을 섞어 합천호로 들어간다.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안개가 많이 끼는 곳이다.
06:56분, 서덕 공원으로 올라가는 서덕 들판 길로 들어섰다. 거창 지역의 일출 시각이 아침 6시 30분 경인데도 불구하고, 사방으로내려앉은 안개로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만 같았다. 들녘은 금원산, 기백산, 현성산으로 둘리어 있어 다소늦게 개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장 사정은 엄청나게 달라 있었다.
안개 희뿌연 듯하게 내려앉은 서덕들 가운데 길로 내가 걸어간다. 안개가 걷히길 바라면서 터벅터벅 논길을 따라 걷지만,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질 앉은 적막감뿐이었다. 한시바삐 황금빛으로출렁이는 들판을 보고 싶다.
서덕 공원은 2015년도에 작은 못과 함께 조성되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나무텍 길로 작은 못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본다. 못 가운데는 희귀 재래종 연꽃이 피어있다고 했지만 들어가 보지를 않았다. 아침 해가 중천으로 올라왔다. (07:00)
멀리서 전조등 불빛을 켠체 승용차 한 대가 올라온다. 새벽을 달려오는 사연이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다. 황금 들녘의 풍광을 보려고 나선 걸음인지...,공원 뒤편 길로 사라졌다.
- 서덕공원 연못 & 현성산 -
아침 햇살이 현성산 자락을 타고 서덕 공원 소류지에 닿았다. 안개 내려앉은 작은 못은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먼 새벽길을 달려온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자연은 그 위대함을 보여줬다.
- 서덕공원 연못 둑 위에서 바라보는 서덕들 -
서덕 공원 작은 못 둑에서 들판을 바라본다. 뿌허연 안개 속에서 푸르스름 한 빛깔의 논바닥이 하나둘 드러난다. 강아지풀이 하얀 깃을 들추어냈다. 서덕 들판 위로 아침 해가 높게 솟아있다.
공원 산책로 뒤편에 파크 골프장이 다듬어져 있었다.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강렬히 내리비췄다. 새벽을 달려온 차량은 파크 골프장을 찾아온 마니아들이었다. 오늘, 경기대회가 있는 날이라 했다. 거창군의 유력 인사들이 모여든다고 했다. 파란 잔디 홀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물안개에 휩싸여 있는 서덕지 둑 위로 올라섰다. 서덕들을 살찌우는 저수지다. 1949년 축조된못은, 유역면적(1,89ha) 과 담수 능력(만수, 8.0ha)이 엄청났다. 상천마을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현성산봉우리가 은연히 나타났다. 상천마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수가 지평선 끝머리에 어렴풋하다.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의 벼가 더욱 선명한 빛으로 다가온다.
07:15분, 서덕들에 발을 들어 놓은지 한 시간가량 지났다. 들녘은 떠 오른 햇빛을 받은 나락(벼) 물결이 끝없이 뻗어있다.
안개 속에서 점 하나로 보이던, 나의 뒤 모습이 완연한 자태로 들어났다. 빨간색 점퍼를 입은 인간 허수아비가 되어 양팔을 치켜들고 서 있다. 참새 한 마리 없는 허공을 휘저으면서...,
오전 7:50 분, 솟아오른 해가 안개를 산자락으로 밀어붙이니, 들판은 그야말로 황금빛 바다를 이루었다. 오토바이를 탄 부지런한 농부는 새벽들로 나선다. 한,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 가을날, 누렇게 출렁대는 볏논을 찾아서 여기저기 다녔다. 가깝게는 달성군 가창면 행정리 들판이었다. 개발 제한 구역 내 절대농지였었는지 모르겠으나 개발의 괴물(농경지 훼손)에서 비켜나 있다. 올해는 아직 가지 않았지만 해마다 찾아갔었다.
산자락의 안개가 서서히 벗어지자, 서덕들은 온통 노란색 물감을 칠해 놓은 듯했다. 논 끄트머리 마을은 무한히 평화스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황금 들녘은 끝없이 넓었다. 오래전, 다랑논 일 번지는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였다. 단석산 O.k 목장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무릉도원이었다. 또한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다랑논도 풍요롭다. 경지 정리가 된 서덕들은 다랑논에서 벗어나지만, 요즈음 '드론'으로 촬영한 광활한 모습은 비지리 못지않게 아름답고, 평화롭고, 황홀하다.
서덕들을 뒤로하고 금원산(1,353m) 자연휴양림 지재미골 문바위와 현성산(960m)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을 만나러 들어갔다. 문바위는 단 일암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바위(높이 15m, 둘레 7.3m) 라한다. 올려다보면 세상에 이런 큰 바위라니..., 엄청나다.
문바위를 지나 몇 걸음을 오르면 가섭암지 삼존불로 가는 돌계단이 나타난다. 가섭암지는 1990년 8월 6일, 금원산 산행을 '점터'에서 유안청폭포로 정상을 올랐다가 지재미골로 내려올 때 처음 보고, 그 후 한 두 번 찾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삼존불은 삼각형으로 언혀있는 큰 바위 한쪽 면에 새겨져 있다. 좌우 바위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더욱 신비스럽다.
- 출렁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수승대 일원 풍광 -
수승대는 우리나라 명승 53호로 지정될 만큼 수려했다. "영남 제일의 이름난 '안의삼동 安義三洞' 한 곳인 원학동(猨鶴洞)에 위치, 맑은 물,널따란 화강암 암반, 우거진숲 등이 어우러져 있다. 또한,거북바위엔 퇴계 이황(1501~1570), 갈천 임훈(1500~1584), 요수 신권(1501~1573)의 시를 비롯한 250여 편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그밖에 구연서원, 관수루, 요수정, 함양재 등의 건물이 조화롭다." (수승대 안내 글)
- 옛 돌담 길/황산마을 -
고택과 돌담(등록 문화유산)이 아름다운 황산마을은 거창 신씨 집성촌이다. 1540년(중종 35년) '요수 신권(1501~1573)' 선생이 터를 잡은곳으로, 현재 50여 채의 한옥이 들어서 있다. 경상남도 민속 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신씨고가(猿鶴古家)는 1927년 천석꾼 대지주였던 '신 종삼'이 지은 건물로 중건 후 지금껏 관리되고 있으며, 장관(국토동일원,신 종삼의 자, 도성)을 배출한 명가(名家)이다.
마리초등학교를 찾은 연유는 '가섭암지 마애삼존불' 터에 있었던 삼층 석탑이 학교로 이거 되어 있다기에 들렸다. 하나 보이질 않았다. 석탑은 마리초등학교가 아닌 위천초등학교로 옮겨졌다가, 현재 거창 박물관에 있다고해서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 여정은 새벽을 나서서인지 여느 때보다 알찬 하루였다.
<여정 메모>
- 언제:2024.10.05(토) 05:30~15:00
- 어디:서덕들(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서덕 공원)
- 누구:3명(청산 내외, 둘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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