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부산을 자주 찾아가는 셈이 되었다. 지난 7월(7월26일), 부산 시티투어로 감천문화 마을을 시작으로, 8월(8월15일)엔 괴정동 보호수를 찾았고, 9월(9월13일)에는 해운대 불루라인 공원 해변열차로 청사포항을 다녀왔다.
또한, 이달(10월10일) 초에는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령(1,300년) 느티나무 보호수를 보고 왔다. 오늘은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범내골 안창마을과 호천마을을 찾아간다.
부산역에서 87번 시내버스로 성북 고개를 지나 범일동 안창마을 입구에 내렸다. 범일2동 경로당 옆 호계천 호랑이 어슬렁 어슬렁 길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선다. 수정산(314.7m)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여느 작은 댐 물넘이 못지않게 넓고 깊다. 콘크리트 옹벽 축대 양 곁으로 층층이 집들이 얹혀있다. 올려다보면 현기증이 난다. 산비탈 마을의 전형이다.
호계천을 중심으로 서편은 부산 동구 범일동이고 동쪽은 부산진구 범천동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 범일동으로 넘어갔다. 좁은 골목길을 꺾어 돌아 다시 범천동(호천마을) 180계단 아래로 넘어왔다. 180계단은 쳐다만 보아도 아찔하고 어지럽다. 대구의 원고개 시장에도 108계단이 있다.
계단참 골목에서 몇 번인가 쉼 끝에, 호천마을 입구 호천문화 플랫폼 광장으로 올라섰다. 호랑이 조각상이 맞닿는다. 2017년에 방영되었다는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라 했다. 드라마를 본 적이 없기에 덤덤했다. 건너편 범일동 산자락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집들이 무척이나 평화스럽게 보였다.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다리품을 쉬었다.
만리산(120.4m) 정상 체육공원을 올랐다가 안창마을 입구로 내려왔다. 동구 마을버스로 서너 정거장 위쪽의 막다른 골에 터를 잡은 안창마을로 올라갔다. 오래된 집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군데군데 오리고기 식당 간판이 눈에 띄었다. 언젠가 우리들이 마셔야 하는 물길 수정산 물도랑이 골목을 굽이 돌았다.
안창마을 입구에서 87번 버스로 환승하여 부산역으로 나섰다. 망미동 주공아파트 종점에서 출발, 롯데호텔 백화점(서면역), 호천마을 입구, 성북고개, 수정동, 수정시장을 경유, 부산역으로 되돌아 나왔다. 13시 40분이 막 지나갔다.
호천마을 맞은편 범일동 1497번지는, 6.25 전쟁 피난 생활을 했던 이중섭 화가가 기거했던 곳이라 한다. 인근에 이중섭 전망대와 희망 계단, 거리 미술관 등, 이중섭을 추억하는 문화거리로 조성되어 있다고 했는데 다음을 기약했다.
“뭐 할라고 일로 들어와요...,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
어릴 때부터 살았다는 주민이 내뱉는 말이다. 신발 공장이 있었던 시절엔 저 많고 많은 집에서 빈방이 없었는데, 지금은 겉으로만 멀쩡하지 빈 집이 수두룩하다 했다. 편리함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연로하신 분이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온다. 하늘이 더없이 파랗고 높았다.
<여정 메모>
언제 : 2023.10.24.(화) 08:30~15:05
어디 : 부산 안창/호천마을
누구 :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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