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삼계탕 → 원대 다방
대구의 명물, 원대 가구 거리를 찾아 지상철 원대역 1번 출구로 나왔다. 팔달역 방향 팔달대로를 따라 “동덕한의원”을 지나면 대동 삼계탕 횡 간판이 골목을 연다.
가을 햇볕이 따갑게 머리맡으로 내려오는 골목은 한적하다. 사람들이 떠난 골목은 풀이 무성하다.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집마다 붉은색의 철거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굳게 닫힌 대문은 황색 경고장이 여기저기 부착되어 있다. 주인 잃은 우체함에는 먼지 않은 우편물이 가득하다.
대동 삼계탕은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 질때까지 폐업을 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골목을 꺾어 나오면 달서로55길 소방도로를 만난다. 대각선 맞은편으로 원대동 행정복지센터가 보인다. 달서로55길, 팔달로42길과 팔달로46길, 그리고 고성로에 맞닿는 “□” 자 형태 안의 주택은 재개발 사업으로 사방을 막아 놓았다.
“□” 형 사업지구 내 가림막을 뚫고, 그 사이로 아직도 내왕이 가능한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고성로 골목으로 들어섰다. 적막함과 으스스함 속에서 - 국토의 면적이 넓다면 미로같이 얽혀있는 불편한 환경을 마천루 같은 아파트보다, 집집이 파란 잔디에 예쁜 꽃들이 정원을 가득 피운 골목을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성로 큰 길로 나오니 원대 다방이다. 문득, 분 냄새 풍기면서 다가앉아 “나~두, 상화 차 한 잔...” 그래, 그때 그 시절엔 그랬었다. 괜스레 입가가 길어진다.
원대 신시장 → 원대 가구거리
원대 네거리로 내려왔다. 맞은편 고성로 큰길, 양옆으로 해서 달성초등학교 네거리까지가 원대 가구 거리다. 원대동 행정복지센터 뒷골목을 돌아 신시장으로 먼저 갔다. 반세기 가까운 40여 년 전에 이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했다. 시장은 시대의 바람을 피 할 수 없어 보였다. 바람은 골목 어귀의 동네 구멍가게에서 슈퍼로, 대형 마트 등으로 사람을 데리고 갔다.
신시장 뒷골목을 돌아 나서는 길에서 폐지를 잔뜩 싣고 힘겹게 손수레(리야 커)를 끄는 어른을 만났다. 힘드시죠? 라는 건넴에 삶의 무게가 실린 파지 덩어리보다 크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담배 한 모금 내 뿜으면서 시름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을 남기고 돌아섰다.
원대 가구거리도 형성 된지가 한 세기 가까이 되었다 한다. 1950년대 이후, 우리나라 가구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린 적도 있었으나, 생활환경의 패턴이 변함에 따라 지금은 명물. 명품의 품격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어 보였다.
제일공원 ↔ 부민극장 터
원대 가구거리를 따라 비원지구대 앞까지 걸어왔다. “원대동 비석” 일명, 노령장비(奴令長碑)라고 전해 내려오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노공(盧公)비가 지구대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으나 굶주림에 도적질을 한 백성을 풀어준 노령 장(간수)의 공덕비로서 마을과 지구대에서 잔을 치기도 한다 했다.
제일공원에서 걸음 쉼을 했다. 동네 안 어른들이 말동무를 하고 있었다. 원대동 하면 자갈마당에서 원대 건널목을 건너 큰집을 들락거렸던 기억과 달성초등학교 뒤편 어디쯤의 부민극장이 잊히지 않았던 곳이다. 연륜에 걸맞게 원대네거리 못 미친 곳에 옛 극장이 있었다는 말에 찾아 올라갔다. 내 고향 경산 용성의 인연이 닿은365 가구점 주인을 통해, 맞은편 붉은 벽돌의 빌라 건물이 극장이 있었던 자리라고 했다.
부민극장! 지난번 달성동의 달성극장을 찾았을 시보다는 상기되지는 않았지만 감개가 무량했다. 한 50여 년 전, 극장에서 “동경 4번지‘ 란 영화를 본 기억이 다소곳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늘 상의 기억 속에는 그 영화가 ”동경 4번지“인 줄 알았는데,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무료로 감상한 ”동경 특파원”과 만화에 열광했을 때 본, 손 의성 화백의 ”동경 4번지“가 혼동되었던 모양이다.
구 원대시장.
옛 원대시장의 마늘 창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적였다 한다. 지금은 신시장으로 상권이 옮겨 간지가 오래되었고, 낙후된 건물에 입구 양가의 상가 몇 군데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참 기름집, 떡 방앗간 집 등이 남아 흔적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비록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변화되고 또, 변화되어 가는 곳이 원대동의 골목만이 아니었다.
골목은 비 온 뒤의 강물 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혀 그리움으로 남는다.
<여정 메모>
언제:2019.09.16.(월) 14:00~16:30
어디:원대동 가구 골목
누구:청산인
-원대동 행정복지센터 -
- □ 사업지구/달서로 55길-
- 고성로/사업지구 내 골목 -
- 고성로/사업지구 내 골목 -
- 삶 -
- 햇살 내려 앉은 골목길 -
- 3호선 북구청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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