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공원역에 내렸다.
자갈마당이 한 걸음 앞이다. 도심 재생 사업 공사가 한창이다. "하늘마당이 열린다. 달성공원이 앞마당이다" 공사장 가림 안전막에 쓰인 홍보 글이다. 문득 - 예전에 극장 쇼로 명성을 떨쳤던 동아극장, 그 뒤로 도원동과 담배 만들었던 연초 제조창(전매청)이 있고, 길 건너 북편으로 미군 부대 창고(보급창?), 그 너머 동서로 뻗은 경부선 기찻길, 극장 옆은 국수 공장(소표 국수?), 달성 파출소, 금수 세탁소, 사람이 차단기를 올렸던 원대 건널목, 짠내 허기를 달랬던 달성시장 난전 골목 -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가 사라졌다.
*금수 세탁소는 50년이 넘은 지금도 맥을 이어 오고 있다. 물론 가업으로 대를 이어 받았는지, 아니면 주인이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맞은 편으로 옮겨 세탁소의 대명사 처럼 이름을 지키고있다. 참 반가운 일이다.
달성 네거리 달성 시장이 자리했던 골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어진 골목은 어둠침침하고 습했다. 길은 바닥블록 틈새로 솟아 나온 잡초와 이끼가 차지하고 있었다. 빈집들은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폐허 그대로다. 이 골목 저 골목의 모습들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고성동 방향의 원대 지하차도로 내려갔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1종 건널목으로 남아 있다가 왕복 2차선의 지하차도가 뚫렸는데, 현재는 6차선으로 확장되어 있다. 땅 밑은 차들이, 땅 위는 기차가, 하늘에는 3호선이 놓여 있다.
길모퉁이 자투리 텃밭 옆 좁은 길로 들어섰다. 골목 끝머리에서 동네 어른들을 만났다. 현 고성동을 예전에는 태평로라 불렀다 한다. 반세기 전인 1970년대 전후 일 때다. 큰댁이 이곳에 있었다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의 무상함을 씹고 계신 듯 했다. 오래전의 골목은 갈치 꼬리 같이 길게 이어졌는데, 소방 도로가 - 경부선 철길 따라 난 공용도로, 대구역 북편 교차로와 이어지는 칠성남로, 고성로, 고성동 행정복지 센터 앞의 고성북로6길 - 동가리 골목을 만들었다.
칠성남로 4길에서 6길로 해서 고성로와 고성북로6길, 고성동 행정복지센터를 둘러서 동쪽 옛 시민운동장(현 사회인 야구장) 야구장 쪽으로 나왔다.야구 경기(대구 중구&전남 순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울타리 밖 벤치에 잠시 않았다가 칠성남로 큰길로 나왔다. 고성동 벚꽃길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서쪽 원대동 달서천로로 해서 원대 지하차도를 다시 건너 금호맨션 앞에 올라섰다.
비산동으로 가는 철길을 따라 걸었다. 경부선 기찻길 아래로 달서천이 원대동으로 흘러가는 곳에 굴다리가 있었다. 시커먼 시궁창 물이 질퍽거리는 굴속의 나무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 예전의 굴다리 길이, 사람과 자건거를 타고 지나갈 수 있게 다듬어져 있었다. 몇십 년 전 추억의 길목이다. 원대동 미나리꽝이 유명했던 그 시절이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복개천 건너 산비탈 위에 붉은 벽돌의 **중학교가 우뚝 솟아 보인다.
복개도로를 따라 달성공원 쪽을 걸어서 달성동 골목으로 다시 들어갔다. 도심의 단독 주거지는 대부분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 빈집마다 출입금지 딱지가 붙어 있었다. 곳곳에 찬반 의견 현수막이 내걸려 있기도 한 걸 보아서 갈등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 사장님, 혹 옛날 달성극장 있던 자리가 어디쯤인지 아십니까?"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가게 주인에게 물었드니, 의아한 눈으로 처다보면서 극장을 아느냐고 되물었다.
"예, 칠십 일 이년도에 구경을 다닌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있었든 같네요, 저 길로 100M쯤 내려가다, 첫 번째 골목 말고,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데, 옛날에 경로당을 지었는대, 지금은 또 뭐로 바뀌었는지 ..."
라고 말하면서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 했다.
여인숙 간판이 아직도 달려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 두 번째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2층 주택에 경로당 간판이 걸려 있었다. 50년을 거슬러 올라간 세월 속의 극장은 무척이나 컸었는데, 너무나 작게 보여서 고개를 가웃등 거리게 했다. 길 모퉁이 유통가게 아주머니가 극장 자리라고 확신을 심어주어 되돌아서 둘러 보았다. 삼류 극장이었지만, 저렴한 요금에 한번 상영할 때 2편의 영화를 틀어 주었기에 몇 번 갔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정말 좋았다고 생각된다. 길게 드리워진 검은 막을 옆으로 밀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달성공원역으로 되돌아왔다. 저만치 기차가 온다.
골목을 따라 형성된 - 칠성동, 고성동, 달성동 - 동네의 집, 모두의 삶에 있어서 가장 안락한 보금자리다. 시대의 변화로 재개발(재생)의 탈바꿈을 하고 있다. 가파른 산비탈 계단 길의 달동네, 비좁디 좁은 쪽방촌, 오래된 동네 새마을 촌과 벽화마을 등등은 한 세기를 살아온 소시민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모습이다.
여행(관광)이라는 미명으로 물수제비를 던지지 않았는지 생각을 해본다.
<여정 메모>
- 언제:2019.6.23(월)14:00~18:00
- 어디:고성동,달성동 일원
- 누구:청산인
-도원동 재개발 사업 현장 -
- 금수 세탁소 -
- 골목/달성동-
-골목/달성동-
- 달성동 가게/달성네거리~북비산 네거리 방향 -
- 골목/고성동 -
-골목/고성동 -
- 골목/고성동 개발 현황도 -
- 골목/고성동 -
- 사회인 야구장/고성동-
- 골목-고성동 -
-골목/고성동-
- 달성동~원대동 가는 지하도(옛 굴다리)-
- 골목/달성동 -
-골목/달성동 -
- 창문이 아름다운 집/달성동 -
-고향 칼국수 옆 여인숙 골목/09.28 -
마 " 달성극장을 ---TV 리모콘을 돌--- 달성 - 달성동 경
로당/옛 달성극장 자리 ---동 경로당/옛 달성극장 자리 가게문을 나서면서 의아-ekf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길을 가리겼다
- - el-.
- 도깨비 시장 골목/6.29(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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