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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겨울로 가는 길목

 


- 주산지 왕 버드나무 -

 

   300년 전 조선 숙종 46년(1720년) 8월에 착공하고 그 이듬해인 경종 원년(1721년) 10월에 준공된 주산지가 1983년(확장공사) 이래 30여 년 만에 다시 바닥을 드러낸다기에 찾았다. 주산현(注山峴) 봉우리 벌 바위에서 흘러내린 주산지 물속에서 200년을 넘게 뿌리를 박아온 20여 그루의 왕 버드나무가 겨울 길목에서 속살을 드러내는 모습이 궁금해서였다.

 

   절벽에 걸린 바위가 금세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좁은 골자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드문드문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저수지 안쪽에 있었던 주차장을 없애고 걷도록 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이름을 올린만큼 여유로웠다. 주산지의 백미는 울긋불긋 가을이 잔잔한 수면으로 내려앉을 때 물 위로 가지를 드리운 왕 버드나무를 바라 볼 때다.


   주산지의 오래된 둑에서 물이 새어나와 둑을 보수하면서 수문을 교체하는 작업 때문에 물을 뺐다 한다. 둑 위로 올라서니 넘실거렸던 못 안은 말라 있고 밑바닥을 긁어내던 중장비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군데군데 작은 웅덩이는 하얀 얼음으로 덥혀 있었다. 건너편 산자락은 물이 차올랐던 흔적의 띠를 두르고 있었다. 전망대 쪽으로 걸으면서 긴 세월 동안 저수지에 몸을 담그고 서 있는 왕 버드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눈에 심어 나갔다.


   송소고택(松韶古宅) -12대 만석꾼 경주 최 부자와 함께 9대 250년에 이르는 만석꾼의 명문 부자 집 -을 둘러본다. 솟을대문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좌우 일자 형태의 사랑채가 들어서 있다. 그 뒤로 안채가 □ 자리하고 우물 옆 작은 마당으로 나서면 별채가 자리한다. 전형의 사대부 집안 모습이다. 슬그머니 눈을 감아본다. 분주하게 나대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행랑채에서 안채로, 안채에서 별채로 넘나는 대가 집의 분주한 한나절이다. 낮게 둘린 기와 담장 작은 대문으로 작은댁(송정고택)으로 넘나들게 했다. 조선 시대의 양반집의 숙박을 체험할 수 있다 한다. 핵가족화의 시대에 살아가면서 온고지신의 삶을 느껴봄도 괜찮다. 따뜻한 아랫목이 생각난다.


   청송양수 발전소 홍보관을 둘러보았다. 노래산(795m) 중턱에 위치한 상부 댐을 올라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면서 돌아섰다. 상부 댐은 신유박해(辛酉迫害)를 피해 들어온 신자들의 질곡의 삶 터였다. 그곳이 산업의 동력이 용트림하는 곳으로 변해 오늘에 이른다 했다. 솔치고개(390m)를 넘어 안면 사거리에서 과수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방호정로 구릉 길로 해서 길안천이 만든 신성 계곡으로 나왔다.


   노귀재(502m)를 넘고 보현산 다목적댐 건설로 물속에 잠기는 용소 마을로 들어서니 짧은 하루가 산등성이를 타고 있었다. 2014년에 완공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를 하는 덤프트럭이 어둠살에 들락거렸다. 마을 어귀에서 저녁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직도 길을 나서지 못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마음을 아리게 했다.


   저만치 골목에서 서성이던 해가 나목 가지에 잠을 청한다.


<여정 메모>

-일 시 : 2013.12.08(일) 09:30~18:00

- 곳    : 주산지, 송소고택, 양수발전소

-함 께 :7명(희누 네/3, 은별 네/2, 청산 부부)

 

 

 

- 노귀재 휴게소 -

 

 

- 주산지  올라가는 길 -

 

 

- 주산지/물을 뺀 모습-

 

 

- 주산지/축조 공덕비 -

 

 

- 주산지/왕 버드나무 물띠-

 

 

- 주산지/왕 버드나무 -

 

 

- 주산지/물을 뺀 모습 -

 

 

- 달기 약수 원탕/파란색 지붕 정자 -

 

 

- 송소세장/고택 현판 -

 

 

- 송소고택/안 채 -

 

 

- 송정고택 -

 

 

- 양수 발전소 모형도 -

 

 

- 보현산 다목적 댐/수몰될 마을 -

 

- 보현산 다목적 댐/ 느티나무-

 

- 보현산 다목적 댐/수몰될 마을 -

 

 

- 보현산 다목적 댐/건설현장 -

 

 

- 보현산 다목적 댐/신설도로/좌 상단 -

 


- 해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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