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공산 달빛걷기 (5km 지점/구암 마을로 향하여) -
석양이 불게 물든 봉무 들녘 하늘로 아름다운 불꽃이 치솟아 오르자, 쇼핑몰 이시아 폴리스 광장은 거대한 용이 승천하듯 용트림 쳤다. 달빛 걷기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이 내디딘 발걸음이었다.
8월 마지막 주말 저녁은 영남일보사가 마련한 팔공산 달빛걷기 대회 참가 인파로 북적였다. 저마다의 형형색색 복장이 그야말로 여름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매인 무대에는 댄스그룹 무희들의 발랄한 춤이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일행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그저께만 해도 곳곳에 폭우가 내렸는가 하면,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음에도 모처럼 맑은 날씨가 행사를 빛나게 했다.
올해로 3회째 맞는 대회는 총 4개 구간-10km, 20km, 30km, 50km - 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한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공산 터널 구 길로 접어들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소손 거리는 소리에 풀벌레가 더 요란하게 울어 어둠의 적막함을 걷어냈다.
내동마을과 구암마을 갈림길이 5km 지점으로서 10km 구간의 반환점이었다. 색소폰 동호회원들이 연주하는 잔잔한 음률이 지친 발걸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은 후 구암마을로 향했다. 칠월 초여드렛날 달이 산등성이 위로 떠올랐다. 공산 댐으로 흘러들어 가는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백안삼거리를 지나 갓바위 방향으로 곧장 걸어서 거시듬 안 마을로 들어섰다. 10km 점검 지점에 출발한 지 두시간 여 만에 닿은 셈이다. 으슥한 골목을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꼬리를 물었다. 예전 갓 바위로 가던 길목인 백안 다리난간 옆에서 늦더위를 식히는 동네 어른들이 부채질을하면서 쳐다 들 보았다.
용수천 개울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12.5km 지점의 미곡동 동네 다리에서 20km 참가자와 갈라져 용수동으로 향했다. 굳게 닫힌 구판장, 미동도 않는 마을 당산나무를 앞을 지난다. 돌로 쌓은 당에 치성을 드리는 촛불이 가물거렸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독불사 돌담을 지나 교원연수원 입구 팔공산 순환도로에 올라섰다. 한 줄기 바람이 땀에 젖은 얼굴을 훔치고 지나갔다. 저만치 발아래로 마을의 불빛이 아물거리고 하늘엔 별이 촘촘히 떠 있었다. 불야성 같은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밤의 향연을 쳐다보면서 어린 시절의 고향 마당으로 달음박질했다.
다섯 시간의 걸음 품으로 20km 용전마을 입구를 지나서야 애초에 끝까지 걸을 수 있겠느냐는 출발 때의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음은 편안하지만,허리와 다리 근육이 땅겨져 보폭을 늦추었다. 이따금 굉음을 내면서 자동차들이 광란의 질주를 한다. 오토바이도 한 몫을 거들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레-즈 열풍은 이해하면서도 차량과 오토바이의 열광은 회의적일까?
고찰 파계사 사거리에서 중대마을로 내려섰다. 산골 마을의 새벽 참으로 먹는 시래기 국밥에 곁들인 막걸리 한잔은 힘든 길을 걸어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함이었다. 밤을 새우면서 봉사하는 따뜻한 이들의 마음이 새삼 고맙게 다가왔다.
오전 2시 30분!
도전 30km의 목표를 성취하는 순간이었다. 기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많은 사람이 격려의 손뼉으로 맞아 주었다. 풀벌레 우는 소리, 우렁차게 흐르던 개울 물, 밤하늘 수놓았던 별, 먼발치로 동행한 달...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긴다.
<여정 메모>
-일 시: 2012.8.25. (토) 19:00~8.26. (일)02: 30.
-곳: 팔공산 일원(봉무동-공산 터널/미대동-구암마을-백안삼거리-백안동(거시듬)-미대동-용수동-팔공산 순환도 - 교육원 연수원 입구-파계사 사거리-중대동- 지묘동-파군재- 봉무동
-함께: 8명(시등회원/임 관장 외 7인)
- 행사장으로 가는 길 -
- 등록 및 접수 (회총이 서명 확인) -
- 댄스그룹 "JJ"의 축하 공연 -
- 출발을 기다면서 -
- 앞으로 또 앞으로 (공산터널 구 길) -
- 백안 삼거리에서 휴식-
- 담배가게 ( 옛날 고향 마을의 점방 같다.)-
- 졸고 있는 가로등 -
- 당산나무 (용수동) -
- 아름다운 솔밭 길 -
- 산골 마을 ( 새벽 참 후 달콤한 휴식) -
- 도전! 30km 성공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