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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정동진(正東津) 가던 날


- 정동진 역(서울행 무궁화호) -


일기예보 상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와 함께 경북 북부지역과 영동지방으로 1~5㎝의 눈이 내릴 것이라 했다.


눈 오는 날 온통 새하얗게 변하는 풍광을 상상 해보라... 가히 환상적이 아닐 수 없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도 없이 강릉행 기차표를 예매 했다.


06시20분!

찬바람이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어 댈 때, 동대구역 3번 플랫폼의 강릉행 무궁화호 기차는 어둠에 젖어있는 선로를 미끄러져 나갔다.


기차는 단숨에 하양을 지나고, 북영천을 경유 의성 탑리를 거쳐 안동역 구내로 들어섰다. 차창에 새하얗게 부서져 내릴 은빛 가루는커녕, 바람마저 새벽잠에 취해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스럽다는 속설이 오늘따라 절절이 맞아 떨어졌다.


영주에서 태백으로 가는 기찻길은 “환상선 눈꽃 열차” 구간이다. 허나 오늘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나목만이 차창 밖을 스쳐 지날 뿐 계절은 이른 봄날 같았다. 이따금 만나지는 낙동강의 얼어붙은 물빛이 겨울의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통리에서 도계로 넘어가는 길은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 우리나리 유일의 스위치백(흥전~나한정역)기찻길이다.예전에 이 구간에 도착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기차에서 내려 통리나 도계로 걸어 넘고, 기차는 기중기로 당겨서 넘나들었다 했다. 직접 눈으로 체험하기에는 발전차가 뒤편이라 곤란하다는 역무원의 말에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6시간을 달린 끝에, 바다를 가장 가까이 낀 기찻길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는 정동진역에 내렸다. 예전엔 스쳐 지나가던 간이역에서 세태의 변화와 더불어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붐빈다. 파란 바다에는 유람선이 지나가고, 모터보트가 흰 포말을 일으키면서 곡예를 부리고 있었다.


16:00 정각!

떠남에서 돌아서야 할 시간이다. 일상의 삶에서 밤이 지나면 새 아침을 맞이하는 자연의 순리처럼 말이다. 짧은 체류 시간동안 해변을 걷고, TV 연속극의 유명세를 탄 커다란 모래시계를 둘러보고, 다시 좁은 대합실에서 아침을 나선 작은 몸뚱이를 실어 갈 기차를 기다렸다.


22:19분!

새벽길을 떠났던 동대구역의 2번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불그스름한 불빛이 지친 길손을 맞이하는 서쪽 하늘 끝머리에 하얀 동짓달이 떠 있었다.


<여정 메모>

- 일 시 : 2009.12.26.(토) 06:00~23:00

- 곳 :정동진

- 함 께 : 둘째와~

- 동대구역 개찰구 입구에서 -

- 안동 북후 평온리 -

- 영주역 구내 -

- 열차내 카페(은별이와 함께)-

- 철암 탄광촌 사택(60년대 산업화 시대의 뒤안길) -

- 도계로 넘어가는 기찻길 -

- 기찻길 옆 오막살이 -

- 무궁화호 열차내 카페(붕어빵) -

- 정동진역에 내려서 -

-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은별이 태권~)-

- 은별이 왜울어?(모래장난치다 눈에 모래가....) -

- 모녀는 씩씩하다 -


- 가로등과 동짓달(동대구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