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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환상선 눈꽃 열차를 타다

 

 

- 환상선 눈꽃열차/정동진 ~청량리 착, 무궁화 호 1638 /자미원-조동역으로-

 

 

 

  눈이 많이 온다기에 문득 옛 눈 오던 날에 떠난 여정이 생각났다. 그중에서도 기차로 다녀온 환상선 눈꽃열차 길이다. 환상선 눈꽃 기차길은 현재 코레일에서 운행되고 있는 중부내륙을 달리는 O-Train(서울-천안- 조치원-충주- 제천-영주-분천-철암)과 백두대간의 협곡을 지나는 V-Train(분천-양원-승부-철암)이 대표적이다. 어제의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다.

 

<여정 메모>

-일시:2018.01.10(수) 05:30~20:30

-  곳 :환상선 눈꽃열차 (동대구-철암,태백-제천,제천-영주,영주-영천,영천-동대구)

-함께:2명(청산 내외)

*동대구(06:15)-철암(10:25/동백산역 이용이 편리함, 철암-태백역/대중교통 이용)

*태백(12:05)-제천(13:54/점심/시락국)

*제천(14:56)-영주(15:53/영주 전통시장 둘러봄.영주 몀품 문어,진빵)

*영주(17:08)-영천(18:54/부전발 동대구행 기차 탑승대기)

*영천(19:07)-동대구(19:42/저녁/외 손녀/은별이네 가족과 함께)

<눈꽃열차 역명>                                                .

-대구선:동대구-고모-가천-금강(페)-하양-금호(폐)-봉정(페)-북영천/영천

-중앙선:북영천-화산-신녕-갑현(폐)-봉림-화본-우보(폐)--탑리-의성-업동(폐)-운산-무릉-안동-옹천(페)

            승문(폐)-문수-영주

-영동선;영주-문단-봉화-거촌(폐)-봉성-법전-춘양-녹동(폐)-임기-현동-분천-양원-승부-석포-동점/문곡-             철암-백산-동백산-통리(폐)

-태백선:태백-추전-고한-사북-민둥산-자미원-조동/함백-예미-석항-연하-탄부-영월-청령포-연당-쌍용-

            입석리-제천

-중앙선;제천-고명-삼곡-도담-단양-단성-죽령-희방사-풍기-안정(폐)-영주

 

 

-동대구 역을 가는 814번 첫 버스-

 

 

-새벽을 일깨우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1층 현관문을 나서니 얕개 눈발이 서려 있었다. 차량 위에는 제법 새하얗게 덮고있다. 버스정류장의 안내정보에서는 첫 버스들이 출발 준비 중이라 안내되었다. 05시 33분에 운행되는 첫 버스를 타야만 동대구 역에서 출발하는 06시 15분발 정동진행 기차를 탈수 있기때문에 서둘렀다. 눈은 내리지 않고 가로기만이 새벽 바람에 펄럭거렸다.

 

 

- 동대구 역 -

 

-동대구역 -

 

  새벽 이른 시간이라서 승객들이 없는 정류장은 그대로 통과하고 막힘없는 녹색 신호등의 흐름을 타고 06시 05분에 동대구역 광장에 내렸다. 광장의 바닥도 얇은 눈으로 살짝 덥혀있었다. 미끄러울것 같아 조심스럽게 걸었지만, 마음은 바빴다. 탑승구 전광판을 쳐다보니 2번 플랫폼으로 승차 준비란 글씨가 연달아 나타났다. 덜커덩하는 쇳소리와 함께 육중한 몸덩이가 앞으로 밀려갔다.

 

  동대구역은 250만 명 대구 시민의 관문이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전국 교통의 동맥으로서 하루 수만 명이 이용을 한다.

 

 

- 06:15 발 정동진행/무궁화호1672 -

 

 

-북영천역-

 

  붉은빛의 가로등 불빛에 흰 눈이 흩날렸다. 제법 눈송이가 커서 오늘 기차길 여정은 정말 때를 잘맞추어 나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 구내를 벗어나면 아직도 밖이 어둠에 사여있어 눈이 계속 펄펄 날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새벽 일찍 설친 잠으로 인해 눈꺼풀이 무거워져 왔다.

 

 

 

- 금성산/좌 . 비봉산/우 -

 

 

-탑리역-

 

  희붐한 새벽이 창가에 내려앉았다. 들판이 새 햐얗게 보였다. 금성산이 우뚝 솟아 장엄하게 다가왔다. 들판에서 높게 솟은 산이라서 그런지 더 우람해 보였다. 오래전 두 번이나 올랐던 기억이 산 허리를 따라 올라갔다. 고대 조문국의 흔적을 더듬어 들렸던 고분군과 신라석탑의 진수 탑리오층석탑이 낮은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기억이 나서 차창 밖을 열심히 바라보았지만 지나쳤다. 아마 철로 변이 아니었나 보다.

 

 

 

- 안동역/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

 

-안동역 -

 

  안동철교를 힘차게 달렸다. 차창 아래로 바라보이는 낙동강 물이 얼어있었다. 역구내의 기차선로가 햐얀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너머 먼 산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올랐다. 안동은 하회마을, 병산서원,도산서원 등의 유교 문화와 봉암사 등의 불교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고장이다.

 

 

- 봉화읍 시가지 -

 

-봉하역 -

 

  봉화역을 지난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내린 눈이 좀 더 쌓여 있었다. 봉화역에 직접 내려본 기억은 없다. 그러나 지지난해에 경북 관광순환 열차를 타고 봉화 다덕 약수터를 비롯해 닭실마을을 들렸다. 청암정(靑巖亭)은 조선조 중종 2년(1507) 문과에 급제해 우찬성에 올랐던 충정공 충제 권벌이 건립한 정자로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명승 제3호로 지정되었다. 사람들의 손때에 빗장이 걸려서 담벼락 너머로 둘러보았던 아쉬움이 남았던 곳이기도 했다.

 

  인근 석천정사(石泉精舍)가 자리한 석천계곡은 선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물 태극의 비경을 간직 한 곳이다. 또한, 춘향전 이몽룡의 실존 인물인 계서 성이성 선생이 살았던 계서당 종택도 둘러본 적이 있다

 

 

- 춘양역/고향 친구를 만나러 가는 분들 -

-춘양역-

 

  춘양역은 1980년대 가을, 동원 훈련에 참가하는 예비군들과 함께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전세를 내어 온 적이 있다. 그때 중앙선 기찻길이 그렇게도 아름답게 다가왔었다. 그 뒤로부터 마니아는 아니지만 기차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 낙동강 - 

 

-임기역 -

 

  올겨울은 호남과 제주 지방에는 폭설로 안전을 걱정하고 있지만, 영동 지방과 경북 동해안 남부 지역은 가뭄이 심한 편이다. 낙동강 상류 지역인데 강바닥이 말라 있다. 우측으로 굽이돌아 들면 임기역이 나온다. 몇 해 전 봄에 나물을 뜯으러 임기역에 내린 적이 있다. 지금은 그냥 기차가 지나간다.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군부대 시설이 있어서, 임기 마을에 다방이 다섯 군데나 있을 만큼 사람들로 넘실대던 곳이다.

 

 

- 산타마을 분천역 -

 

-분천역 -

 

  춘양역을 지나고 지금은 간이역으로 전락한 임기역과 현동역을 숨 가쁘게 넘어오면 분천역이다. 영동선의 어느 역보다 일 년 사시사철 붐비는 곳이다. 코레일에서 기획한 V-train 열차의 시 종점(분천-철암)이기도 하면서 여름과 겨울의 산타 마을로서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해와 그 지난해 봄 날, 승부역에서 낙동강 물과 함께 달리는 기찻길을 따라 분천역까지의 낙동 비경 길을 걷기도 했다. 

 

 

- 양원역/기차가 정차하는 가장 작은 간이역-

 

 

- 얼어붙은 낙동강 협곡 -

 

 

- 승부역/영암선 개통 이승만 전 태통령 기념 휘호 탑-

 

-승부역-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역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세인의 이목을 받아온 것도 기차만이 접근이 허용된 오자 중의 오지 역이었기 때문이다.

   O.V-Train 겨울 여행의 백미로 자리매김 한 곳이다. 무척 오래전 석포역에서 기차로 승부역에 내려 비룡산(1,129.4m)을 올랐다 가 홍점 계곡으로 내려왔다.

 

 

- 철암역 -

 

-철암역-

 

   태백산(1,567m)은 우리나라 겨울 산행의 최고봉을 자랑한다. 유일사에서 출발하여 장군봉과 문수봉을 올라서 당골 광장으로 내려온다. 산행하지 않는 관광객들은 얼음 축제장과 석탄 박물관을 둘러본다. 통리역이 폐역으로 된 이후 영동선의 중추역으로 남아있다.

  철암은 우리나라 근대 발전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역 구내 뒤편 연탄시설은 등록문화재(제21호)로 지정되어있다.  

 

 

- 통리 삼거리에서 바라본 함백산 -

 

-통리역-

 

  우리나라 10대 명산의 반열에 올라있는 태백산은 사계절 산꾼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겨울 태백산을 찾았을 때는 통리역을 이용했는데 영동선 선로 개량화에 따른 백산역에서 도계역을 잇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솔안터널(16km/현 최장:경강선 대관령 터널: 21km)의 개통으로 2012년 폐역으로 물러났다. 더 빠르고 안전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당연시되지만, 오랜 세월의 애환을 담고 있는 관점에선 사라진 나한정역과 흥전 역 간의 스위치 백 기찻길이 그립다.

 

  통리역에서는 강릉에서 내려오는 동대구행 기차를 기다리는 사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통리협곡과 미인폭포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오늘은 황지천을 따라 태백역으로 간다.

 

 

 

- 태백 황지못 -

 

 

-태백 시가지 -

 

 

- 태백역 -

 

-태백역-

 

  태백산 산행을 하고, 역 앞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대구로 내려간 적도 있다. 또한, 정선의 화암약수가 있는 곳에서 잠을 자고, 몰운대, 광대계곡을 들렸다가 정선에서 고한까지 버스로 나와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넘어왔다. 백전리 물레방앗간과 검룡소 한강 발원지를 올랐다가 신동과 영월, 단양, 풍기, 영주, 안동으로 해서 대구로 갈 때에도 태백에서였다.

 

 

- 고한읍 시가지-

 

 

- 민둥산 -

 

 

- 민둥산 역으로 들어가는 무궁화 호 1638 -

 

 

-민둥산 역(구 증산)-

 

-민둥산역 -

 

  민둥산 역은 태백선에서 정선으로 가는 정선선의 분기 역이다. 역에서 바라보면 눈을 이고 서 있는 산이 민둥산이다. 민둥산은 포천 명성산과 창녕의 화왕산, 홍성 오서산, 장흥 천관산과 더불어 자웅을 다투는 억새의 명산이다. 태백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이른 시각 증산역으로 와 민둥산을 올랐다 밭구덕에서 덜 삶은 닭백숙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노추산 아래 하루 2번 들어가는 구절리행 꼬마 기차(2량 편성)를 타고 구절리역까지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

 

 

- 정선선 기찻길/멀리 별어곡 역 -

 

 

-함백 시가지 -

 

 

- 신동 시가지 -

 

 

- 예미역 -

 

 

-예미역 -

 

   증산역을 출발한 기차는 자미원역으로 힘차게 달린다. 오른편으로 정선으로 가는 정선선 기찻길이 가마득히 내려다보인다. 텅 비어 으스스해 보이는 자미원 역을 스쳐 지나간다. 자미원역이 태어나고 자미원역이 사라져 가야 하는 곳이다.

 

  조동역은 1977년 신호장으로 문을 연 역이다. 수리재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기차는 오른편 산자락의 태백선 선로를 탄다. 왼편으로 사라지는 선로가 예미역에서 함백역을 거쳐 조동역으로 올라오는 함백선이다. 몇 해 제천에서 태백으로의 눈꽃 기차 여정을 나섰을 때, 예미역에서 함백역을 거쳐 조동역을 올랐다. 함백선이 석탄 수송을 위해서 부설된 산업철도였지만 때론, 태백선의 복선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했다. 아직도 역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석항천 골이 깊은 탓인지 온천지가 더 뽀얗게 빛났다.

 

 

-제천 시가지 -

 

 

- 시래기국 점심을 기다리면서 - 

 

 

- 제천 역 앞 시가지 -

 

 

-제천역 대합실 -

 

-제천역 -

 

   열일곱 설움의 세상을 다한 단종의 고혼이 잠든 장릉이 있는 영월역을 지나 제천시가지로 들어선다. 쌍룡역과 입석 역에는 쌍용시멘트와 아세아 시멘트 공장이 커다란 공룡처럼 다가온다. 산업의 원동력이다. 충북 내륙에도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 예보되었지만 하늘은 맑았다. 그동안 제천은 여러 번 찾았던 곳이기에 내가 사는 대구의 어느 한 곳처럼 느껴졌다. 아침 일찍부터 나선 걸음에 기차만 벌써 6시간이나 타고 왔다. 역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와서 시래깃국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의림지/2014.02 09)-

 

 

-의림지/2014.02.09)

 

  제천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다. 2004년 겨울 처음 제천을 찾았을 시는, 밀양의 수산제, 김제 벽골제와 더불어 삼한 시대의 농경 생활 문화가 남아있는 의림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살아 있는 빙어 회와 두부의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2014년 2월 9일에도 제천을 왔다. 오늘의 역순-동대구-영주-제천-영월-태백-철암-동대구-으로 눈이 내린다고 무작정 나섰는데, 그날은 오늘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의림지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의림지 둑의 소나무는 잔뜩인 눈에 가지를 늘어 뜨리고 있었다.

 

    2016년 6월 4일, 동대구 역에서 경부선의 대전과 조치원을 거쳐 충북선 충주와 중앙선 봉양, 제천으로 해서 영주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충주에 내렸다. 고구려 중원 비와 중앙탑과 탄금대를 들렀다가 제천으로 들어가 교동 벽화마을을 둘러보고 대구로 내려갔다. 또, 그 이전(07.01.27)의 제천 방문 때에는 장락사 칠층 모전석탑, 점말리 동굴유적지, 입석리 선돌, 한산사의 수줍은 소녀와 같은 석조여래입상을 둘러보고 제천과 태백으로 넘어가 통리역에서 동대구로 내려갔다. 함백선의 철길로 두위봉 자락을 돌아 조동역으로 올랐던 날이기도 하다.

 

  제천! 지난달 스포츠 센터의 화재로 고귀한 인명 피해가 있었던 곳이다. 마음이 아련했다.

 

 

 

- 단양 대강면 -

 

-단양역 -

 

  남한강 대교를 넘어서면 단양역이다. 남한강의 상류인 충주댐이 바닥을 들어내고 있었다. 눈이 제법 왔지만 절대 강수량은 적었던 모양이다. 역사와 풒랫폼 간에 이동 거리가 있어 보였다. 도담역에서 의성역? 까지 중앙선 복선화 일원으로 역 구내에 공사 때문인 것 같다. 제천역사도 공사 중이였다.

 

  죽령고개를 힘겹게 올라선다. 단성역에서 죽령역으로 오르고 내리는 기찻길은 고도차로 인하여 루프 식으로 돌아서 넘는다. 영동선 백산역에서 솔안터널 진입을 위해 연화산 허리를 감아 도는 곳이나, 원주의 금대봉 터널도 마찬가지다. 함백선 조동역으로 올라가는 길도 2450m의 루프식 기찻길이다.

 

  언젠가 제 역할을 다한 철길도 그간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다듬어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이 근대 등록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듯이 잘 보존하였으면 한다. 

 

 

 

-영주 전통시장/진빵 집 -

 

 

-영주역/부전행 무궁화호 1681-

 

-영주역 -

 

   나를 되돌아보는 여정도 어둠과 함께 마무리 되어 간다. 영주도 많이 들락거린 곳이다. 안동과 마찬가지로 소수서원과 부석사의 대가람을 보아 선비의 고장이다. 또한 백두대간의 소백산 자락을 넘나드는 길목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한양으로 가는 죽령 과거 길이 그러하고, 마구령을 넘는 옛길과 금성대군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넘었던 고치령이 그 길목이다.

 

  길은 사람이 태어나서 삶을 다하는 날까지의 인생길과 다를 바 없다. 수많은 길이 생겨났다 사라진다. 발전과 변화를 따라서 환상선 눈꽃열차 길도 언젠가는 그 생을 다할는지 모른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하루의 쉼을 찾아간다. 

 

 

- 고향 경산의 야경 -